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3.4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자전거와 함께살기~이번에 구입한 마음밥^^

김용택 시집(1998.03.15)

창비시선 173.

 

내게 시는 맹물에 노란색 물감을 탄 듯 연노랑 이쁘디 이쁜 색이다.

시는 원색이 아리나 물에 탄 아롱아롱 아슴아슴 가녀린 색이다.

싯말도 딱딱한 글이 아니라 몰랑몰랑 발랑발랑 내가 좋아하는

의성어와 의태어들이다. 내가 동시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푹 빠져있는 김용택님 글들도 죄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동시집도 산문집도 내 책장에 하나 두울 꽂아두고 가끔 지칠때

꺼내서 맛나게 먹는다. 책장 한 켠에 김용택님 전용칸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오늘 읽은 [그 여자네 집]은 내 고향 들녘, 내 집앞, 논두렁,밭두렁

오속길이 그대로 들어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들이 내 바짓가랑이를 적시었고, 비포장 도로

가에 삐비들이 지천으로 깔려 집에 오던길에 뽑아서 껌처럼 짝짝짝

씹어먹었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 길에서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혼자 외롭게 집에 올쩍에 쓸쓸함도 귀하고 귀한 추억으로 되살아났

다. 자연과 더불어 했던 모든 일들이 일순간 살아나온 듯 어린시절

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이 곱디 고운 시들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싶고 함께 낭독하고 싶은 시들이다...

 

**짧은 이야기**

 

사과 속에 벌레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과는 그 벌레의 밥이요, 집이요, 옷이요, 나라였습니다.

 

사람들이 그 벌레의 집과 밥과 옷을 빼앗고 나라에서 쫒아내고

 

죽였습니다.

 

 

누구 사과가 사람들만의 것이라고 정했습니까.

 

사과는 서러웠습니다.

 

서러운 사과를 사람들만 좋아라 먹습니다.

김용택 산문집.2003

열림원

진메마을, 진메 사람들

 

장산리에서 전북 순창군 동계면 귀미리까지 장장 30여 리는 완전한

계곡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이 계곡의 이야기를, 이 계곡에 살고 있는 산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본문중)

 

..딸그락 딸그락 자갈길을 마중나온 아내에게 김용택님은 한 주먹

꽃을 꺾어 쥐고 가다 아내에게 안겨주었단다.  아내는 얼마나 행복

했을까?...

길가에 핀 온갖 풀꽃들을 친구 삼아 아침 저녁을 학교에 다녀오는

모습이 상상만해도 함께 걸어온 것 마냥 좋다.

삶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아둥 바둥 살아가는 내 자신이 한도 끝도 없이 쪼그라들고 있음을

느낀다...

 

병제의 똥무더기...(산같은 덩치, 쇠똥 같은 똥무더기. 사람좋은 웃

음 병제이야기중에서...)

병제의 똥은 차곡차곡 층층이 싼 묽은 똥이다.

그 똥 한가운데를 필자가 밟아 버렸다.

그리고 병제에게 소리를 지른다. "야' 이 똥덩어리 병제야, 이 개자

식아," 라고 욕을 해대도 병제는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웃었단다.

씨벌씨벌 욕을 해대며 집으로 갔다는 김용택님이 눈에 선하다.

 글을 참 맛나게도 쓰고 싱싱하게도 쓰신다. 읽다가 읽다가 나도모

르게 피식피식 킥킥킥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호수가 있던길, 두 곳의 징검다리가 있었던길, 풀꽃이 피고 지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던 그길. 나는 그 길을 걸므며 내 문학을

내 인생을 가꾸어왔다. 아! 막막하게 저무는 산과 바삐 흘러가던

강물, 나는 풀꽃핀 강길에 주저 않아 시를 썼던 것이다.

내 인생이 그 길위에 있었으니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동무들과

어린 동생들과 아이들이 그 길 위에 있다...

...사라진 것들, 내 곁을 떠난 피 붙이 같은 사람들을 그냥 이렇게

덤덤하게 기술하고 있다니, 어쩌랴, 어쩌랴 어쩌겠는가,

삶이여! 삶이여! 오 삶이여! 내 인생이여!....(작가말중)

 

농촌시인 김용택님 산문집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고스란히 내게로 왔다.

때론 웃음지어지고 때론 눈물짓게 만드는 글이 참말 좋다.

'시인이 좋아 가슴이 콩닥콩닥 참말 참말 좋아 벌렁벌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