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될 때가 있다. 주인공이 읽고 있다던가, 이야기의 매개체가 된다던가, 한 장면에 인용이 된다던가.. 그럼 참지 못하고 찾아서 읽게되고, 읽고나면 주인공에 대해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음악듣기도 그럴때가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추천할 때, 친하게 지내는 사이일때.. 그러다보니 넬을 처음 본건 서태지의 공연에서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널 지우려해'(서태지와 아이들의 발라드 노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이 곡을 밤새도록 들었던 그 시절이 떠오르네.. ^^ 그래서 더 내 눈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다.)를 편곡해 부르는데 순간 마비되어버리는 줄 알았다. 이 마력의 목소리는 뭐란 말인가? 그 후 김종완 목소리에 포로가 되어버렸다. 근데 이 사람 작, 편곡 능력에 가사 쓴 거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 감성에 목소리에 노래 듣다보면 땅파고 들어가서 우울의 끝을 맛보고, 카타르시스에 도취되어 하늘로 솟구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쩜 이래!!! 어쩜 이러냐구????  

 

그 후 그들이 80년대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여 만든 그룹 넬이라는 걸 알았다. 아~ 이 훈훈한 사람들. 오랜 시간이 흘러 유명해지고, 인기가 있어지면 의견차에 깨지는 그룹도 많은데 이 친구들보면 정말 한 형제같은 느낌이다. 살아온 시간을 함께 보낸 그 끈끈함. 그러니 노래도 좋을 수 밖에... 서태지 레이블에서 나와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든다더니 입대를 하고, 제대를 하고, 곧 컴백도 한다고 한다. 드디어 종완이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 지난해 민트 페스티벌 못가서 엄청 슬펐는데...

 

넬이 있어 너무 좋다. 넬이 나오기전엔 슬퍼지고 싶으면 (난 스트레스 받거나 삶에 의욕이 떨어지면 죽을만큼 슬픈 노래 틀어놓고, 미친듯이 듣는다. 그렇게 다 비워내고 나면 뭔가 새로 시작할 의욕이 생기므로) 라디오헤드를 듣곤 했는데 이젠 가슴에 팍팍 와 닿는 가사 (팝은 가사가 바로 다가오기 보단 머리를 거쳐서 온단 말이지)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1집 노래는 어느 곡하나 버릴게 없다. 정말 어쩜 이래!!!!! 그 중 '유령의 노래'는 더 말해 무엇하리... 아무래도 김종완은 나랑 감성이 맞나보다. (이건 사족인데 엄만 종완이가 티비에 나올때마다 태지오빠랑 닮았다며 '네가 좋아하는 애들은 어째 다 비슷비슷하냐..'라는데 어디가 닮았다는거야?? ^^ 스타일 완전 다른데..) 세월이 흘러도 내 mp3에서 빠지지 않는 앨범이 넬 1집이랑 브라운 아이즈 1집이다.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단 말이지. 마지막으로 메이져 말고 인디 1집 갖고 싶다. 엄청난 프리미엄에 그저 눈물만... 컴백 기념으로 재발매 좀 해주면 안될까??

좋은 영화의 기준은 뭘까? 좋은 시나리오에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 능력있는 감독의 조합이라면 금상첨화이리라. 하지만 영화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서 내게 좋은 영화란 좋아하는 배우가 몰입도 있는 배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거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 옆 동물원'은 100% 맘에 드는 영화였다.

 

다른 말이 뭐 필요하겠는가? 심은하가 나오는데... '마지막 승부'에서 심은하란 배우를 처음 봤을때 너무 예뻐서 놀래버렸다. 하지만 그 어색한 대사처리가 빛나는 외모를 다 까먹어 버렸지~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친 이 여배우는 비로소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연기의 맛을 알게 되고, 이 영화로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드라마까지 합하면 단연 '청춘의 덫'이겠지만.. 하지만 '아름다운 그녀'도 버릴 수 없다.)

 

혼자만의 사랑을 하는 춘희, 그런 춘희의 공간에 불현듯 들어온 철수. 그리고 춘희의 짝사랑 인공과 철수의 전 여자친구 다혜까지. 등장인물도 많지않고, 특별한 이야기도 없지만 영화는 매 장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지금에야 평범하게 보이지만 화면 분할로 엇갈리는 인물들을 담은 장면은 그 당시 나에겐 기발했다. '아~ 저렇게도 표현할 수가 있구나...'라며. 

 

춘희와 철수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하지만 춘희가 쓴 시나리오를 읽어본 철수는 그녀의 소극적이기만 한 사랑에 답답해 한다. 급기야는 다혜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써가는 철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술관 옆 동물원' 속 남자 주인공은 인공에서 철수로 바껴가고, 여자 주인공도 다혜에서 춘희로 바껴간다. 과연 시나리오의 결말은? ^^ 두 주인공의 심적 변화를 시나리오로 알려주는 이정향 감독은 여자의 심리를 너무 잘 파악한 것 같다. 

 

어릴 땐 벼락맞듯 갑작스레 다가오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다. 생을 다해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애절한 사랑을 꿈꾼적도 있었지만 그런 사랑은 소설이나 영화로도 충분할 것 같다. 평행으로 달리다 방향을 바꾸기위해 자연스레 휘어지는 철로처럼 자연스레 휘어질 때 그런 순간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영화 개봉 당시 스틸컷으로 만든 편지지가 나왔었는데 그걸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이젠 그녀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팬이지만 이렇게라도 그녀를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 배우는 떠나도 영화는 남아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감옥에서의 겨울은 여름보다 견디기 쉽다고 어느 책에선가 말했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에겐 (그것이 사람이던 동물이던 식물이던간에) 겨울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누군가는 추위와 싸워야하고, 다른 누군가는 등따시고, 배가 불러도 마음 한자락 외로움에 사무치는게 긴 겨울밤의 미덕이니깐 말이다.

 

혜화는 치열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열여덟 그 겨울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주지 못한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위해 버려진 유기동물을 치료하고, 키우면서 그들과 겨울을 부대끼고 있다. 그러던 그녀의 시간에 한수가 나타난다. 아무말없이 사라졌던 것처럼 아무말없이 저벅저벅 걸어 그렇게 말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선택을 따라야만 했고, 아픔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그들 나름의 시간을 보냈지만 상처를 곪아 결국 터져버리고 만다. 한수의 절음발이 다리와 혜화의 강아지, 그리고 그들의 아기.

 

혜화에게 과연 봄이 올 수 있을지, 한수와 혜화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영화는 아무런 답도 없이 그렇게 끝나버린다. 그리고 남겨진 나는 그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답을 알 수없는 감정에 한동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친절한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단편영화 한편이 이다지도 가슴속에 박힐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그저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는 것 뿐인데 난 어느 순간 혜화가 되었다가 길잃은 강아지가 되었다가 아픈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한수의 절음발이 다리가 되었다가 사람들이 떠나버린 재개발 지구의 무너진 담장이 되었다가 날리는 눈발이 되어버렸다.

 

약한 뿌리로 흔들리는 20대 청춘의 모습에서 30을 훌쩍 넘겨버린 내 모습이 보였다면 과장일까? 세상은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청춘이라 믿고 싶지만 지나온 시간을 보며 이내 흔들리고, 아픈 걸 보면 지금이 나쁘지 않다 자기위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