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 By 펄벅 ★★★★

연인 서태후를 읽고 난후의 전체적인 느낌은 그녀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던 작품
[대지] 만큼 보다 강력한 힘과 흡입력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난 대지를 읽었을
당시 주인공 왕룽일가와 그 아내 오란의 이야기에서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오란의
일대기와 수난에 대해 굉장히 오열하였고, 펄벅만의 강력한 힘을 느꼈었다.), 중국
역사에서 권력에만 집착하고 사치와 향락으로 (실제로 그녀는 여름궁전 이화원을
대규모로 증축하였고, 보석과 사치품을 그녀는 굉장히 좋아하였다)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고
생각해왔던 서태후에 대해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권력과 사치
그에 따른 오만으로 가득찼던 서태후에게도 한 제국의 여왕으로서, 연인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갈등과 나약한 모습이 내재된 인간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이책에서는 그런 인간으로서의 서태후를 잘 묘사하였고 펄벅은 서양인으로서 다시
한번 동양인을 탄생시켰다.


1) 여왕으로서의 서태후..

사실 서태후는 어렸을 때 가난한 귀족으로 태어나 함풍황제의 정실이 아닌 후실로
간택되었지만 그후 황제의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어린 나이에 오르자 섭정정치를 시
작하며 군림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있어 아들은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단이
었으며 그아들이 어린나이로 요절한 후에는 동생으로부터 아들을 뺏아와 조카의
양어머니가 되어 섭정을 이어갈 만큼 그녀는 권력에 지대한 집착을 보인다. 서태
후가 섭정할 당시는 청나라 말기로 외세의 침략이 시작되고 아편으로 물들어가
국가말의 시대가 사실상 도래되고 있었다. 외세의 간섭에 처음에는 폐쇄정책을
펼치지만 결국 그녀는 일본과 굴욕의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일본
을 저지하고자 러시아 세력과 손잡기도 하고 말년에 가서는 개방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당대의 그녀는 살아있는 늙은 부처로까지 국민들의 칭송을 받았으며 이것이
그녀에게 있어 이미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사랑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었기에 그
녀에게 있어서 정치는 그녀의 삶 자체였던 것이었고 타고난 근성이었으며 세상
을 어떻게 지배해야하는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후는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대다수의 적들이 사라진데다 대항하는 모든 이들을 굴복 시킬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녀는 모든일에 신중을 기해 분별력 없는 폭군 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Page 576.


2) 연인 서태후


서태후는 적어도 이 소설에 의하면 아주 요염하고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여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은 모두 얻어내는 요부였음에 틀림없다.
그녀는 평생 사랑하는 사람인 영록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그러한 마음과
는 달리 몸은 권력을 잡고자 황제와 거짓 사랑을 나누기도 하였다. 결국 이미 어
렸을 때 방탕한 생활로 나약해진 황제는 태후에게 빠지게 되었고 태후는 이런 약
점을 이용하여 몸따로 마음 따로의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결국 소설속에서는 동
치제가 황제의 아들이 아닌 영록과 태후의 아들로 나오지만 (이 내용이 정사 (正
史) 인지 야사(野史) 인지는 혼돈이 된다) 영록과의 사랑의 결실인 아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등진다. 그녀에게 있어서 영록은 세상에 단 하나의 사랑이
었으며 그녀는 그를 곁에 두고자 임의로 그녀의 신하로 하여금 영록의 아내로 만
들어 버린다. 태후의 속셈은 이미 자신과 결합을 하지 못할 운명이라면 자신이
직접 영록의 아내로 만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 영록으로 하여금
평생 마음으로나마 태후를 바라보게 만들고자 하는것이었다. 이는 필히 그녀는
권력과 사랑 둘모두를 품고자하는 그녀의 이기였다. 이건 결단코 그녀의 악렬한
사랑의 성취임에는 틀림없다.

“그날 밤 태후는 홀로 앉아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영록이 자리를 떠난 후부터
는 무대 위에서 어떤 공연이 펼쳐졌는지, 배우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나
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관람석에서 직접 부채질을하며 마음을 다스리
려 했지만 눈앞에서 무대가 흐릿해 지는가 싶더니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 되었다.
그녀는 부채를 접고 꼼짝도 하지 않은채 몸 구석구석 스며드는 고통을 느끼며 무
대를 응시했다. 그녀는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했고, 죽을때 까지 그만을 사랑할
것이었다. 영록은 그녀가 갈망하는 연인이자 스스로 내쳐 버렸던 사랑이었
다.” Page 372


3) 어머니 서태후


난 여자로서의 서태후를 평하자면 분명 그녀는 악처이며 악날한 어머니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 언젠가 읽었던 소크라테스 아내 크산토패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 이세상에 악처라고 악명을 얻게된 크산토페였지만 소크라테스를 진
정 사랑한 사람은 세상의 그녀 하나였고, 끝까지 그를 찾았던 이도 그녀였다. 크
산토패처럼 태후도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는 품고, 진정 아들을 사랑하
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세대에 좋지않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은 난 아들이 죽었
을 당시 아들의 주검 앞에서 자신의 섭정대상 (조카)을 우선 찾아 나서는 대목이
라고 생각한다. 한지만 문득문득 책속에 나오는 그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은
자신의 아들이 황제이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가 진정한 모성애를 보여줄수 없다라
는 자신의 변명으로 덮어 버린다.


[어째서 나는 완전한 여자가 되지 못했을까? 왜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가 되는것에
만족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더 높은 권력을 잡으려고 허우적대다니, 왕조가 유지
되든 무너지든, 그것이 대체 무슨 상관 이란 말인가? “ 태후는 마침내 자신에게
서 은밀한 욕구와 갈망을 지닌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세속
적인 욕정이 아니었다. 또한 현재로서는 이처럼 지위와 권력, 자신을 지키려는
자존심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는 원대한 야심을 품은 여인이기 전에 한
아이의 어머니 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 아들은 언제나 아이이며, 아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는 언제나 어머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아
들은 평범한 아이가 아닌 일국의 황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일반적인 모성애
가 충족될수 있겠는가] Page 371


4) 소설 연인 서태후는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는가?

얼마전에 읽었던 [나는 이런책들을 읽어왔다]의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론에 의하
면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서적만을 고전이라 할 수 있
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고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의 검
증이 필요하는데, 다카시는 19세기 이후의 러시아 작가들 조차도 고전의 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200~ 500년의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난 이 이론에 전적으로 동의할수 없는데, 우리가 그토록 열정을 갖고 읽
고 있는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빠져들어 토의하고 있는 이유는 이는 필연 아무
리 시대가 흐르더라도 우리는 작품의 위대함을 알고 그들 작품의 독자들은 세월
이 흘러도 꾸준히 나타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난 펄벅의 작품인 [대지]를 비롯하여 [연인 서태후]도 시대극이라는 장르
와 함께, 펄벅이라는 작가의 가치로 인해, 다음 세대에서도 독자를 충분히 확보
할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든다. 그러므로 펄벅의 작품도 아마 더 시간이 흐른뒤에
는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충분 할것이다.

빵굽는 타자기 ( Hand to Mouth ) [By Paul Auster] ★★★
부제 : 젊은날의 닥치는 대로 글쓰기


현 미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잘나가는 작가로 꼽힌다는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
기]는 젊은날에 글쓰는 직업을 선택하게된 동기와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다양
한 경험을 이루어 내어 자신의 독특한 작품 배경을 넓혀나가면서 겪어야 했던 고통
과 여러 가지의 시행착오를 써 내려간 작가 자신의 자전 소설이다.
자전 소설이라고 하지만 여지없이 이 작품 안에도 그의 다른 작품에서 볼수있었던 몽
환적 분위기와 현실간의 괴리, 그리고 가지지 못한 아니 가지는 능력과 방법은 있지
만 갖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난곡을 택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그로인한 주인
공의 고독한 모습이 이작품안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인색했던 아버지와 헤펐던 어머니 사이에서 (벌줄만알지 쓸줄 모르는 아버지덕에 어
린 폴오스터는 중산의 아쉬운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년시절을 보냈고 마침
두 부모는 이혼으로 끝났지만 부모의 이혼과 동시에 오스터는 집을떠나 다양한 경험
의 세계로 들어간다.
무일푼으로 파리에 들어가서 빈곤한 생활을 하기도 하였고 이때 생활의 경험으로 오
스터는후에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파리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불어를 익히며 번
역가로 일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선원으로서의 일을 자처하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을 소재로 희곡을 쓰기도 하였다. 글쟁이로서 본격적인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미 무일푼이었고 그의 삶은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고, 결혼생활도 이혼으로 파경을
맞았으며 돈문제에 짓눌린 삶을 살아야 했다.

[Page 6 :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 보다 선택되는 것이
다. 글쓰는것 말고도 어떤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한다……..
작가들은 대부분 이중생활을 하고있다. 생계에 필요한 돈은 부업으로 벌고 남는 시간
을 최대한 쪼개어 글을 쓴다. 이른 아침이나 밤늦게, 주말이나 휴가때 윌리엄 칼러스
와 루이 페르디낭 셀린은 의사였다. 윌리스 스티븐스는 보험회사에 다녔다. TS 엘리
어트는 한때 은행원이었고, 나중에는 출판업에 종사했다.]


가난에 허덕이던 오스터는 극기야 액션 베이스볼이라는 게임 (책의 뒷장에 게임법칙
등이 실려있음) 을 창안해 내지만 그것 역시 상업성이 없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써놓은 습작은 여지없이 출판에 거절당한다. 빵을 이유로 글을
써야한다는 자괴에 빠졌을 때 그의 작품 출판 제안이 들어왔고, 그의 작품은 한권의
책으로 엮어진다.

[선수금 2천달러가 들어왔지만…원래의 출판업자와 선수금을 나누자 내게는 1천 달러
가 남았다. 여기서 에이전트 수수료 10퍼센트를 빼고 나니, 결국 내손에 쥐어진 돈
은 단돈 9백 달러였다. 돈을 벌기위해 책을 쓴다는 건 그런것이다. 헐값에 팔아 치운
다는건 그런것이다.- 마지막 본문]


빵을 위해서 타자기를 두들린다는 것은 “그래 이런것이였다” 라는 그의 결말은 나
도 가슴 쓰라렸지만 그런 그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책을 쓰고 있고 그의
작품은 인정을 받고 있다.


얼마전에 읽었던 모 주간지에 실린 성석제씨의 인터뷰글중에 “매년 1권씩 책을 내시
는데 너무 다작을 하는게 아닙니까” 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가는 “1년에 한권… 인
세 권당 천원에 재판들어가도 2만부 그렇게 계산하면 많은것도 아니죠.” 라고 성석
제씨가 답한 글이 실렸었다.
그때 나는 글쓰는 직업은 그야말로 피를 토해내며 작가의 영혼을 불어넣어야만 완성
되는 것인데 그 인고의 대가가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고 이로 인
해 작가들에 대한 경미한 경외감 마져 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모든 작품
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속에 담겨있을 고난과 아픔을 찾아 내야만 한다. 그것이 독자
의 숙제다.


첨언 : 책 뒷편에 실린 젊은시절에 닥치는 대로 글을썼던 습작인 3편의 희곡, [로렐
과 하디, 천국에 가다][정전] 그리고 [숨바꼭질]이 실려있다. 이 희곡들은 마치 한계
상황에서 어쩌면 희망일수도 혹은 죽음일수도 있지만 그냥 실존하며 고도를 기다리
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켰고 난 이 세편의 희곡에서 젊은날
에 이름이 알려지기전의 그의 필체와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느낄수 있어 그의 자
전수기인 본편보다는 사실 이 희곡들에게서 더 매력을 느꼈다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전혜린 By 정공채 ★★★★★


“하늘이 주신 시간에 시간을 보태고,
사랑에 또 사랑을 보탠 다음
눈감아 여기 잠든 이
전혜린 여사여 ….“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작가 전혜린의 묘소앞에 시인 김남조 여사가 작시한 비문의
내용이다.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보태어 살았고 사랑에 또 사랑을 보태어 불꽃처럼
살다간 이여인의 평전을 읽으면서 난 그녀에게 “비운”이라는 수식어는 아마 붙이기 적
절하지 않을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유복한집안에 태어나서 서울대법대를 다니
던 중 독일문학을 공부하고자 독일로 유학을 갔고 페시미스트로 그녀의생은 괴로움과
살을 에이는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것을 그녀는 비운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괴로움
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불살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던 그녀의 내재에는 문학에 대한 열정
은 여고시절 단짝 문학소녀였던 친구 주혜의 조언과 도움으로 독일 뮌헨으로 떠났고
그곳 슈마빙에서 지냈던 그 시절은 그녀에게 자유를 알려주었다.


[내가 살았던 슈마빙의 분위기가 가르쳐 준 것. 언제나 아무도 안 사는 그림을, 그리
고 아무도 안 읽을시를 쓰면서 굶다시피 살면서도 오만과 긍지를 안 버리는이 구역에
사는모두가 가난했고 대개가 외국이나 타지방에서 모여든 화가나 학생이었던 그들 한
테서 나는 자유로운생활이 무엇인지를 배운 것 같다…
서울에 비해 슈마빙은 그렇지 않았다. 뱃속을 채우는 포식보다도 정신을채우는 충만,
위보다도 두뇌, 현실보다는 환상. 육 보다는 영을 더 중요시하고 우선히 하면서 뱃속이
부른 정신의 가난 보다는 정신의 배고픔을 되레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장이었다. Page 61]


헤르만 헤세와 보리스 파스테나크를 유난히 좋아했고, 루이제 린저, 샤를르 보들레르 등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그들 작품에 대한 갈망, 니체를 통했던 그녀의 사고력은 그녀를
번역가로 만들어 놓았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한 작품집필에 대해 한시도 소원하지 않고
작품완성을 갈망했었다, 그녀의 존재시간동안 단장을 합친 수필과 문학평론 모두합쳐
50여편에 번역작품 10여편정도 되지만 그녀의 삶의 기간에 상대한 그녀 작품의 의미
는 그야 말로 보물자체이며 진정한 문학인의 자취인 것이다.


[미치게 소설의 형식으로서 나는 모리악의 그것이 좋다. 그런 형식으로 우리의 의식의
내부에 파고드는 소설이 제일쓰고 싶다. 카프카의 형식이 훨씬 상위에 있고, 또 현대적
이라는 건 알지만……모리악의 [테레즈]의 형식, 또 스토리의 구성은 정말로 일회적이
다. 아이힝거의 [결박된 남자]를겨우 읽었다.소름끼치는 수법과 관념이다. 아주 잘 짜
여서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가공의 이야기 무서웠다,, 너무나 실감이 강해서 Page 302]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혜린보다 문학가로서의 혜린은 더 갈망했으며 모든 실존의 문학을 망
라하며 괴로워하던 혜린은 J의 대한 편지글에서 그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였으며 문인
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몹시 괴로워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그때 당신이 돌
아온다 해도 나는 이미 살아있지 않으리라…]라는 오묘한 시를 남김으로써 일요일 이
세상을 등진다.


이책은 참으로 넘기기 어려운 책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많은 눈물을 빼어낸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이책을 읽는 나에게 말했다. 전혜린에 빠지지 말라고…당장 그만두라고...
하지만 난 이미 전혜린에 빠졌었고 눈물흘렸었고…내 피부속까지 스며들던 그녀의 존
재의 괴로움때문에 “이제는 전혜린을 찾지 말자고..그리고 그녀의 이야기에서 등을 돌
리자고..” 스스로 다짐한 후였다. 그렇지만 내가 다시 전혜린을 찾지않을 자신은 없지
만 언젠가 그녀의 평전이아닌 작품을 읽는다면 또다시 괴로워할것이다.
마지막으로 J에 향했던 그녀의 편지글을 올려본다.
-----------------
1965년 1월 6일, 새벽 4시. 어제 집에 오자마자 네 액자를 걸었다.
방안에 가득차 있는 것 같은 네 냄새.
네 글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갑자기 네 편지 전부(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를 벽에 붙이고
싶은 광적인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는 왜 이렇게 너를 좋아할까? 비길 수 없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너를 좋아해.
너를 단념하는 것보다 죽음을 택하겠어.
너의 사랑스러운 눈, 귀여운 미소를 몇 시간씩 못 보아도 금단현상(禁斷現象)이
일어나는 것 같다.
목소리도 좀 들어야 가슴이 끓는 뜨거운 것이 가라 앉는다.
너의 똑바른 성격, 거침없는 태도, 남자다움, 총명, 활기, 지적 호기심,
사랑스러운 얼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이런 옛날 투의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 좀 쑥스럽고 우스운 것도 같다.
그렇지만 죠르조 상드가 뮈세와 베니스에 간 나이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나는 좀더좀더 불태워야 한다고 분발(?)도 해본다.
나의 지병인 페시미즘을 고쳐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
생명에의 애착을 만들어 줄 사람은 너야.
오늘 밤 이런 것을 읽었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하여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염, 기타의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랑이다."
어느 자살자의 수기 중의 일구(一句)야.
쟝 아제베도!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 줘! 정말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도 생명 있는 뜨거운 몸이고 싶어.
가능하면 생명을 지속하고 싶어.
그런데 가끔가끔 그 줄이 끊어지려고 하는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나는 미치고 말아.
내 속에 있는 이 악마를 나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있어.
악마를 쫓아 줄 사람은 너야.
나를 살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