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그의 등장에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공백기를 희대의 스캔들로 대신한 이번 사건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친구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음반은 물론이고 온갖 물품을 내다 버리는 등 소위 말하는 멘붕상태에 빠졌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어수선하던 그때부터 손이 잘 닿지 않던 곳에 보관해 두던 음반들을 꺼내서 다시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앨범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데 예약이라는 걸 해서 구매한 첫 음반이기도 하고 노랫말이 불분명하고 그에 비해 멜로디 소리가 큰 심지어 제목과 가사집이 없어 황당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처음 구입한 것은 테이프였는데 늘어날 정도로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재발매 소식에 더욱 기뻤다. 게다가 CD. 백만 년은 들을 수 있을 테니까^^

 

90년대 10대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수 이상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음악에 관심을 넘어서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처음 보다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좋아지는 멜로디와 다각도로 해석되는 가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별도의 제목 없이 take 1,2,3...로 이름 지어진 곡들은 가사 전달이 불분명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당황과 실망 사이를 마구 방황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또한 새로운 시도고 신선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사에 특히 집중해서 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들어도 선호하는 멜로디는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와 변함없이 take one, take five다.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take three!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너를 일으켜...나에겐 흥분만이 가득했다 생각 없는 아이의 무일푼의 도박. 영원히 잠드는 게 아니다 영원히 어둠 속에 깨어있다....도피의 끝은 진정 죽음은 아니었다 난 죽었지만 고통은 살아있다... 네가 계속 나약해 질수록 기억해라 불행은 너를 사랑한다. 메세지를 곱씹게 만드는 가사다.

학교에서 교양 수업으로 듣게 된 독일어. 제2외국어도 일본어였고 독일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독일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무작정 독일이란 나라에 대한 동경심으로 수강 신청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익숙했던 것은 그나마 표기를 알파벳으로 한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읽는 방법이 다르니 첫 수업시간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선배와 친구들이 의아해하며 수강정정 기간에 바꾸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수업을 들었던 그때는 정말 만행에 가까운 이 행동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수업시간은 그럭저럭 넘어간다 해도 중간 고사는 피할 수 없는 산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산을 넘던가 아니면 재수강으로 산을 돌아가던가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대학교 2학년! 비겁하게 도망가기보다는 부딪쳐 보기로 결심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비장하게!!!^^

수업시간에 필기해 놓은 내용이 너무 산만해서(이해를 전혀 못 한 상태이기 때문에 옮겨 적는데 바빴다.) 문법이 보기 좋게 편집된 책을 고르려 했고 눈에 딱 들어온 것이 이 책이었다.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포함되어 있는 테이프에는 본문과 어휘들이 녹음되어 있는데 여러 번 읽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교재이다. 그러나 독학용으로는 절대 무리다.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도 4개만!

동네 아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달걀만 한 크기의 씨앗!

씨앗인지 아니면 달걀인지도 식별 불가능한 정체불명의 이 물체는 황제의 손까지 들어가게 된다. 중신들에게 이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라 명하지만 어느 하나 아는 이가 없다. 평소에는 똑똑하고 현명하다 자부했던 그들인데 말이다.

황제는 사람을 보내어 늙은 농부 한 사람을 데려오지만 그 또한 알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라면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인보다 더 늙은 그의 아버지 역시 알지 못한다. 결국 노인 아버지의 아버지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서서히 이 물체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가 어렸을 때는 이 곡식을 직접 심기도 하고 거두어들이기도 하였으며 어디서나 흔하게 생산되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곳곳에서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에 대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노동에 의해 자급자족하는 삶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심지어 그는 사고 파는 매매란 행위를 죄악이라 표현하기까지 한다.

자신 소유의 밭에서 이 곡식을 재배했느냐는 황제의 말에 자신의 밭은 신의 땅이며 땅은 자유였다 말한다. 여기서 그의 돈과 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다.

그 흔하던 곡식이 왜 지금은 종적을 감춘 것일까? 그리고 그의 젊음과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옛날 사람들은 신의 뜻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지만 만족을 모르는 지금 사람들은 더욱 노력하기보다는 남의 것을 탐하며 욕심을 내기 때문에 이 곡식이 사라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더 빨리 늙고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건강을 위해 보양 식품이니 건강식품이니 하는 것들을 찾아 먹기보다는 몸에 해로운 음식을 덜 먹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이런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동안 열풍과 함께 고가의 각종 기능성 화장품이 불로장생의 약처럼 선전되고 있는 오늘이지만 성분을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좋은 원료 뿐만 아니라 유해성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성분도 그 못지 않게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욕심내고 욕심냈던 그 모든 것이 원하던 바람과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부자연스럽게 탐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동안도 동심도 건강한 몸도 마음도 찾을 수 있게 됨을 그의 또 하나의 이야기는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