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Calvina)
저자 : 카를로 프라베티(Carlo Frabetti/김민숙 역)
출판사 : 문학동네
장르 : 소설/스페인소설
읽은 기간 : 2016.07.09~2016.07.12
독서 후기
- 중고서점을 산책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 그저 눈에 확 들어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도 인상적인데
책을 처방한다는 말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과연 어떤 상황에서
책으로 치료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일본소설처럼
마음에 어떠한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책을 소개해주며
책으로 상처를 어루만지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묘한 궁금증이 일어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기괴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기묘한 청소년 소설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다고해서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기묘한 이야기였다.
먼저 이분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장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정원이야, 숲이야?'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에필로그야, 프롤로그야?'라는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장의 제목이 이처럼
둘 중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내 편이 아니면 네 편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듯한 질문이지만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을 발견할 때 즈음,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됨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일수 박에 없다는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이것이 될 수도 있고, 저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고,
더 나아가, 이것이면 어떻고 저것이면 어떤가라는 열린 사고를 가지게 했다.
이런 생각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책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책속의 캐릭터와 자신을 동화시키는,
소위 정신병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독서를 권하며 그것으로 책을 처방하는 것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잠시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중점을 두며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동화시키는 것에서 멀어지는 방법임을
제시하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책의 참 의미를
새롭게 전달하는 것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기괴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라
솔직히 말해 어떤 내용인지 잘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뒤죽박죽인듯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 사실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
인상깊은 구절
- 하지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나중에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줄 거에요.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