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 [정성일 엮음] ★★★★☆
내가 처음으로 김기덕의 작품을 접했던 것은 수취인 불명이었다.
수취인 불명에서 아메리컨 드림을 꿈꾸던 창국모, 그리고 그 꿈의 산실인 창국 그리고
본토로 돌아가버린 창국아버지 미군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쓰는 여인과 그 여인을
사랑하는 개장수, 혼혈아로 놀림받고 세상을 등져야 했던 창국, 그리고 한쪽눈을
잃어버리고 마음까지 닫아버린 은옥과 그녀를 치료하려던 미군등의 등장모습에서
난 확연히 명시된 주제(미군의 점령하에 있던 우리민족의 슬픔과 떠나버린후에 남겨졌던것들에
대한이야기)나 그속에 있던 폭력이 우리모두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다. 그리고 김기덕에 대한 영화 나쁜남자와 해안선, 봄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봄..등으로 계속 그의 작품을 보았지만 난 사실 고백하자면 수취인
불명과 같은 확연한 주제를 찾지 못하였고 오히려 그의 작품을 보면 더 볼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온 이 시대 인물
읽기시리즈중에 김기덕을 읽기로 하였다 (행복한 책읽기의 인물시리즈는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그리고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 이렇
게 3권이 나와있다. 난 김기덕과 마찬가지로 장정일과 노무현도 읽을 생각이다)


인물시리즈의 제목 (화두나 혹은 코드, 상식 혹은 희망, 야생 혹은 속죄양)등에서 인물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한 것과 같이 이 책도 김기덕을 야생을 보아야 하는가 속죄양으로
보아야하는가를 화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책에는 김기덕의 유년시절 아버지와의 관계,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를 졸업 한채로
공장등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이유, 그리고 해병대에 입대했던 이야기. 유럽을
방랑하며 그림을 그렸던 시절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난 그의 이런 생활배경 때문에
그가 야생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가 그의 영화에서 그만의 악을 그린다
하여 속죄양으로 보고싶지 않다. 물론 남다른 인생배경이 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기반이 되었을지언정 그를 야생으로 보고 속죄양을 보는 것은 그를 논하는 우리들이
그에게 그어놓는 한계선인 것이다.
그밖에 이책에서는 왜 김기덕인가? 라는 정성일씨의 이야기, 김기덕 스스로 고백하고
스스로 글을쓴 인터뷰와 자필수고, 그리고 작가론과 장정일과 김기덕 대담. 그리고
악어부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까지 그이 작품론, 그리고 배우 스태프들이
말하는 인간 혹은 감독 김기덕편이 들어있다.


이책을 읽고 김기덕 감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더 이해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어린시절을 알았다해서 내가 그에 대해 호평을 한다던가 혹은 혹평을
한다던가 하지는 않을거 같다. 그를 알게된 이후 얼마전에 보게된 그의 초기작품
[섬]에서 (책을 본후 의도적으로 [섬]을 보았다) 그의 작품 요소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 섹스에대한 방광적 자세 등) 이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난 그가 표현한 고독, 악 또는 그에대한 한을 괴로워하며 보았고 그리고 여전히 내
뇌리에 젼율하는 피흘림에 괴로워했다. 그의 작품성향이 변하지 않는한은 항상
이런 감상일거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관건으로 삼은 것은 이시대의 인물읽기에 김기덕편이 들어가 책이
엮어졌다는 점. 그리고 내가 보다 객관적으로 김기덕을 볼 수 있었으므로 이 책에서
느꼈던 것을 노무현과 장정일 읽기에서도 느끼고 생각할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점이며 이책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

타인의 고통 By 수잔 손택 ★★☆

1994년 [소녀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독수리]라는 제목으로 케빈 카터가 찍은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은적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았던 나는 소녀가 죽기를 기다리던 독
수리 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사진작가를 더 미워했다. 물론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고 독수리를 내쫒아 소녀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진은 당연히
퓰리처상이라는 영광과 이면에 세상의 질타를 주었고
마침내 그 작가는 3개월 이내에 자살을 하였다. 작가는 소녀의 고통을 도구로 삼았던 자신을 용서할수 없어 결국 자살로
자신을 용서하였음에 틀림없다.


난 이책 [타인의 고통]을 읽으면서 과연 수잔손택이 글 속에서 처럼 진정 타인의 고통을
느꼈는지 의심스러웠다.
물론 그 사진작가처럼 자신의 회의하여 자살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온 작가”
라 불리우는 수전 손택은 이 책안에서 사상이라는 측면과 고통의 이미지를 발살하려는
두가지 목표 둘 모두에 대해서 미미한 모습을 보인다.
냉전시대 종식이후 사상의 차이라는 도구로 더 이상 전쟁은 사라질 거 같았지만
새로운 그때의 제국주의자들은 경제라는 도구를 다시 들고 나와 전쟁을 일으킨다.
물론 그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은 늘 그렇듯이 고통받고 있는 일반대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가 보았던 걸프전이 그러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러하였다.
하지만 수잔 손택은 이러한 신제국주의자들의 실랄한 비판 보다는 한발 물러선
모습에서 전쟁에 희생되어 고통받고 있는 모습들을 드러내러 했으며 (물론 미국의
911 사태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반이성적인 모습과 테러에 대한 비판의 내용은 간헐적으로 나타내지만)
전쟁사진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에 대한 내용도 비판하였지만 과연
그녀로서 버지니아 울프를 비판할수 있나 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실상 울프가 마음속에 그려본 이 사진들은 전쟁이, 가령 위에서 말한 전쟁이
무슨일을 빚어 놓았는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 사진들은 전쟁을 수행하는 특정한 방식,
그러니까 민간인들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흔히 “야만적”이라고 묘사되곤 하는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Page 26]


하지만 전쟁의 본질에 대한 그녀의 비판에 반하여 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며
미국의 전쟁 발발을 비판한 내용에서 일격을 가하는 그녀의 비판 내용에서는 그녀와의
공감을 얻을수 있었다.

[전쟁이 점점 더 적을 추적하는 정밀한 광학 장치들로 수행되는 행위가 되어갈수록, 전선에서
비군사적인 목적으로 카메라를 사용할수 있는 조것도 더 엄격해졌다. 사진없는 전쟁,
즉 1930년 에른스트 윙거가 관찰했듯이 저 뛰어난 전쟁의 미학을 갖추지 않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와 총, 그러니까 피사체를 “쏘는”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윙거는 이렇게 썼다. “위대한 역사적 사건을 매우
꼼꼼히 보존하려는 행위와 자신이 지닌 무기로 적들의 위치를 정확히 몇 초, 몇 미터
단위까지 추적해 그들을 섬멸하려는 행위는 모두 똑 같은 사고방식에서 수행된다.
”오늘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이모델의 확장된 형태이다.
정부의 통제와 자기 검열 때문에 전쟁 현장에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밖에 없는 텔레비전은
전쟁을 일련의 이미지로 다룬다. 전쟁 자체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진 채,
가령 곧바로 중계되는 정보와 시각화 기술을 기초로 해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표적을 고를 수 있는 폭격등을 통해서 수행된다. Page 104]


물론 목표물을 쏘아 피사체를 얻어낸다는 것이 전쟁과 카메라의 공통된 면 이지만 전쟁에
대한 이미지착취 (난 착취라 표현하고 싶다)가 과연 우리가 필요한 것인가?
그런 면모(타인의 고통을 성공적으로 카메라로 찍었고 세계곳곳의 대중들에게 보
여줘서 잔인성을 폭로했다는 면)를 목표로 삼앗다면 이 [타인의고통]속에 나타나있는
사진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을 가시화하고 또 우리의 이야기 거리로 만들었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이점이 이책을 발간한 수잔손택의 득이라면 득일
까 전혀 나는 그녀의 이런 태도에 대해 공감할수 없었다.


개인적인 견해에서 본다면, 더 잔혹해지고 더 악랄해지는 전쟁에 희생된 모습들을 난
더 이상 보고 싶지않고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을 담아내는 사진은 더더욱), 전쟁과
카메라의 공통점을 추려낸 그녀의 글은 너무나 억지스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전쟁이나 기아의 현장에 우연히 갔던 아니면 의도적으로 갔던 지간에
사진속 피사체들의 모습은 연출이 아닌 우연이다) 피사체의 모습을 찍고 그 괴로움에 숨져간 퓰리처상 수상자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By 김 혜 자 ★★★☆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헤르만 헤세의 시 중에서>

책 본문에 실린 위의 싯구를 보며, 인간삶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의무는 행복이라고 노래한
헤르만 헤세는 과연 그의 의무를 위해 행복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과연 상대적인 나의 행복 수치까지도…..이책을 읽고 나면 분명코 난 행운아이고 동시에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거다. 그것도 이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형용사어구를 사용 하여도 모자랄 정도로….



이책은 10년동안 김혜자씨가 그동안 아프리카, 인도 등의 오지를 돌며 보고, 듣고 또
그들에게 선을 행한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써내려간 글들을 모은책이다.
세상의 모든 괴로움과 저주는 이땅에 내려졌고 말그대로 제정신은 살아가기 힘든,
조금은 돌아야지만 살수있는 그러한 땅에사는 모습들의 이야기이다.

세계인구를 백분율로 볼 때,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 그중 한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세계가 15명의 미만인구를 위해서 지금 경제는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 시점이다. 근거 없는 다이어트식품이 판치며, 큰사이즈의 옷과 일상품들이 양산되고,
의학 또한 비만억제위한 연구를하여 돈을 긁어 모으는 것이 신종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나머지 70%이상의 인구들은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며 가변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책을 읽고 또 그들의 모습을
보고 어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어찌 내가 불행하다고 이야기 할수 있겠는가..우리는
절대적인행복을 누리고 있는것이다.


한달에 한번 봉사하러 갈때면 가끔 주변의 지인중 한분은 가지 말라고 그리고 봉사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왜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난 그말의 뜻을 잘안다. 노환으로
거동 못하시는 어르신들, 혹은 가난해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신분, 혹은 최소한의
생계조차도 못하시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난 후에 내가 느끼는 괴로움과 허탈함을 그분은
잘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의 고통을 직접 보게되는 나를 생각하기에 나를 만류하시는거다.
그래서 난 김혜자씨의 심정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오지에서 그 괴로운 모습들을 보고 왔을때의 그녀의 심정을 헤아릴수는 있다.
그녀 또한 괴로움과 허탈함으로 힘들었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한명이라도 더 도울수 없음을, 더 나눠주지 못함을 울부짖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소극적임과 나약함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