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슬로 리딩'이라는 걸 실천하고 있는 걸 보고 조금 새삼스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의 학창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보지 않더라도 요즘에도 책을 한 권 선정하고 그 책으로 배운다는 것은 정말 생소한 일이니까 말이다.
빨리빨리,, 그리고 많이 많이,,, 를 외치는 우리 사회에서 슬로 리딩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선 책 한 권을 빠르게 읽고 독서감상문을 쓰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독서감상문은 썼지만 책의 내용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깊이있는 독서가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은수저라는 작품으로 이 책을 완전히 배우고 넘어가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오히려 이렇게 책 한권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짜 우리가 배워야할 산지식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은수저로 수업을 하다가 샛길로 빠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그 샛길 또한 진정한 배움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이 읽어보지 않은 책을 선정해서 그 책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신선한 충격에 빠졌었다. '그 많던 싱어를 누가 다 먹었을까'로 일년 동안 수업을 한다. 이렇게 수업을 하고 나면 당장은 입시가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이 진학을 하는 걸 보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배움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시도는 초등학교니까 그나마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아마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라면 시도 조차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은수저> 한 권으로 6년간 수업을 했다는 하시모토 선생님을 보며 사회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자들을 통해 그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색달랐던 것 같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음미하며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다독만 염두에 두었던 나였던 것 같아서 새삼 나의 독서법도 돌아보게 되었고 우리나라 교육에서의 희망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