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תלמוד, 영어: Talmud)는 유대교 규율과 유대교 도덕등에 대한 랍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출처:위키백과)

요즘 푹~빠져 보고 있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에 자주 등장하는 사서오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논어, 맹자, 대학... 뿐만 아니라 비슷한 부류의 책들을 나라별로 찾아 보았다. 대부분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이름의 책들이었다. 그 중 가장 강한 어감으로 흥미를 끌었던 것이 탈무드인데 막상 손에 든 책을 보았을 땐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졌다.

'탈무드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장도 있지만 역시 그 방대한 양만큼이나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갈구와 목마름에 대한 답이자 해갈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본래 탈무드란 말은 위대한 연구 위대한 학문 위대한 고전연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탈무드는 어느 책을 펼쳐 보아도 반드시 둘째 페이지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탈무드를 읽지 않았어도 독자는 이미 탈무드의 연구자임을 의미한다. 즉 첫쩨 페이지에는 독자의 경험을 쓰기 위해 남겨지는 것이다. p282

요 며칠 머리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마음을 어지럽혔던 그것의 정체를 탈무드의 한 이야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선심을 베푸는 듯 행동하고 말했지만 언제나 남는 것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마음의 잔여물뿐이었다. 왜였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가장하거나 꾸며질 수 없는 위선이고 미움이었기 때문이다.

 

복수와 미움

한 남자가 이웃집 사나이에게 말했다. 솥을 좀 빌려 주세요

그러나 사나이는 안 된다면서 거절했다.

얼마후 거절했던 사나이가 찾아와 말했다. 말을 좀 빌려 주시오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솥을 빌려 주지 않았으니 나도 말을 빌려 줄 수 없소

이것은 복수이다

한 남자가 상대방 사나이에게 말했다. 솥을 좀 빌려 주세요

그러나 사나이는 안 된다면서 거절했다.

얼마후 거절했던 사나이가 찾아와 말했다.말을 좀 빌려 주시오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당신이 솥을 빌려 주지 않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말을 빌려 주겠소

이것은 미움이다 (p116)

 

중력에 너무나도 순응적인 엉덩이도 어려서는 절대 쓸 수 없는 유분기 많은 화장품이 필수품이 되었어도 거울 속에서 낯선 아줌마를 만나더라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요소들은 피상적인 숫자 개념의 나이를 판단하는 기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되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자주 느낀다. 나이가 들었구나. 마음은 늙고 사고는 낡아졌구나.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입버릇처럼 ’몇 살만 어렸어도 하는 건데’ 혹은 ’할 수 있을 텐데’란 말을 되풀이하며 나이에 기대어 미리 포기하거나 낙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럴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정해진 예방접종 종류와 시기처럼 나이대별로 꼭 해야 할 일이 의무조항처럼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만 후회하지 않는 또는 그 나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러면 나잇값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포기해야 할 것들의 목록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개인차도 정보력과도 무관하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며 수많은 쉼표를 한숨으로 대신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러나 시집 속 시들은 이런 생각과 걱정, 후회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그리고 어리석은 것인지 알게 해준다. 

남에게 향했던 시선은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관대해진 시선의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그 남자는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전까지는 그는 형편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가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는 남에게 친절 따위를 베풀 시간이 없다.

그 여자는 뚱뚱하다.

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이 왜 이런 불행을 타고 났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

효과적인 다이어트 법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세상은 그녀에게 재미없는 곳이다.

또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인정받고 싶고

명성을 얻고 싶다

따라서 지금은 한가로이 웃고 지낼 시간이 없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을 때

그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성에서 살 것이다

또다른 여자가 있다. 그녀는 못생겼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애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때가되면 그녀는 턱뼈를 깎고 코 수술을 할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그녀 혼자 있게 내버려 두라

그리고 또다른 여자는 집안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그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살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집안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뒤로 미루면서

이들 모두가 어떤 계기를 만났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했을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영혼도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죽었으니까

-덕 시니어-

 

그녀의 드라마가 좋다. 왜? 라는 물음에 많음 쉼표가 그 시간과 공간을 떠돈다. 쉼표에도 표정이 있다면 아마도 설레고 눈을 반짝이며 더 좋은 말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는 아이와 같을 것이다.

한 가수의 콘서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관객의 일부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일부는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그중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여자 관객이 있었는데, 아무런 미동 없이 너무 많은 표정에 무표정해 보이는 눈으로 가수를 응시하고 있었다. 

만약 이 사람들 중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을 수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녀가 가장 큰 수치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를 말하는데도,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답은 '그냥'이란 단어처럼 모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륜과 삼각관계 억지스러운 갈등 없이도 드라마를 재밌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작가이다. 그녀가 만들어 낸 인물이 좋고 그 인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좋다. 그녀의 유머가 좋고 그녀의 철학이 좋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도 너무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

-그들이 사는 세상 중-

넌 왜 동성애자가 됐나?

당신은 왜 이성애자가 됐습니까?

당신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또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내 뜻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늙어가고,

회사에서 밀려나는 게 당신 뜻이 아니었던 것처럼......

-슬픈 유혹 중-

우리는 끊임 없이 이해받기 위해 인정 받기 위해 살아간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랜 친구들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이해받고 인정 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굿바이 솔로 중-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가 좋아진 후 자연스럽게 그녀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등등

에세이에서 만나는 그녀는 나의 상상과는 다른 그래서 조금은 낯선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편견에 대한 낯설음일뿐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나와도 많이 닮아 있는 친근하고도 익숙한 것이었다.

사람들 누구나 그러하듯 저마다 슬픔과 상처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그녀도 다르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 부모님과의 갈등, 어린 시절 방황,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

그녀는 말했다. 작가는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으며 모든 것이 글감이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다고. 그래서 일까 그녀를 통한 모든 아픔과 상처는 위안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힘들었던 며칠간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용서 못 할 일이 뭐가 있으며 극복되지 않는 슬픔이 또 뭐가 있나 싶어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처럼 극성스럽지 않게 위로하고 위안을 준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드라마를 만들려면 드라마처럼 살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래, 못할 것도 없지. 끝날 것 같은 인생에도 드라마처럼 반전이란 건 있는 법이니까. -그들이 사는 세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