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참 묘한 지점에 와 있다. 한쪽에서는 천천히, 신중하게, 느리게 하고 싶어 하는데 ’왜 더 빨리 하지 못하느냐’라며 채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하려고 너무 서두르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낸다든지, 조급증과 강박증이 서서히 스트레스로 쌓이고 그것이 치명적인 병을 부른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두 갈래의 길목에서 그래도 둘 중에 더 어려워진 것이 있다면 느림이다. 걷기는 느림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걷기로는 그의 2~3배까지 걸리니 말이다. 

그런데 참 웃긴 건 걷기를 즐기라고 하면서 자동차나 도로의 면적은 통계치로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걷기의 첫걸음을 떼고 즐거운 습관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을 이 책에서는 다양하게 알려준다. 특히 뇌과학자인 저자 오시마 기요시(80) 씨는 걷기를 뇌와 관련지어 이야기하니까 이모저모 논리적인 이해가 앞서고 이후 색다른 호기심이 생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걷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명확한 사실이고 한 번 "걷는 즐거움에 눈뜨면,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발병 난다" - 1장 들어가기 전, 오시마 기요시 

간판을 보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책제목을 보면 해당 책이 어떤 책인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단지 이 책은 제목 자체만을 보고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는 것의 원리를 대략 알면 책에 더욱 신뢰가 가고 내용이 궁금해질 수 있다. 책제목에서 궁금해지는 것들-걷기의 효과, 걷기와 뇌의 관계, 걸으면 왜 뇌가 젊어지는지, 젊다는 것은 무엇인지 중에 몇 가지만 책을 뒤져서 알아보려고 한다. 그밖에 세부적인 내용인 걷기의 효과, 걷기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특별한 사계절 걷기 누리기, 걷기가 즐거워지는 12가지 비결은 직접 만나보기를 바라며. 일본서들이 그렇듯 문장과 문단이 짧고 명료해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오며 가며 읽기 수월하게 구성되어 있다.

먼저, 왜 걷기가 뇌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지 잠깐 책내용을 살펴보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정보가 다리 근육에서 신경을 통해 대뇌신피질의 운동을 관장하는 감각령에 도달한다. 뇌로 향하는 정보 전달은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두 발로 걷는 동안, 뇌와 다리 사이에서는 복잡한 신호 교환이 쉴 새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걸음을 걷더라도 자신의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며 걷고 있는지, 노면은 안전한지, 경사도는 어떤지 등등... (...) ... 또한 사람이 걷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고, 손을 흔들며 균형을 취하고, 피부로 공기의 온도를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야 한다. ... (...) ... 걷는 동안에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 28-29쪽

저자가 뇌과학자이자 의학박사이므로 기본적인 사고는 뇌중심이다. 그래서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는 것의 원리는 간단히 얘기해서, ’걷는다 -> 뇌자극 -> 걸으니까 몸이 건강해지고, 뇌가 자극받으니까 행복하다’이다. 책에는 더 풍부한 뇌와 걷기 정보가 담겨 있다.

마음은 바로 뇌다. 즉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모두 뇌에서 생기는 것이다. - 134쪽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때는 마음(뇌)이 평온할 때이기도 하다. - 135쪽

걷기는 비움과 같다.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걸어야 비워지고 비우면 조급증과 강박증도 자연스레 치료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결국 걷기는 빠름과 느림의 갈림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습관이자 취미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싶으면 일단 걷자. 그래서 젊음을 오래오래 누리자. 

확실히 요즘은 정보가 홍수같이 쏟아지는 시대이며 동시에 속도의 시대이기도 하다. 정보는 외부에서 쏟아지는 거니까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건데 속도는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배우지 않은 것도 척척 알아서 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모범적인 교과서를 신봉하는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그렇지 못하다는 걸 나는 안다. 특히 근시안적인 시각에 비추어보아 이전 세대의 가정교육의 틀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면 그것도 안될 일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지 않았던 평범한 가정에서 전업주부인 어머니한테 배울 수 있는 조직사회의 룰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여성의 품격>의 필요성은 더해진다.

이 책과 약간 별개의 얘기이긴 한데 짧고 유머러스한 소설도 그렇지만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도 일본서적이 정보의 홍수만큼이나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으며 인기도 아주 그만이다. 잠시, 무엇이 일본사람들이 지은 책을 끊임없이 많이 읽도록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이 책도 일본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 '반도 마리코'가 지은 자기계발서이며, 문장이 짧아서 쉽게 읽힌다. 부제-여성의 품격을 높여주는 생활법칙 66에서 알 수 있듯이 다각도에서 바라본 품격 있는 여성을 위한 조언서이면서 각 장이 더 잘게 쪼개져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퇴근시 그리고 회의나 식사 전후에 끊어 읽기 쉽도록 구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전체가 글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면을 차지하는 그림이 간간이 있어서 여유가 있다. 고급스러운 골드 띠지와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품격 있어 보이는 표지는 덤으로 외부에 드러내놓았을 때 약간이라도 센스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굳이 남성의 품격과 다른 여성의 품격이란 주제로 책을 펴낸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합류할 조직의 룰은 그동안 남성들이 형성해온 조직의 룰과 그들만의 품격을 그대로 좇지 말자는 의미라고 본다. 남성조직의 룰을 폄하한다기보다는 좋은 것이 있으면 안 좋은 것이 있을 터, 그것까지 좇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거칠고 저속한 말을 쓰고 약자를 다스릴 줄 알아야 왠지 강해보이고 강해보여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여성마저 남성의 전철을 밟으며 권력지향, 배금지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능력 있는 여성'을 지향해 유능한 수완가들만 늘어난다면 그건 서글픈 일이다. (...) 내 가족의 행복만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구적인 차원에서 여성의 품격이 요구되고 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말 그대로 강하면서도 거기에 더해서 어머니가 자식을 품는 마음과 같이 좀 더 포용력 있고 현명한 여성상을 바란다는 말인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 가지고는 현실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이런 것들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고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이 참 적절하다. 더구나 우리보다 경제위축기를 먼저, 오래 겪은 나라의 경험자답게 약간의 연륜이 배어 있는 것도 같다.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저 여자는 사실 한심한 인간이라며 끌어내리는 심술궂고 비겁한 사람이 되지는 말자.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악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결점을 감추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일이다." -80쪽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겠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일을 맡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품격 있는 여성 직업인이 양성된다고 나는 믿는다." -195쪽

각 chapter의 대강의 구성은 '매너와 품격 / 품격 있는 말과 말투 / 옷차림 / 생활 / 인간관계 / 행동 / 삶의 방식'이다.

얇고 만만해보이는 책이다. 그렇다고 얕봐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금방이라도 책장을 추르륵 넘겨보면 보통 사람인 나로서는 흉내낼 수조차 없는 다양한 색의 조화와 번짐이 풍부한 수채화가 독자의 눈을 반긴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 나여서인지 순간 미묘한 감정의 꿈틀거림과 희한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글자가 있기 전에 그림이 있었다고 하던가. 미묘한 감정의 꿈틀거림이란 그림을 보고 느낀 내 본능적인 감정인 것 같고, 희한하다는 느낌은 '이 사람, 왜 이런 그림을 그렸지?' 그런 물음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까 화가란 예술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이렇듯 담담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릴 턱이 없고, 그린다고 하더라도 습작에 지나지 않을 테니 내가 볼 일이 없는 것이다.

<브라보 내 인생>은 손문상 씨(44)가 펴낸 화첩 산문집이다. 손문상이란 분은 시사만화가라고 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신문을 잘 보지도 않을 뿐더러 이 책의 원조가 되는 '화첩 인터뷰'는 이제껏 부산일보에 실렸던 것들이란다. 희한하다는 내 첫느낌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듯 신문이란 곳의 지면에서 만날 수 있는 신문의 논리에 맞는 사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보통 경쟁의 논리에 물든 우리들은 80:20의 법칙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에 조직 내 2명의 잘난 사람이 8명을 먹인다는 의견에 선듯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손문상 씨는 붓을 들고 8명의 선하고 강직한 사람들, 따스한 사람들-비범치 않아서 비범한 (...) 거창한 명분과 대의가 없이도 삶을 기어이 살아 내고 있는 이들이(여는 글 중에서) 세상을 이끌어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다수이면서 소수자인 그들의 이야기가 곧 다가올 한겨울, 일과 가정사에 지친 어깨와 손을 녹여줄 것만 같다.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일 겸 찾아든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 안이나 군고구마 파는 아저씨의 손난로 옆에 다가서는 기분으로 손문상 씨의 화첩 산문집을 만나보자.

화첩 산문집과 함께 한 나도 조금은 소소한 일상의 맛을 알 것 같고,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인터뷰 요약글과 그림으로 만나보았으니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도 한 번쯤 눈을 돌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본다. 언젠가는... (부산에 가서 대구탕 한 그릇 하고 싶다)   ^^

책의 표지는 그림을 감상하기에 넉넉한 크기다. 책표지를 위로 하고, 슬그머니 책을 90도로 기울이고는 책표지 위로 두 손바닥을 편안하게 내려놓으면 딱 표지를 감쌀 정도가 된다. 참! 이 책 뒤쪽에 소설가 김곰치 씨가 쓴 약 25쪽 분량의 재미난 인터뷰 글은 이 책의 별미 중의 별미다. 김곰치 씨와 손문상 씨는 형-아우 사이 같은데 김곰치 씨가 손문상 씨를 인터뷰한 글-재능보다 깊은 세계의 첫 문단부터 완전 웃겨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평소 그를 '형'이라 부르지만, 이 글에서는 떼 버린다. 손문상, 이 사람이 말야,

이런 식으로 하겠다. 막 나가는 이유는? 이유 없다. (...)

오늘만은 맘껏 흔들고 걸고 퉁기고 해 보겠다. (87쪽)

너무나 유쾌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사람' '언론' '삶의 철학'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나도 유쾌한 김곰치 씨처럼 손문상 씨에게 막 나가보면 안.. 될.. 까..

나는 그가 단단하기를 바란다.

(...)

다시 한 번 올해 손문상은 열심히 화이팅! (111쪽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