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루팡의 소식 (ルパンの消息)

저자 : 요코야마 히데오 (橫山秀夫/한희선 역)

출판사 : 비채

장르 : 소설/일본추리소설

읽은 기간 : 2016.09.14~2016.09.16

독서 후기

- 추석 연휴 기간,

 서울, 춘천, 대구를 오고가는 여정 가운데

 어떤 책을 가지고 가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고민 가운데

 나에게 늘 1순위가 되는 장르는

 추리소설이다.

 결국, 지난 번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적당히 두껍고,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64라는 책과 저자가 동일하기에

 이미 신뢰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다.

 표지에 떡 하니 붙어있는

 '다시 읽고 싶은 책 정가인하'라는 스티커에

 동의할 정도니까.

 다만, 이 스티커가 주는 표지의 껄끄러운 느낌은

 책을 읽을 때, 조금의 불편함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15년전의 고등학교 여교사의 자살 사건,

 그러나 그 자살 사건이 공소시효를 하루 남기고

 살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왔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타, 다쓰미, 다치바나라는 세 남자가 참고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그들이 계획했던

 루팡작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담은

 시험지 탈취 계획과,

 거기에 그 유명한 일본의 영구미제사건인

 속칭 '3억엔 사건'의 용의자와

 학교 관계자들간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며

 사건을 전개하나가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먼저 시간적 설정이다.

 공소시효가 24시간 밖에 남지 않은 사건이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 시간적 제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타와 다쓰미의 증언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그들이 사건을 추적하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시간적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다.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 책이라면

 긴장감과 더불어 긴박함이 절식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책 역시

 긴장감과 긴박함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다급하고 소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증언 속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다급함을 해결하는 멋진 설정이었다.

 또한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작가의 상상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멋진 조화였다.

 해결되지 않은 영구미제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박이라 생각한다.

 

 실제 사건이기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반면

 시시한 결말을 내리거나

 황당한 전개를 끌어갈 경우

 오히려 그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의 조합을 결말 맺으면서

 시시하게 맺어가지 않았고

 황당한 전개가 아닌

 가능성 있는 전개로 이끌어 가기에

 이 도박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건이 시작되는 부분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야

 추리소설적인 재미를 느껴나갔지만,

 기타의 증언으로 인해

 그들의 과거로 돌아갔을 때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소설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그 청춘소설 속에서

 사회의 문제를 절묘하게

 드러내며 문제임을 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파소설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중간의 회상부분과

 결말부분을 보며 마음을 울리는

 감성적 소설같은 느낌도 들었다.

 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가 너무 많아져

 산만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뼈대인 추리소설의 틀 안에서

 약간의 곁가지처럼 다른 장르의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서

 큰 기둥줄기를 두고 다른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나무와 같이

 이야기가 결코 산만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학창시절에는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찰서에서 취조를 당할 때에는

 서로 격리된 채

 증언의 엇갈림을 보이면서도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적당하게 보여주는 장면과

 일본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특유의 관행과 더불어

 64에서처럼 기자단들과의 관계

 또한, 취조 담당 형사와

 현장 형사의 적절한 역할묘사까지 생각한다면

 책을 보면서도

 수사드라마나 수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유난히 혼잡한

 추석 연휴의 이동길 위

 기차와 버스 안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동시간이 긴 여행과정을

 멋지게 해결해주는 이런 책을

 더 많이 발견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솔직한 두려움은

 그 책이 요코하마 히데오의 책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기도 하다.

인상깊은 구절

- 나쁜 짓만 하고 있으면 추억은 하나도 남지 않아. 그러면 시시하잖아. (p.440)

제목 : 예수와 함께한 가장 완벽한 하루 (A Day with a Perfect Stranger)

저자 : 데이비드 그레고리 (David Gregory/서소울 역)

출판사 : 김영사

장르 : 기독교/신앙생활일반

읽은 기간 : 2016.09.11~2019.09.13

독서 후기

- 지난 번에 읽었던 책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후속편이다.

 그 책의 주인공인 닉의 아내

 매티가 주인공인 책이다.

 신시내티에서 달라스를 거쳐

 턱산까지 이동해야하는 출장길에

 예수님을 만난다는 이야기다.

 출장길의 비행기 옆좌석과

 환승 대기 시간 카페에서

 그리고 다시 오른 비행기에서 옆좌석까지

 어떻게 보면 스토커같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연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과의 만남 속에서

 매티는 인생의 여러 문제를 상담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지난 번에 읽었던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보다 훨씬 더 잘 읽혔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가

 논리적으로 예수님의 존재를 설명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조금은 다른 접근으로

 감성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책일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스스로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시는 점이다.

 물론 중간에 매티가 자기 이름을 소개할 때에

 제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지만

 그것만으로 매티가 눈치를 채지 못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치 엠마오로 향하는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가

 깨달음을 얻고난 뒤

 예수님을 알아차리게 되는 듯한

 설정과 너무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우리가 만약 예수님을 실제로 만난다면

 이렇게 우리를 배려하시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남편인 닉에게는 그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지만

 예수님을 만난 후 변화된 닉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매티에게

 무턱대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믿음을 강요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시면서도

 따뜻한 말과 정성어린 상담을 통해

 그녀에게 다가가시는 모습을 보며

 과연 예수님이라면

 저정도 배려심을 가지고 계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만난 예수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그것이 부정적이지 않은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무조건 적으로 매티에게 강요하지 않음으로

 매티가 스스로 예수님을 깨닫게 되고

 매티가 예수님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불신자들 가운데에도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수님을 믿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했다.

 이 책 역시

 복음을 전하고자 생각하는

 그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믿음에 대해 상처가 있는 자들에게

 또한 믿음이 아닌

 다른 것들로 인해 아픔이 있는 자들에게

 위로를 건내며

 복음을 전하는 책이리라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인상깊은 구절

- "사람이 창조된 의도가 기독교에요.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교감을 나누는 거죠." (p.135) 

제목 : 사양 (斜陽)

저자 :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육후연 역)

출판사 : 인디북

장르 : 소설/일본소설

읽은 기간 : 2016.09.08~2016.09.10 

독서 후기

- 아내와 함께 중고서점에 들렀다.

 그리고 이 책을 발견하여 구입하게 되었다.

 인간실격, 달려라 메로스와 같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고나니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지극한 염세주의자인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 책을 읽는 나 역시

 부정적인 생각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물론 그 부정적인 생각에 동화되는 것이

 나에겐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고뇌와 좌절과 같은 감정들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 있어서

 읽어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를 인기작가로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알고 있었던

 다자이 오사무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글이었다.

 

 주인공인 가즈코의 모습에서

 전혀 좌절과 고민, 낙담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희망과 용기와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것들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 가즈코가 살아가는 현실은

 좌절과 고민, 낙담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다.

 아름답고 기품있으며 

 늘 유머러스한 재치를 발휘하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귀부인인 어머니와

 귀족이 싫고 평민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마약과 아편에 내 던지고

 끝내 그것을 이루지 못해 자살하는 동생 나오지처럼

 

 주변의 인물들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것들을 자아내기 어려운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가즈코는 그런 현실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삶의 부정적인 부분에

 혁명을 일으키며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어찌보면 결말이 해피엔딩처럼 느껴지는 가즈코의 삶이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나서도

 기타 다른 희망을 주는 책들처럼

 희망에 젖어들지 못했다.

 소박하지만 진실성이 느껴지는

 희망의 글들처럼

 나를 희망에 물들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무언가 어색하고

 무언가 막힌 듯하고

 답답한 희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 답답함에는

 민중들에게 스며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마약과 아편을 선택하고,

 끝내는 자살을 선택하는

 나오지의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가즈코가 희망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즈코가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오지와 친분이 있었던

 소설가인 우에하라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희망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과연 가즈코가 우에하라를 통해 발견하는 사랑이

 진실된 사랑인지 결단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첩이라도 상관없다.

 나의 아이를 나오지의 아이로 말하겠다는 등

 가즈코의 말들을 읽을 때마다

 왜 이런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고는 했다.

 우에하라와 교통하며 만들어가는

 쌍방향으로 연결되는 사랑이 아닌,

 그저 우에하라를 향한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집착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 느껴지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글들과 비교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다름이 확실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희망이

 공감가는 희망이 아닌

 그저 희망이라고 고집스레 말하는 희망,

 즉 희망이라고 외쳐대는 발악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글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글들과

 일맥상통하는 글일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나니

 다른 글들도 궁금하다.

 다른 글들도 읽어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 "세상은 알 수가 없어.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모두 아이란다. 아무것도 알지 못해."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