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짜락짜락 내린다.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맞대고 비를 본다.

바람도 없이 이쁘게도 온다.

도랑에도 택시에도 풀잎위에도 도로에도 짜락짜락 내린다.

우산 없이 비를 맞아도 보고 싶지만 마음 뿐이다.

도란도란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쉴세없이 이야기를 한다.

고추가 어떻고 밀이 어떻고...아마도 고추장 만드는 비법을 서로가

잘하다 우김질 하는것 같다.

오늘 읽을 책은 [자전거와 함께 살기] 최종규님 글이다.

제주도에서 저전거 여행을 하는 부분을 읽다가 다시 창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가 글이 눈에 안들어 오고 자꾸만 자꾸만 들녘에 산에 눈이 머문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길 그림을 따라 여행하는 최종규님 뒤를

나도 따라간다.

 

6월 7일-검정 고무신을 사다..

장날 다시 읍내에 나간다. 장마당 가게에서 3000원 주고 검정 고무

신 새로 산다. 킁킁킁! 캬! 타이어 냄새 물씬 나는 검정고무신!

참 반갑다. 어렵사리 장만한 검정고무신, 코에 갖다 대고 냄새도

맡고 주물럭주물럭 만지작만지작 한 뒤 가방에 넣는다. 이제 집으

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즐겁고 페달질도 가볍다. 언덕길 넘으며

떨어지는 땀방울도 시원하다고 느낀다.(57쪽글중..)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함께 읽고 함께 먹어 좋은 필수아미노산글 참말 좋다...)

 

오늘따라 비가 와서 인지 환자가 많았다.

책을 덮고 열심히 일했다.

집에 와서 부침개 해서 밥이랑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플룻불고

나니 아홉시 정도 되었다. 아들이 학원에서 오려면 두시간정도

시간이 남기에 아들방 책상에 앉아 다시 최종규님 글을 읽는다.

자전거가 저리도 좋으실까?

자전거로 충주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신다니 놀랍기도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95쪽 글중...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할아버지를 보면 모두 비슷하다.

비쩍 마르고 어깨가 앞으로 조금 굽었으나 단단해 보이는 한편,

손과 얼굴 모두 시커멓고, 모자 쓴 모습, 수수한 옷차림 양복은

하나도 안 어울리는 옷차림..

(바로바로 울 아부지 맹심이 아부지 모습이다. 괜시리 눈시울이 불거짐시로 눈물 잡거시 나올라 그란다...ㅠ.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논가에 앉아 사과를 드셨단다. 꼭지만 남겨두

고 우걱우걱 깨물어서 통째로 드시고는 지는 해를 바라봤다고

하셨다. 혹 지구에 내려온 검정 고무신왕자(?^^;;)  지구별에서

자전거로 온동네에 땀냄시 풍기며 다니시는 까망고무신 왕자 ㅎㅎ

최종규님 책들은 다 좋다. 다 참말이고 다 비타민이다.

좋은글 많이 읽을수 있도록 자전거 조심히 타고 다니시면

참말참말 좋겠다~

김용택 산문집

열림원(2008.04.25.개정판)

 

섬진강 아이들-촌아 울지마~

 

책속 고운글..

세희의 만둣국 읽다..

국 대신 만둣국이 나온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이 오랜만에 나온

만둣국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세희가 밥을 먹고 있는 여선생님한

테 가서 수줍은 듯 선생님을 부르더니 "저희 할아버지 갖다 드리게

만둣국 남은 것 좀 주시면 안돼요?" 하는게 아닌가. 우리들은 처음

엔 무슨 말인가 하다가 그 말의 뜻을 알고는 놀라는 한편 가슴이 멍

멍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너무나 기특했다. 그러나 정작

세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맑은 눈을 말똥거리며 말을 잇는다. "우

리 할아버지가요, 만둣국을 무지 좋아하시거든요." 세희네는 올해

귀향해서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고 있다.

추운 날 만둣국을 들고 집으로 종종걸음 치는 세희 모습을 생각하

면 지금도 코끝이 찡해온다.

 

나도 나도 코끝이 찡~콧볼이 발름발름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맺힌

다. 슬퍼서도 아니고 웃겨서도 아닌 감동에 눈물이다.

섬진강 이야기 세 권중 물론 다 좋지만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

이 되어버렸다. 필자님이 너무 좋아져 큰일이다.

 

마암분교 아이들...창우. 다희. 선옥. 인수. 동수. 은미. 진철. 

현자. 빛나. 세희. 현정. 진욱. 귀봉. 초이.소희.진하.창희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이 책이 2003년도에 발행되었으니까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쯤 창우와 다희는 중학생이 되었겠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곁

에 한 없이 넓은 가슴으로 김용택 선생님이 계신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울먹였다. 아이들를 사랑하는 선생님 마음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와 메말라 가는 내 심장에 펌프질을 해주었다.

곱디 고운글 고맙습니다. 선생님~~....

 

김용택 산문집

열림원(2006.05.04)

 

...등에 업힌 얼뚱아기때를 지나 조금자라 앉을 무렵, 밭두렁가에

포대기를 깔고 뉘어두고, 일을 해나간다...(본문중)

 

내 나이 대여섯살때 아부지 지게 타고 밭가에 비료푸대 깔고 흙장

난 했던 기억이 있다. 햇볕이 어찌나 따갑던지  아마 지금 내 얼굴

에 생근 주근깨는 그때 생기지 않았나 싶다.

언니 오빠들은 학교에 가고 나만 혼자 남아있어 집에 놔두기도 어

정쩡한 나이라 아부지가 지게에 태워 밭에 데려가곤 했는데 지게

다리가 엉덩이를 쑤셔 아팠었드랬다. 조물조물 노랑머리 어린아이로 잠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섬진강 두번째 이야기는 곤충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필자님은

곤충도감을 통째로 외우셨는지 딱정벌레, 노린재, 메뚜기, 잠자리,

나비종류들을 있는 대로 써놓으셨다.  (아이처럼 해맑고 귀엽기

까지 하신다 )

 

인간들의 오만과 끝없는 욕망은 마침내 자연스러운 생물체들의

소멸과 생성 과정을 무참하게 파괴한다. 내가 어렸을 적 보았던

곤충들중에는 지금은 그 종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있고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있다. 농약과 땅과 물의 오염으로 쫓겨나고 죽어

없어 졌을 것이다. 논에 사는 곤충들은 거의 다 없어졌다.

아침 논에 가보면 그 많던 거미줄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겁나는

일이다.(본문중)

 

내 집 내 논 내 밭에 수없이 뿌려 대고 있는 각종 살충제

언젠가는 인간이 다 먹고 흉악한 괴물로 진화 할지도 모르는 일이

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자연을 살린다고 하면서 더 파해지고

삽질만 하고 있는 정책따위 없애고 자연 그대로 놔두는게 제일

자연을 사랑하는게 안닌가 싶다. 내 고향 내 산천 밭두렁 논두렁

그 곳에서 먹고 살수 있는 정책이 정말 필요할때이다..(0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