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리허설이 없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이왕이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작은(어찌 보면 큰) 소망을 안고 이 책 <How to be happy(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를 만났다. 어라? 생각보다 무척 두꺼운 책이다. 재질은 튼튼하다. 다행인지 책 맨 뒤쪽에 영문으로 깨알같이 쓰여진 주석의 분량이 꽤 된다(36쪽 정도). 좋은 책이라면 굳이 분량을 재고 따지며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지만 어쩐지 '행복해지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자리 잡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인지 심리학 저서다운 배려심을 발휘하여 차례에 들어가기 전 '여행'이란 시 한 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서서히 알게 되었습니다. 늘 곁에 있던 그 목소리가 바로 자신의 것이었음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시적인 생각인지 몰라도 이제야 나도 행복을 제대로 연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또 나를 괴롭히는 머리말... 말... 무려 12쪽이나 된다. 이 책이 어떤 책이고 어떤 구성을 이루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등. 심리학자다우신 염려도 미리 해주신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고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싱겁고 뻔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이 책은 18년째 '행복'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긍정심리학 분야의 여성학자 소냐 류보머스키의 과학적인 행복 연구 논문이며 동시에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는 책이다. 주석이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학적이라 함은 대개 심리 쪽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법인데 이분은 끝까지 파고들어서 경험적인 연구의 성과를 과학적 지식의 반열에 올려놓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대략적인 책의 구성은 이렇다.

part 1. 행복의 과학 ...행복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개요

part 2. 열두 가지 행복 연습 ...구체적인 행복 연습 방법

part 3. 행복을 지속시키는 다섯 가지 비결 ...정리 차원에서 다시 한번 행복을 '지속시키는' 비결을 요약해서 알려준다. 이 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잠깐 그치고 마는 행복이 아니라 평생 지속하는 행복이다. 그를 위해서 우리의 노력(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론(補論 :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빠진 곳을 보유한 논의)_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지혜 ...아무래도 우울증의 정도가 심한 분들에게는 앞선 전략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실은 것 같다. 굳이 일반 3,000쪽이 넘는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보론'이란 용어를 써야 했나, 조금 아쉽다.

다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유전적 설정값(50%), 의도적 활동(40%), 환경(10%),  대략 이 3가지 요소의 이러한 퍼센티지라고 한다. 이 중에서 우리는 의도적 활동, 즉 내가 의지를 가지고 가꾸고 변화할 수 있는 나의 행동과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외부적 요인인 환경은 10%를 차지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현실에서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어서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각종 오해를 풀어주고 유전적 설정값도 결국은 조건이 주어져야 발현된다는 연구 결과를 알려주면서 어떻게든 행복은 연습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득한다. 결코 쉽지 않다는 조언도 빠짐없이 챙긴다.

당장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급한 사람이나 우울증과 같은 기타 심리적인 문제가 깊은 분한테는 이 책이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말했다시피 분량과 이론적인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차분하게 읽고 몇 개월에 걸쳐서 실제 연습해 보고 안 되면 이 책에서 말한 12가지 전략 중에서 다른 방법도 써보고 하면서 노력에 따른 대가로 행복에 기꺼이 다다르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책 뒤표지에 적힌 문구-'긍정심리학 연구의 최종 결론!'-가 과분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치밀한 한 편의 장편 연구 논문을 보는듯 했고, 어찌나 치밀하고 행동전략이 다양한지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는 행복연습장이었다. 오래 곁에 두고 나의 행복 지도서로 남겨둘 작정이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결국 바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73쪽)

시중에 나와 있는 행복해지는 조언을 해주는 책은 많지만 잠시 위안을 주는 책을 볼 것이냐,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끈질기게 적용해볼 책을 볼 것이냐는 독자의 몫이다. 잠시 위안을 주는 책도 나쁘지는 않다. 이 책에는 별의별 전략이 다 나와 있어서 '행복해지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이것도 독자의 해석과 선택을 기다린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내용 중 하나인데 행복 전략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맞춤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天堂蒜苔之歌 1·2 / 모옌莫言(본명 : 관모야管謨亞) /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 / 295쪽(1권)·272쪽(2권) / 각 권 9,000원

 

역사를 돌아볼 때도 만약이란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만약 내가 이 책 내용을 미리 전부 꿰고 있었다면 이 책을 재미있겠다며 읽고 싶다고 "저요~저요~" 외쳤을까? 글쎄...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전2권)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시기 이후(개혁·개방화 시기)인 1980년대 중반 이후, 작은 농촌마을 티엔탕 현에서 벌어진 마늘종 봉기 사건 전반을 들여다본 일종의 사회비판소설이다. 물론 내용은 다큐멘터리나 르포 소설이 아니라며 ’전부 순수한 허구이며 만약 불행하게도 현실의 어떤 사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이며 작가는 이 작품 문맥의 지정석에 우연히 자동적으로 참석하게 된 자의 심정이나 건강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2권-263쪽)’는 경고 문구를 친절하게 책 맨 뒤에 덧붙여 두고 있으나, 간혹(사실은 자주)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말을 상기해 보면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을 닮아 있다. 

원래 농민은 가공을 거치지 아니한 가장 1차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스스로 주인이었으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비참한 지위로 전락했다. 사실은 농민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참한 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닌데 문제는 관리자들의 부정과 부패이다. 여기서도 티엔탕 현의 위원회 부서기와 현 정부의 현장 종웨이민 등 관리자들은 농민의 이익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뒷문으로 마늘수매를 해버리고, 별의별 명목으로 세금을 걷어들인다. 돈이 없다고 하면 마늘을 빼앗다시피 해서 거둬들인다. 팔리지 못한 마늘은 사방에서 썩는 냄새를 풍기고 농민의 삶도 점점 썩는 냄새를 풍긴다. 그리하여 농민과 관리자의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로 소설 전체에 묘사된 농민의 삶과 그들의 모습은 비참함 그 자체이다. 관리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빼앗아가고, 벌주고, 잘 먹고 잘 산다. 농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 와중에는 원해서 가담하게 된 것도 아니면서 잡혀간 마흔 살 농민 까오양도 있고, 삼환친(三煥親 : 세 가정이 서로 혼인을 약조하고 상대방 규수를 맞바꾸는 식으로 맞아들이는 혼인제도)의 희생량이 된 진쥐를 사랑하여 당당히 성인의 혼인방식을 들이미는 농촌 총각 까오마도 있다. 책표지에 제 몸집보다 큰 마늘을 짊어지고 가는 보이지 않는 농민의 모습이 책 속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까 문화대혁명은 중국에서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주도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도 못하는 법인데 후대의 다른 평가가 어찌 되었든 ’극좌’라는 글만 보아도 이 시대의 중국이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저자 모옌(52)은 이러한 혼란한 시기에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생 이후를 농촌에서 보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일치한다. 저자 나이 서른둘인 1987년에 창작하기 시작해 이듬해인 1988년 봄에 출간했다고 하니 작가의 영감이 부르는 대로 상당히 빠르게 써내려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아직 소련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두 체제가 대적하고 있던 시기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때에 이런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썼다는 것은 광대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대해선 책 가장 앞쪽 ’작가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소설가의 비극이라든지 문학 고유의 독립된 지위라든지 문학과 현실의 관련이라든지.

     "새로운 세기에서는 이처럼 자극적인 사건으로 내가 다시 이런 식의 소설을 창작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2007년 8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모옌 ’작가의 말’ 중에서

가까이 마주친 사회를 고발하고 꼬집고 비판하는 소설이어서 쓰기도 쉽지 않았을 거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읽기도 쉽지만은 않다. 2권을 중반 읽을 즈음해서야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니 말이다. 거기다 이 소설은 이야기의 줄거리보다도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문장, 하나의 문장 내에서도 사회문제의 배경이나 전체상을 엿볼 수 있는 해석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다소 과격한 문장도 보이지만 상징과 묘사가 뛰어난 소설이다. 농민의 지위와 관리자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현실비판소설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독자를 향해 외치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있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쉽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2권, 86쪽

 

* 중국번역소설은 어느 소설을 막론하고 유난히 오타가 잦은 편이고 어쩐지 쏙쏙 내키는 문장은 아니다. 뭔가 더 원인이 있겠지만....아무튼 별을 너무 적게 줬나 싶기도.

나도 참 웬 오지랖이었는고.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지푸라기조차 없는데 괜히 중국제 값싼 물건들이 많이 보여서, 앞으로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훨씬 강대해질 것 같아서 중국이란 나라를 엿보고 싶었다.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는 2006년 4월 28일부터 2007년 3월 2일까지 거의 1년간 한겨레신문의 ’18도’라는 섹션에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란다. 당연하게도 신문에 연재했던 그대로는 아니고 사진과 글을 알맞게 추가하고 덜어냈다고 하는데 글은 내가 신문에서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 없고 사진은 무척 풍성하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보는 게 아닌가, 하고 착각하기도 할 만한 것이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쪽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약간 산만한 게 흠이다. 그렇지만, 글은 알다시피 신문에 연재된 글이 아닌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듯 구성이 그렇다고 해서 글까지 잡지에 어울리는 글은 아니라는 말이다. 앗! 글쎄... 저자 황희경 님은 남자분이셨다. 어쩐지 여는 글 마지막 부분(두 아들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먼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2007년 11월 20일 부산에서 황희경)을 대충 읽고 앞쪽을 읽어나가는데 문장이 약간 명확하고 박진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거기다 OO대학교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이시다.

총 2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중국의 이모저모인데 각 장의 끝부분에는 ’Zoom in’, 즉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있다.

황희경 님이 중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중국 고전에 빠져들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까 ’고전’하면 ’중국’이 딱 떠오른다. 그리고 고전이라고 하면 대체로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중국이 연상되는데 역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중국도 변하고 있더라’를 예리하게 두루두루 맛깔나게 이야기해주신다.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책 뒤표지에 적힌 이 책에 대한 평가 중 이승열 님의 글을 여기에 적고 싶다. 왜냐하면, 중국쪽에 깡통수준인 내가 아무리 책의 내용을 일부라도 이야기하고자 하고 내 느낌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너무나 단편적이고 짧으니까.

  "중국의 단면에 익숙한 우리에게 필자는 입체서라운드로 ’중국’을 들려준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와 예술 그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요리해서 멋진 만찬을 차려 내는 필자의 솜씨가 매력적이다." - 이승열(SBS 보도제작국장)

입체서라운드까지는 약간 오버한 감이 있고 내가 봐도 저자의 경험과 지식, 지혜의 너비와 깊이가 다방면을 섭렵하며 곳곳에서 공부하자고 손짓을 하는 것 같긴 했다. 말 많은 중국의학에 대한 루쉰의 불만, 중국의 ’무협경제’ 활황, 중국차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 공장지대가 예술구로 변화하는 과정, 저자가 그토록 만나뵙고 싶어했던 중국 노학자를 ’병법’을 몰라서 생전에 만나뵙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연 등은 재미나다.

  "중국차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사실 차 맛을 잘 모른다.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루쉰이 말했지만 너무 섬세하고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망하는 징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너무 좋아하면 집안 재산 다 말아먹고 찻잔 하나 남는다는 말도 있다." - 220-221쪽

  "우연히 그분에 대한 일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20년 전부터 그렇게 거절했다는 것이다. 아뿔싸. 어떤 사람이 원고청탁을 하러 찾아오면 언제나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한 손은 주먹 쥔 손을 감싸 가슴 앞에 모은 자세(무협영화를 보면 많이 나오는 자세)로 미안함을 표시하면서 나에게 했던 대로 갖가지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 - 191~193쪽

뜻밖에 루쉰이니 마오쩌둥, 덩샤오핑, 무협소설 작가들에 관심이 가고 <아큐정전>, <홍루몽>, <서유기>, <사기> 등이 읽고 싶어졌다.

한중수교를 수립한 지도 벌써 올해로 15년 째를 맞이하고 있다. 소집단 안에서도 쩔쩔매는 나 같은 사람은 세계화에 발맞추려면 어쩌고... 앞으로 강해질 나라의 변화에 발맞추어 어쩌고...., 가 과연 나의 앞으로의 사고와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나라 중국의 변하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모습을 알아두고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는 건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직격폭탄을 맞지 않는 지름길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