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보면 중세시대에 금서를 지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수도사의 이야기가 나오고,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 [밑줄긋는 남자]를 보면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에 밑줄그은 이를 찾고 결말에 가서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학과 철학, 혹은 영화나 시사이야기등에 도서관은 등장한다. 도서관은 그야말로 현문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인류는 문자의 발명으로 타 유인원과 차별을 두었으며, 문자에 이어 기록을 남겼으며 종이와 인쇄술을 발달로 도서관이라는 것이 탄생되었다. 책이 모든 문명의 기원이 된 만큼 거기에 얽힌 도서관의 발달과정도 가히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책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는 그런 도서관의 발달 과정과 에피소드를 쓴 책이다. 도서관의 생성 후 문제가 되는 것은 분류의 문제. 책이 속하게 되는 범주에서부터 책이 꽂히는 순서, 도서대출 목록작성법 그리고 전산화가 되어있는 현재까지의 이야기들을, 이슬람 서적문화와 기독교 서적의 정리등이 실려있다.

“굶주림과 추위 앞에서도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발터 멘야민은 미완성으로 끝난 한 권의 책을 위해 목숨을 내걸었다. 하지만 벤야민은 점점 기승을 부리는 파시스트를 피해 자신의 기념비적 작품 [아케이드 프로젝트 (파사주론)]의 원고를 싸들고 피레네 산맥을 넘기 이미올전에 소장하고 있던 책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책풀기’라는 수필에서 그는 책을 하나의 물건으로 바라보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상자에서 책을 꺼내 책꽂이에 꽂으면서 그는 물건으로서의 책의 진정한 면모를 발견한다. 이에 대해 그는 “책 수집가가 볼 때 책의 진정한 자유는 책꽂이에 있다,”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책의 보편성은 흐릿해지고, 대신 책마다의 고유한 개성이 부각된다. Page 280

책을 많이 보든 적게 보든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책을 읽으면 우리가 무심코 찾는 도서관에 이런 소란스럽고 야사가 많은 이면의 모습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해 볼 수 있고, 더불어 책에 대한 더 많은 애착을 갖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처음 서고에서 길을 잃은 이후로 와이드너 도서관의 책들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도서관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나 역시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말 그대로 헛된 공상에 불과하다. page 281

나이들어 살다가도 하얀눈 내리는 밤에 화롯가 옆에서 호랑이와 곳감이야기를 듣고 싶을 만큼의 “순수”를 그리워할 때가 있고, 반지를 찾아 떠나는 호빗과 반지 때문에 싸우는 골룸의 이야기에 환타지를 느끼며 상상속으로 빠져들고 싶을때가 있다. 꼭 그럴 때만은 아니더라도 가끔 아무 생각없이 순수와 환상으로 빠져들고 아무생각 없이 고르는 책이있다. 그런 책이 동화가 아닐까? 동화는 말 그대로 “아동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책을 가끔씩 집어 들곤 한다. 예전에 느꼈을지도 모르는 순수와 환타지를 꿈꾸며… 하지만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그런 순수와 환타지를 동경하여 고르게 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벽으로 드나드는 설정까지는 환타지와, 비스므레하게 억지로 가공을 첨가하지않은 말도 안돼는 순수에 접근할 수 있겠지만 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결코 아무것도 아닌 그냥 단순한 인간이다. 그런 단순한 이야기로 인간의 내성과 본성에 접근한다.

마르셀 에메의 소설집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까지 5개의 짧은 소설로 엮여져 있다. 소설 하나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파리 몽마르트르 오르샹 가 75번지 2호의 4층에 매우 선량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뒤티유욀이라 불리던 그 남자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하나있었다. 마치 열린문으로 드나들 듯이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고 벽을 뚫고 나가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코안경을 끼고 짧막한 검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등기청의 하급 직원이었던 그는 겨울이면 버스를 타고 통근했고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중산모를 쓴 차림으로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본문 도입부분에서..]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편에서는 도입 부분처럼 그냥 평범한 남자가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 남자는 그 능력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를 골탕 먹일 계략으로 이 능력을 사용하고 그에 재미를 붙이게 되어 다른 곳에 남용하게 되고 극기야는 벽안에 갖히게 된다. 평범한 인간이 무념으로 살고 결국은 갖혀버리는 인간형을 이야기 한것이다.

그 밖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잉여인간 ( 소설속에는 나이가 들거나 혹은 생존 경쟁속에서 아무런 도움과 필요가 없는 인간형) 들에게 그들의 생존시간을 카드로 계산하여 생존시간을 부여하고 그외의 시간동안은 죽은자로 살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존시간을 부여받고 한정된 삶을 사는 사람이지만, 그 새로운 세계에서도 여전히 약육강식과 권모술수가 생겨난다.

그 다음은 아이들의 무의미하게 아이들의 좋은성적만 기대하는 [속담]편이 있고,
아이들이 바랜다고 거금을 들이고 무턱대고 물건을 사 주려하던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칠십리 장화]
죽은후 지옥행으로 가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한번더 기회를 얻어 현세에 내려와 지옥의 업보를 벗어 보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천국에 간 집달리] 등이 이책에 소개되어있다.


마르셀 에메의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다른 동화들 마냥 순수와 환타지를 넘다든다 하지만 그속에 숨어있는 아비 규환적으로 처절하게 울부짖는 인간 내면을 고발하는 이야기는 그리고 결말속에 남겨두는 허무의 여운은 그냥 동화가 아닌것이다.

도시의 꽉 막힘이 답답하고 그 답답함이 가슴속까지 짖누를 때 주위를 돌아보고 돌파구를 찾아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난다. 떠나고자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찬바람이라도 맞고 싶어서, 머리아파서, 자연을 보고 싶어서 등등이며 떠나는 작태도 다양하다. 음악 빵빵 울려대며 자동차의 모터를 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두발로 걸어서 혹은 두발로 패달을 밟아가며, 무거운 봇짐 가벼운 봇짐, 가벼운 의식주를 꾸리는가 하면 그냥 부딪히고 보자는 식의 돌발형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로 개인성을 보인다. 그렇다 여행이라는 것은 다분히 개인성의 형태이다. 선호하는 장소를 향해 출발하는 시점부터 개인성이 다분히 드러나며 공감하고 경험하는 것들도 모두 개인성을 역력히 보여준다.

이렇게 천태만상인 형태를 가진 여행이라는 주제를 알랭드보통의 [여행에세이]에서는 좀더 철학적이고 좀더 여행에 대해 근원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출발 (기대에 대하여,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동기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호기심에 대하여), 풍경(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숭고함에 대하여,) 예술(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귀환(습관에 대하여)등 5가지 주제별로 각각의 꼭지에 대해서는 장소와 안내자를 설정하여 주인공이 되어 서술하고 있다. 가령 기대에 대하여라는 꼭지에서는 장소는 “런던 해머스미스”와 “바베이도스” 그리고 안내자는 “J.K. 위스망스”,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해서는 장소는 “프로방스”이고 안내자는 “빈센트 반 고흐” 이런식이다.
각 주제별로 심도있는 내용을 서술하였는데 이는 00공항에서 00행 비행기를 타고 00공항에내려 0번버스를 타고 00분간 나타나는 서기 몇 년도에 건설된 다리를 찾아 떠나는 식의 여행기와는 사뭇 다른 여행지에서 보게되는 간판하나에 이국적인 것을 느끼도록 설명하는 에세이이다.


기대에 대하여 중에서 : 그림과 말을 동원한 장소 묘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자신을 잊기 쉽다. 집에서 눈으로 바베이도스의 사진들을 훑어보고 있을때는 그 눈이 나의 몸과 마음에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몸과 마음은 내가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 여행하고, 시간이 지나면 눈이 그곳에 온 목적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부정해 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내세울지도 몰랐디. 집에서 호텔이나 해변이나 하늘을 찍은 사진들에 집중할 때는그런 관찰을 하고있는 복잡한 생물을 무시 할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생물에게 그런 관찰은 살아간다는, 더 크고 더 다면적인 과제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Page 34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중에서 : 따라서 나는 그 장면이 내 기억 속에 고정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어느 날 오후 중반 런던에서 여러 가지 근심으로 마음이 짓눌린 상태에서 교통 체증에 걸려 있는데, 그 나무들이 나에게 돌아왔다. 수많은 모임들과 답장을 못한 편지들을 밀쳐내고 내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차량과 군중을 떠나, 이름은 모르지만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분명하게 보이는 나무들에게로 돌아갔다. 이 나무들은 내 생각들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을 제공했다. 이 나무들은 근심의 소용돌이로부터 나를
보호했고, 그날 오후 나에게 거창하지는 않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주었다. Page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