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ingredients is "Nothing"

영화 쿵푸 팬더의 마지막 대사처럼 인생을 명품으로 만드는 특별한 무엇 혹은 비결 따위는 없었다. 용의 문서에 비법이 적혀 있지 않았던 것처럼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국수의 비법 또한 없었듯이 말이다. 적어도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 어느 하나 생경하거나 낯선 것이 없었다. 진리는 의외로 간단한 것인지도, 우리 안에 이미 있어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다 믿으면 특별해지는 것이 비밀의 전부였던 것처럼 보통의 인생과 명품은 단지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사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한계점을 넘어선 1퍼센트의 노력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의 제목이 재밌다. '행운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성공이란 행운이란 우연의 결과가 아님을 말한다. 억척같이 노력한 사람은 있어도 억세게 운만 좋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운이라는 것은 기회가 준비와 만나는 순간'이라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나의 벼락 성공은 다른 벼락 성공들과 마찬가지로 20년간의 준비를 거친 결과 얻은 열매다 - 샘 월튼

노력하는 습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습관, 부지런한 습관,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인생은 습관에 의해 결정됨을 강조하는 장에서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쁜 습관이 너무나 깊고 만성적으로 자리 잡은 나의 모습에 고개가 떨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나쁘게 자리잡은 습관을 고치는 것부터 그리고 새로운 자리에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문장들로 변화를 희망하게 만든다.

성공도 실패도 똑같은 인생의 경험이다. 단지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습관에 따라서 인생의 성패가 갈라지는 것이다. 매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끝까지 자기 힘으로 해낸다는 건 인생의 질을 높여주는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다. -p34

내용이 새로울 것 없고 진부하다 느끼면서도 때로는 어깨를 두드리며 희망 가득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시하기도 한다. 엉덩이를 간지렵혀 일어서게 만들고 등을 힘껏 밀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한동안 푹~빠져 보았던 드라마가 한 여자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광범위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생팬들 정도는 아니지만, 스토커가 된 것처럼 드라마 속 모든 것이 호기심과 관심이 대상이 되었고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거나 독서 취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집을 읽는 다거나 로맨스 소설에 관심을 가진다거나 하는 또는 국화차의 민숭민숭한 풀 맛을 이겨내며 마신다거나 하는^^;;

국화차를 마시며 단순의 극치인 내가 꺼내 든 책은(누구나가 예상할 수 있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가 수록된 시집이었다.

이 시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잊은 지 오래지만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에서 꺄르르 웃던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조금은 엉뚱하게 집어든 시집이긴 하지만 이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불교적 인연설을 바탕으로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기까지 겪는 고난과 협동의 과정 그리고 생명체의 신비함과 원숙함'이 드라마 내용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국화차를 홀짝이며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상상으로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행복한 우연으로 기억될 시가 아닐까 싶다.

菊花 옆에서-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안정되고 포근한 느낌의 행복을 준다. 한편, 베스트셀러를 통해서였건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였건 혹은 작가의 특이한 이력에 끌려서였건 새롭게 만나게 되는 작가와 작품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러나 호감 가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처럼 설렘과 호기심의 기분 좋은 떨림을 준다. 

최서해라는 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1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딱 나만큼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돌아간 그의 길지 않은 생에 대한 호기심에서였다.

아버지의 술안주이자 내가 어렸을 적부터 만 번은 들었을 70년대 군 생활 이야기. 그리고 언제나 ’그땐 왜 그렇게 배가 고팠던지’ 로 끝맺는 이야기는 80년대 생인 나에게는 실감 나지 않는 정말 먼 이야기일뿐이다.

작가가 풀어놓는 처절한 가난과 궁핍의 묘사가 아버지의 이야기보다 더욱 실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나에게 멀고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가난으로부터,잘못된 제도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편지 형식을 통해 고백 된다. 누군가의 깊은 속내를 비밀스럽게 엿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을 간도 드림이라 말 할 수도 있을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도로 떠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 또한 그리 녹록하지 않다.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찢기도록 일했지만, 생활을 나아질 기미 없이 오히려 세상은 그들을 배신할 뿐이었다. 

임신한 아내가 귤 껍질을 주워 먹기도 하고 산후 여독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일을 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며 그는 깨닫는다.

우리는 여태까지 속아 살았다. 포악하고 허위스럽고 요사한 무리를 용납하고 옹호하는 세상인 것을 참으로 몰랐다. 우리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그것을 의식치 못하였을 것이다. 그네들은 그러한 세상의 분위기에 취하였었다. 나도 이때까지 취하였었다. 우리는 우리로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어떤 험악한 제도의 희생자로서 살아왔었다. 마주에 취하여 자기의 피를 짜 바치면서도 깨지 못하는 사람을 그저 볼 수 없다. 허위와 요사와 표독과 게으른 자를 옹호하고 용납하는 이 제도는 더욱 그저 둘 수 없다. 

그리고 그는 탈가와 XX단의 가입을 결심한다.

경험하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써 내려 갈 수 있는 것이 작가라는 사람들의 능력일진 모르겠지만, 쪼들리고 짓밟히는 삶에 대한 서술에선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풀어 낼 수 없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력을 보면 1920년 간도에서 초혼했으나 빈궁한 생활 때문에 이혼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소설의 대부분이 자신의 이야기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겪은 가난의 고통은 쉽게 공감할 수 없지만, 그가 느꼈을 사회의 불합리함과 모순은 동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