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설국 (雪國)

저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 / 유숙자 역)

출판사 : 민음사

장르 : 소설/일본소설

읽은 기간 : 2014.01.12~2014.01.13

 

독서 후기

- 겨울이라는 계절...

 이 계절과 어울리는 소설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이 내가 알고 있는 이 책에 대한 전부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영화의 재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 자주 등장하는 농담이 있다...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한 영화일수록 재미가 없고...

 영화 평론가들이 혹평한 영화일수록 상당한 재미가 있다는 농담이다...

 이 책을 선택하고 첫 페이지를 열려고 하는 순간...

 이 농담이 생각났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 역시 그 농담이 통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농담은 오로지 화려한 재미,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에만 국한되었다...

 솔직히 재미는 없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에 땀을 쥔다거나,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재미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은 한 번 손에 잡은 순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다...

 이 책을 평가한 이야기들 대부분을 살펴보면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첫 구절부터 나는 자연의 묘사에 빠져들고 말았다...

 첫구절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터널을 지나니 사방팔방 눈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첫 구절부터 내 머리 속에는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배경이 그려졌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스토리를 생각하기 보다 배경과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설국이라는 제목처럼...

 눈이 가득한 시골 마을에 대한 모습이 그려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얼마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얼굴이 그려진다...

 한번 그려진 이 책 속 배경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며 같은 구절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작년에 읽은 '여행자의 독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 책에 대한 부분을 읽었었다...

 그 책의 저나는 '설국'의 다양한 첫 구절을 기록했다...

 번역가가 다 다르기에 다를 수 밖에 없는 첫 구절...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책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설국에 대한 감상을 시작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여행자의 독서 두 번째 이야기'를 펼쳤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첫 구절을 다시 읽었다...

 그 책에는 없는 지금 내가 읽은 '설국'의 첫 구절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눈의 고장이 펼쳐졌다...

 책의 뒷 부분 번역자의 작품 해설 속에 번역이 힘들다는 고백을 했다...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훌륭한 작품일수록 말이다...

 우리말 번역이 여러권 있지만, 자신의 책을 통해 '설국'을 처음 접할 독자를 위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번역에 임했다는 고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번역자의 책임감을 깨닫고 난 뒤, 무언가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이 책을 번역본이 아닌 원문으로 읽어보는 것...

 몇 번의 일본 여행을 통해 일본어를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수준일 뿐...

 책을 읽고 감상할 능력에는 전혀 못미친다...

 그런 실력이지만...

 나만의 번역을 통해 내 가슴 속에 새로운 설국을 그려보는 것도 훌륭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자의 책임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 속 설국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기기 위해서라도...

 원서로 읽어보는 것은 반드시 시도해야 할 도전적 사색일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p.7)

제목 : 왜 책을 읽는가 (Pourquoi Lire?)

저자 : 샤를 단치 (Charles Danzig / 임명주 역)

출판사 : 이루

장르 : 인문과학/독서

읽은 기간 : 2014.01.09~2014.01.11

 

독서 후기

- 항상 새해가 되면 첫번째  책을 어떤 책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그 첫번째 책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오래가는 편이다...

 1년 동안 읽을 책들의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신앙서적은 무엇을 읽을까라는 고민...

 첫 번째 소설은 무엇을 읽을까라는 고민...

 첫 번째 여행서적은 무엇을 읽을까라는 고민...

 더욱이 올해는 일반 소설과 추리소설을 나누기로 결심했기에...

 첫 번째 추리소설은 무엇을 읽을까라는 고민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고민인...

 첫 번째 교양서적은 무엇을 읽을까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이 고민이 마무리 되었다...

 결국 첫 번째 교양서적에 대한 고민 가운데 선택한 책이 이 책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던 도중...

 한 언론매체에서 2014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선택되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이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활자중독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책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기 때문이다...

 새해의 고민 중 하나가 책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 있을 만큼 독서를 사랑한다...

 그런 가운데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제목이 내 마음을 울렸다...

 어린시절부터 어디를 가던지 항상 책을 붙들고 가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남들은 멀미를 한다던 배나 버스에서조차 책을 읽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과연 나는 왜 독서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 질문의 해답을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한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먼저 독서는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위로를 위해 독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위로를 받는 반면 낙담이나 슬픔, 절망을 경험할 때도 있다...

 지금 내가 읽는 책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책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면 교양인이 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만약 독서의 양을 통해 교양인의 등급을 결정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느 등급일까...

 독서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쌓아지는 교양은 어떻게 되는가...

 결국 독서의 양이 교양인의 척도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독서는 독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한 공감이 일어났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처럼 공감의 부분도 있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저자의 독서 방식과 나의 독서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책 속에 여러 종이를 끼워넣고 메모를 한다...

 혹은 책 속에 빼곡히 메모를 하며 책 속에서 새로운 책을 창조하기도 했다...

 반면 나는 책에 그 어떤 메모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책에 줄을 긋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당시의 감정에 의해 새겨지는 메모와 밑줄이...

 훗날 다른 감정 속에서 읽을 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와 나의 독서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그것에 크게 반감이 가지 않았다...

 저자 역시 충분히 독서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독서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사실 독서의 이유야 말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그것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책을 선택할 때마다 이유가 다르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감정이 다르다...

 결국 나 자신에게서도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다...

 다만 확실한 대답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의 첫번째 교양서적...

 이 책을 통해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하며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2014년의 독서가 기대된다...

 

인상깊은 구절

- 그러나 독자들이여! 나의 애처로운 전투에, 그리고 책을 읽는 연약한 무리들에 부디 합류하길 바란다! (p.260)

제목 : 백일홍 나무 아래 (殺人鬼)

저자 : 요코미조 세이시 (橫溝正史 / 정명원 역)

출판사 : 시공사

장르 : 소설/일본추리소설

읽은 기간 : 2014.01.07~2014.01.08

 

독서 후기

-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작품 네개가 모인 단편집이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어김없이 읽게 되었다...

 살인귀, 흑난초 아가씨, 향수 동반자살, 백일홍 나무 아래...

 이 네가지의 이야기가 모여있다...

 그간 읽어왔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그간 읽었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었다...

 긴다이치가 등장한 시대 자체가 전쟁 후의 시대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우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기쁘기만한 전쟁의 승리이지만...

 긴다이치가 등장한 일본 사회의 입장에서는 우울할 수 밖에 없는 패전의 분위기...

 그 우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누가미 일족'이나 '옥문도'와 같은 작품에서는 폐쇄된 마을이나, 폐쇄된 가문이라는...

 좁은 의미의 사회적 우울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네 개의 작품 모두 사회 그 자체에서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습이나 피난, 불화와 같은 모습 등을 통해서였다...

 결국 이 책의 우울함의 범위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우울함이었다...

 그 우울함 탓인지 여전히 긴다이치의 사건 해결은 시원스럽지 못하다...

 다만 예전에 읽었던 책들에는 긴다이치의 소심함이 그 원인이었지만...

 이 책 속에서는 긴다이치의 소심함은 발견할 수 없다...

 그저 우울한 사회를 한탄하고 바라보는 듯 가만히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비극적인 사건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패배라는 사회적 우울함이 있던 시기이지만...

 지금의 현대사회도 이 책 속의 배경시대와는 다른 종류의 우울함을 찾을 수 있다...

 고립, 외로움, 불안, 생존이라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우울함 탓인지...

 이 책 속의 사건이 마치 현대에도 간혹 일어나는 사건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울한 점도 있지만 내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각각의 사건이 단편이기에 사건 자체가 복합적이지 않다...

 몇 개의 사건이 한꺼번에 얽히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크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흑난초 아가씨의 경우 책을 읽는 동안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하였고...

 그 범인을 지목하는 추리의 과정이 내가 추리한 것과 들어맞았을 정도니 말이다...

 사건의 과정을 자세히 읽으면 어느 정도 추리를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추리 소설에서 추리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어쩌면 사회적 우울함이라는 분위기를 추리의 단순함이라는 포장으로 장식하는지도 모른다...

 단순함이라는 화려한 포장 속에 감춰진 우울함이라는 내용물이 책을 읽는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이 책으로 긴다이치 시리즈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뒤 이어 출간된(물론 우리나라 순서와는 다르지만) 책들 속에서...

 긴다이치가 더 이상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다음에 출간될 작품을 기대하며 이 책을 덮는다...

 책 속 마지막 이야기인 '백일홍 나무 아래'에서

 더 이상 한탄하지 않고 다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나의 기대에 확신을 더 해준다. 

 

인상깊은 구절

- 창망하게 저물어가는 폐허 속의 급경사를 긴다이치 코스케는 잡낭을 흔들고 또 흔들며 서둘러 내려갔다. 세토 내해의 외딴 섬, 옥문도(獄門島)를 향하여......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