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등 학생 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을 찾아 한 편 한 편 읽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내용과 상관없이 실소 했다.
읽는 내내 어렴풋하나마 알고 있던 내용과 많이 달라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책을 다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처음 읽으려 했던 것은 ’방망이 깎던 노인’ 이었는데 착각으로 ’독 짓는 늙은이’ 를 읽어 버린 것이다. 방망이가 어느새 독으로 변해 버렸으니...... 그나마 노인과 바다가 아닌 게 어딘가 싶다. 알아차리려면 책의 분량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
착각으로 시작한 책 읽기는 난독증을 의심케 하며 끝이 났다.
이 소설에 대한 평가 중에 눈에 띄는 어휘를 골라보자면 예술가 정신, 신구세대의 갈등,교체, 자기소멸 정도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없다. 나의 감상은 고작 자기연민에 빠져 자식도 버린 무책임한 어느 옹기장이의 최후 정도이니 말이다.
예술가 정신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독을 굽는 행위에서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 이외의 예술가 혹은 예술정신과 연관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영감은 벌떡 일어나 부채 방망이를 들어 모조리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받았으나, 다음 순간 송영감은 내일부터라도 자기도 독을 지어 한 가마 독을 채워 구워내야 당장 자기네 부자가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는, 정말 그러는 수밖에 없다고, 지그시 무거운 눈을 감아 버렸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장면에서도 송노인이 차라리 돈을 받았다면 덜 위선적이었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좋은 환경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을 거라,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자기 위안일 뿐 예술정신을 불태우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 속 여인이 더 애처롭고 공감이 가는 것은 나뿐일까?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장진성
그는 초췌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 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 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독이 구워지는 가마 속 아내와 도망간 조수가 만든 독은 멀쩡하기만 한데 터져나가는 것은 송영감 자신의 것 뿐이다. 가마 속 불 가까이로 점점 다가가는 송영감의 모습에서 그의 마지막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여기에서도 신구세대의 교체, 자기 소멸 등은 읽어 낼 수 없었다. 그저 자포자기한 노인의 최후가 안타까울 뿐이다.
청개구리 짓만 하는 미운 일곱 살의 책 읽기와도 같았지만 나와 다른 의견에 이렇게까지 적대적일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조금은 폐쇄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나의 사고를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