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으로 잘 알려져 있는 권정생 작가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나본다 하여 처음부터 기대되는 책이었답니다. 표지부터 간결하면서도 그림도 무척 귀여운 것 같아 자꾸 쳐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묶여 있는 염소의 모습에서는 당장 표정을 알 수 없지만 책을 보면 금새 이해가 될거에요.

묶여 있는 염소를 놀리는 강아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한 마리는 묶여 있고 다른 한 마리는 묶여 있지 않아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같은 동물이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해봅니다.

 

 

 

묶여 있는 염소 새끼를 놀리는 강아지의 표정이 익살스럽기까지 합니다. 뭔가 괴롭히고 심술부리러 염소 새끼를 찾아왔나 싶지만 사실 알고보면 강아지도 염소 새끼와 같이 놀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문득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답니다. 짖궂게 장난치고 그러면서도 둘이 늘 붙어다니는 그런 개구진 아이들의 모습을 말이죠. 왜 저렇게 싸우면서 늘 같이 다니지 싶은 그런 친구들이 저절로 떠올려지더라구요.

 

어느 순간 돌아보면 친구가 되어 있는 염소 새끼와 강아지처럼 우리들도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을 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심술도 부려보고 약올려도 보고 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를 그림책으로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정말 시를 보는 것처럼 내용도 간결하고 그림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백이 많아 생각하면서 그림에 좀 더 집중하며 책을 보게되는 장점도 있는 것 같구요. 역시 글이 많지 않아도 전달하는 메시지도 분명하고 간결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 눈에는 티격태격하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모습이 그저 재밌는 모양입니다. 나중에 둘이 친해진 모습에도 만족하는 것 같구요. 아이들에게도 서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그림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제가 많이 했던 생각은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세상을 경험하고 어떤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 표지부터도 세계 지도를 연상케하는 여러 나라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다지 세상은 밝기만 한 건 아닌가 봅니다.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다시 그린다면 어떤 세상을 꿈꿀까요? 세상의 문제점과 어두운 면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다시 바라보는 책인 것 같아요. 어두운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은 아이의 마음, 배고픔에 굶주리는 아이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아이의 대견한 소망이 잘 그려진 것 같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데 과연 우리 어른들이 만들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떤지 반성을 하게 되네요.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구요.

 

 

그림 하나 하나를 천천히 감상하듯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다양한 문화도 책을 통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것 같구요. 아이들은 물론 어른인 제가 봐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과연 우리가 꿈꾸던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바꾸려고 하지는 않고 그저 주어진대로 살고 있는걸까라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지게도 되네요.

 

빈부격차가 큰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만큼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우리 아이도 자기가 세상을 다시 그린다면 땅도 이렇게 러시아나 중국처럼 많이 갖지 않고 모두가 비슷하게 나눠 갖는 지도를 그린답니다. 땅의 크기도 비슷하고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하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권력을 독점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고 함께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더 초점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아이는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꿈꾼다고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고 싶네요. 남북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평화로웠으면 합니다.

빵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책 표지를 처음 봤을때부터 땅콩버터를 바른 빵이 맛있어보인다고 했던 책이에요. 뭔가 하나 하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들로 이루어진 책이라서 보는내내 아이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분명 빵은 먹는건데 빵 아래 다리는 철사로 만들어져 있고 작은 축구공을 갖고 노는 모습이 뭔가 달랐나봐요. 아무튼 축구공을 선물받은 땅콩버터는 공을 혼자 가지고 노니 재미가 없었던거죠.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친구가 없던 땅콩버터의 새로운 친구 찾기 이야기...

땅콩버터는 친구들에게 자기는 공을 차고 놀고 싶고, 이사온지 얼마 안 되었으며 배꼽이 빠질만큼 재미있게 만들어주겠다면서 같이 놀자고 하죠. 더군다나 만나는 친구들마다 자기 이름에다가 덧붙여서 뭐라고 부를지를 생각하죠. 이를테면 땅콩버터와 햄버거, 땅콩버터와 핫도그, 땅콩버터와 컵케이크, 땅콩버터와 달걀, 땅콩버터와 미트볼 등등 만나는 친구들마다 이름을 정합니다. 단짝이 되고 싶은 땅콩버터의 마음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먹는 음식들을 사람처럼 표현한 것이 재미있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미트볼이 스파게티 줄을 이용해서 줄넘기를 할 때 아이가 이것 좀 보라면서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감자튀김이 나무 아래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도 재미있고 알파벳을 배우고 있는 수프가 자기 숟가락에 함께 놀자고 말을 꺼내기도 전부터 no를 외치는 모습도 재밌는 모양이에요. 수프 속에 여러가지 건더기들이 soup라고 써있으니 아이가 무슨 뜻이냐면서 영어에도 관심을 갖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친구 사귀기는 쉬운 일이 아니네요. 포기하고 앉아있는 땅콩버터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친구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딸기잼을 바른 버터였답니다. 둘은 서로 축구를 하며 신나게 놀았고 어느 순간 다른 친구들이 나타나서 함께 놀자고 하네요. 땅콩버터는 햄버거, 컵케이크, 달걀, 미트볼, 감자튀김, 수프에 이어 딸기잼과 친구가 되었답니다.

 

책을 보고 나더니 우리 아이가 하는 말이 왜 제목이 땅콩버터와 컵케이크냐고 묻더라구요. 저도 컵케이크와 좀 더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을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듯 싶고 아이 말대로 땅콩버터와 딸기잼이라는 제목을 왜 붙이지 않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튼 딸기잼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도 모두 친해질 수 있었던 땅콩버터의 친구 만들기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