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그랬듯이 헤어지는 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슬프고 아픈 일일 것이다. 이 소설이 그걸 재밌고 즐겁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싶다. 조금이나마 덜 슬프고 덜 아프길 바라는 마음이었단 것도. 그거면 충분하다.

 

-작가의 말 중-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까지 지금처럼 변함없이 혹은 그 이상의 상태로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오늘을 보내고 그들을 대했을까? '영원히'란 모순덩어리 변덕쟁이에 너무 의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책장을 덮고 어제와 다름없이 드라마에 심취해 당장에라도 브라운관으로 뛰어들듯한 엄마와 그것을 못마땅히 여기는 아빠가 변함없이 함께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의 불행에서 얻는 상대적인 안심이나 위로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녀의 엄마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이다. 호들갑스러운 주위의 반응과는 달리 그녀는 침착하고 무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 소설 분위기가 슬픔을 이야기 하되 슬프지 않고 불행을 이야기 하되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십년지기 친구들, 마술이 이어준 인연, 초코우유가 선물한 인연, 엄마의 불륜 아닌 불륜이 이어준 인연... 우연부터 필연까지 모든 것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 대신 웃을 수 있었고 쓰러지는 대신 버틸 수 있었다. 작가의 입담과 재치로 소설의 분위기가 끝까지 밝을 수 있었던 것처럼.

 

 

엄마가 중환자실에 의식불명의 상태로 누워 있기 전 마지막으로 취재했던 과테말라의 호세라는 이름의 청년. 그녀(딸)와 비슷한 공통분모로 묶인 그의 이야기가 간헐적으로 교차한다.

 

불안정한 엄마의 상태에 대한 그들의 서로 다른 마지막 선택에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사랑을 이해하고 좀 더 많은 사랑의 표현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딸아 사소한 것들에게도 우주가 있는 거야. 너와 스킨이 다른 종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우주의 의미까지 다른 건 아니잖니. 절대 가볍지 않은 거야. p92

 

 

나는 유리어항의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마지막 잎을 내려다본다. 짤막한 줄기만 남은 그 초록빛의 심장에서 아주 작지만 희미하게 콩닥거리는 울림을 상상하려 애썼다. 살아 있어, 살아 있다니까. 그러나 스킨은 공기 중에 미세한 초음파를 빛의 속도로 날려 내 귀에 속삭였다. 야 너라면 이 꼴로 살고 싶겠냐? p220

 

 

니가 아빠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내가 니 아빠를 순간순간 그리워하는 거랑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너의 열 시간이 엄마의 일 분과 다를 게 없으니까 (중략)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한 건 내 잘못이 아냐. 만약 아빠가 그 점에 대해서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면 엄마 또한 아빠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야. 남편을 잃었으니까. 그건 너에게 아빠가 없다는 것과 똑같아. p22

 

 

 

 

 

소설 속에는 그 후로 갑돌이와 갑순이는 무조건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라는 드라마 같은 해피엔딩은 없지만, 어르고 달래며 위로하지도 않지만, 희망적인 힘과 위안을 얻게 된다. 로맨스 판타지 영화 속이 아니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을 다큐의 현실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우리 아이는 알고 있을까? 이 세상에는 대통령, 의사, 변호사, 공무원 외에도 수없이 많은 멋진 직업들이 있다는 것을.

13세의 헬로워크 표지에 무라카미 류의 이름을 발견하고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그동안 써 왔던 소설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고 내 기억 속의 그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와는 너무도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목 속 열세 살이란 나이는 어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자유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나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나는 열세 살을 훌쩍 넘어 이미 어른이 된 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궁금했다. 무라카미 류의 아이들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이. 그리고 책에 포함된 명사들의 글 중 최정화 교수가 전하는 이야기가 기대됐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의사, 변호사, 공무원의 직업만이 있는 듯 교육시킨다. 

어릴 때 이것은 혼란스러운 말이었다. 귀천이 없다 하면서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이 말이 얼마나 가식적이며 모순적인지를 깨닫는다. 그러나 부모님을 포함한 나의 윗세대에 대해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도 그렇게 배워 왔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

백과사전 크기의 읽기 만만치 않은 불량이지만 어른이 된 나에게도, 언젠가 만나게 될 나의 아이를 위해서도 유익한 책임은 분명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직업군이 있었다니! 플랜트 헌터며 토피어리 디자이너,볼화술사 등등 그 명칭도 생소한 직업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한정된 직업을 갖기 위한 고생만큼이나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직업군 중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기분 좋은 고민이다^^

각 테마별 소개 마지막에 그의 에세이를 읽는 것도 큰 재미 중의 하나인데 외국어 관련 에세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관심분야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이 말이 흥미로웠다.

외국어를 여러 개 마스터한 사람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외국어에 관심이 없다 해도 동안 열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보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

이 말에 대한 근거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폐쇄적인 장소에서 똑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하면 빨리 늙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외국에 산다든가, 외국인에게 둘러싸여 생활하는 것은 일본의 시골에서 폐쇄적으로 생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뇌는 항상 자극을 받게 되고, 패션에도 신경을 쓰게 되며,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그리 설득력 있는 근거로는 들리지 않지만 문제 될 건 없다. 어쨌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익한 일임에는 틀림없다는 이야기이니까 ^^

'마이북'을 알게 되면서 일본에는 비슷한 종류의 노트,다이어리가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전에 구매한 마이북은 날짜가 기입되어 있는 다이어리에 가까웠다면 이것은 타이틀에도 있듯이 노트에 가깝습니다. 벌(bee)노트란 이름답게 표지와 속지를 귀엽게 의인화된 벌이 등장해 꾸며줍니다. 이 노트는 기간 한정이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아마도 크리스마스를 겨냥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띠지에 쓰여 있군요. 기간 한정 스페셜이라고^^)

 

속지도 단순한 패턴이긴 하지만 예뻐서 굳이 그림을 그리거나 글 이외의 무엇인가로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 듯합니다. 저는 시나 책을 읽고 좋은 글귀를 적는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예뻐서 좀 더 가치 있는 활용을 궁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의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항 상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그래서 나이를 불문하고 소녀감성을 자극하는 그 무엇을 정말 잘 끌어낸다는. 그런데 왜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런 제품을 만들지 않는 걸까? 하는 의아함을 전~혀 들지 않았어요. 출시했을 때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앞섰기 때문이죠.

 

저만 해도 책을 살 때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다면 책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이 노트만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면 굳이 사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인식의 문제인지 분위기상의 문제인진 모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버튼을 누르게 하는 힘!!! 이 노트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습니다. 얼마 전 사은품으로 받은 양장의 고급 노트보다 눈이 가고 손이 간다면 분명 착각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