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살아남은 새끼 고양이의 생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못 생긴 새끼 고양이일 따름인 걸요 할아버지가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었을 때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어요. (p26)

 

그저 못생긴 것이 생존의 비밀이라니. 뭔가 시시하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하면서 씁쓸하지 않나요? 이 동화를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

 

곧고 잘생긴 나무는 가장 먼저 베어지고 못생긴 나무만이 남아 산을 지키는 고목이 되듯이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데리고 간 예쁜 고양이들은 서로 싸우다 모두 죽게 되어 못 생긴 고양이 한 마리만 남아 그들 옆을 지키게 됩니다.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것의 이해가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 조카에게 혹은 언젠가 만나게 될 딸과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함께 읽은 후 뭐라 말해주면 좋을까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예쁘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재주를 뽐내지 말라 이야기 해주어야 하는 걸까요? 저에겐 참 어려운 동화였습니다.

 

어쩌면 너무 탁해진 눈과 마음이 작가가 전하는 말들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로 만든 건지도 모르죠.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자마자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요. 저에겐 아이들의 순수함과 깨끗함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입니다

 

아내를 웃기기 위해 토막글을 쓰다가 소설의 세계로 입문했다는 지은이. 이번엔

고기를 탐하는 욕심 가득한 입에 잔인한 본성, 비만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우리도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더미일지도......

인육까지 탐하게 된 인간들

'나'는 인육을 제공하는 '인간농장'과 급증하는 살인을 막기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그녀와 곧 태어날 나의 아이를 위해 인육에 가까운 더미를 만들기로 한다. 연구는 성공했다. 성공 이상이었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은 더미 이상, 사람 그 자체였다.

소설 중반부까지 '나'는 자신이 발견한 레인보 아미노가 처음 목적과는 다르게 식품첨가제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비만을 야기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러나 인간의 잔혹함은 발현되는 조건과 시기의 문제일 뿐 항상 그곳에 존재함을 보여주듯 후반부의 '나'는 자신의 목적과 생존을 위해 영혼을 갖게 된 더미의 두개골을 열어 전두엽을 제거하며 파괴시키는 잔인함을 보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레인보 아미노는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각종 가공식품 속 첨가물을 떠오르게 한다. 인체에 미치는 유해함이 명확함에도 대기업과 정부, 그리고 언론의 이익과 연관되면 이것이 어떻게 포장되고 권장되기까지 하는지 자세히 그려진다. 또 비만을 유발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거대기업에서 더 많은 제품을 팔고 발생하는 잡음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비만치료제 개발에 노력을 쏟는 모순적인 그리고 역겨운 이면의 모습이 고발된다.

그러나 '나'의 냉소적인 반응과 토파즈의 '합리주의 숭배'에서 결국 어쩔 수 없이 피해자로 머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에 씁쓸하기만 했다.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 출판되면 잠시 돌풍이 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괄목할만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쳐 버렸다. 외면하는 것인지 판단을 유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세상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저 책을 찍어내느라 귀중한 나무만 소비했을 뿐이다.p161

나는 잘 모르지만 억지로 사람들에게 먹이는 게 아니잖아.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팔리는 거잖아.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학생이 시험을 망쳤다면 그건 학생 잘못이야p100

21세기의 흑사병이라 불리는 비만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 심각성과 위험성은 그동안의 체감 정도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정도로 말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비정상적인 체증 증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한 질병이며, 다른 질병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최악의 비극은 뚱뚱한 에이즈 환자이고 그다음이 뚱뚱한 환자이며 그나마 괜찮은 케이스가 에이즈 환자라는 농담도 있다. 삶의 활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뚱뚱한 것보다 에이즈가 낫다. 적당한 치료를 받을 경우 에이즈 환자의 생존율이 비만 환자보다 훨씬 높다. 비만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p101

가축이 사육되고 도살되는 장면을 본 적 없기에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혀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인간과 똑같이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육을 먹는 뉴타입의 등장도 그리 놀랍거나 낯설지만은 않았느데 지금까지 보여 온 인간들의 잔혹함과 욕심이라면 뉴타입 이상의 괴물을 탄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직접적으로 인육을 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고기를 탐하고 비만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사람들에겐 비만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이 뉴타입 그자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그리고 혀끝에서 형체 없이 두루뭉슬하게 흘러다니던 표현들이 작가를 통해 글로 구체화,실체화될 때면 새삼 그들의 비범함에 놀라게 된다.

처음 만나는 김숨의 소설 '물'은 물질들 간의 충돌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표현력과 관찰력은 역시 작가의 것이었다.

“물로 상징되는 인물을 통해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물과 관련 있는 물질들이 자연스럽게 달려나와 소금, 불, 공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어요. 물은 만물의 근원이면서 심판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치유와 생명을 키워낸다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매몰찬 것도 같고요. 그리고 항상 되돌아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경향신문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