그 철에 나는 제철 음식이 제일 맛있고 커피는 85°C에서 맥주는 10°C에서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철에 맞게 혹은 적정한 온도에 맞게 먹거나 마실 때 그 맛은 배가 되고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문학만은 예외가 아닐가 싶다. 청소년기를 살짝 뛰어넘어 성인이 되었을 때 오히려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맛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청소년기를 겪고 난 후의 여유로움과 과거 학창시절에 대한 향수와 더이상 그때의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지금의 그들의 것인 이야기에 괴롭워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 때 정말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학교를 지나쳐갈 때나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볼 때면 그때의 기억들에 미소 짓게 된다. 아무리 괴로운 과거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는 그 말을 알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기분 좋은 일임엔 틀림이 없는듯 하다. 청소년 문학이란 타임머신을 계속해서 찾는 걸 보면 말이다. 이번에 만난 4명의 명랑,엉뚱, 쾌활한 소녀들을 통해 다시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심화반을 없애기 위한 4명의 닌자걸스의 명랑 쾌활 코믹 드라마가 시작된다. 연기자를 꿈꾸는 고릴라 고은비, 앙숙 초딩 소울,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지형 그리고 예쁘고 얼짱 남동생이 있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 혜지. 책 표지의 얼굴들을 확인하지 않아도 각자 불리는 별명만으로도 충분히 그녀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나를 둘러싼 그때의 우리들을 상상하며 흐뭇했다.
그들의 심화반을 없애기 위한 방법들은 다소 어설프고 황당한 것이었지만 그 속에서 학생들의 순수함이 묻어났고 오히려 그것이 웃음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
고등학생 또래의 일상을 명랑하고 경쾌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소설 속 닌자걸스는 어찌 보면 자신의 꿈을 찾은 굉장한 행운아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자아와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임에도 입시와 대학의 이름값만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기계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런 사고가 사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히려 이 넷이 그들에겐 더욱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 청소년기를 마무리한 사람에게는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존재들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추억과 웃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지만 조금은 오래 간직하고픈 멋있는 말들과 감동의 글들이 부족하단 느낌도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고 만 것일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더니만,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소설을 가지고는 잘도 정답을 만들어냈다.(P118)
형체가 없었던 반죽이 결국 다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잖아. 학교는 와플기계고 우리는 와플이야.(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