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모던락 소년소녀 고독한 고양이과 사람들도 혼자가 좋을리는 없어요
모두가 힘들고 사실은 외롭고
새침은 더이상 떨지말고
-오지은의 노래 ’인생론’ 중-
이번 문학상 공모의 누적 상금은 무려 3억 원.
’뒤꿈치’라는 소설로 이 상금의 주인공인 된 작가 ’고요다’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거액의 상금뿐만 아니라 이번 소설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위해 급파된 강인한 기자. 그는 과연 베일에 싸인 그녀와의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와 그녀의 시점이 교차하며 서술되는 소설은 중반부까지 그다지 자극적이거나 극적이진 않지만 담백하고 편안하게 막힘없이 흘러간다. 후반부의 연쇄 실종사건과 맞물려 그녀를 둘러싼 고양이와 ’뒤꿈치’의 원작자에 대한 진실이 미스터리 판타지요소로 작용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결말의 모호함이 주는 상상의 나래는 보~너스!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기자의 눈앞에는 라푼첼이 살 법한 거대한 성을 닮은 그녀의 저택이 있다.
벨을 누른다.
고양이들만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서른 번 째 생일을 자축하고 있는 그녀에게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몇 년간 나나 이외의 사람은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그녀의 집에
그녀는 대문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행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마당이 넓어 나가는 것이 귀찮아서라고는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변명이다.
자신만의 성에 스스로를 가두고 주위 사람들을 쌍안경으로 확인하는 정도의 극도의 접촉을 꺼리는 온라인상으로만 관계 맺기를 선호하는 현대의 사람들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기자의 눈으로 보면 말이다.
갖은 꼼수와 끈질김으로 그녀의 집으로 입성하게 된 기자는 미스터리한 그녀와의 며칠간의 동거, 그리고 위험을 함께하며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를 위로하고 싶어진다. 이것은 곧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택한 방법은 인터뷰. 처음 목적과 다르지 않지만 며칠 사이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외로운 사람에게 물음은 다른 방식의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얘기를 들어줄 때마다 그들에 의해 조금씩 깍여 나간 외로움의 조각들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인터뷰는 곧 그녀의 고독 처방제이자 내가 그녀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거라는 걸 p74
그녀의 집 주변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고 그 수에 비례해서 그녀의 집에는 고양이가 늘고 있다.
이 현상을 기자의 눈으로 보면 사람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어느 외로운 미친 여자의 헛소리가 되고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이한 판타지 동화가 된다.
난 후자로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분명 외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한순간에 그녀를 미친 여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자의 입장에서 현대인들의 소통의 단절이니 뭐니 운운하는 것에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리고 요술을 부리고 싶었다. 조금은 동화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정들만 하면 떠나 버리는 사람들이 싫었거든요. 한 사람씩 떠날 때마다 공허해지는 순간들도 싫었고요 차라리 아마도 없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뭐든 애초에 없었던 걸로 쓸쓸해하진 않으니까요 p178
책을 읽을 때는 누구나 혼자이고 혼자 해야만 하는 행위 중에서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 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일이라는 걸
모호한 소설의 결말이 좋았다. 무언가 강요하거나 설교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아서. 바람이 책을 읽어 가는 고요한 시간(p267)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