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그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유희열의 음악도시 덕분이다. 팬임을 밝히면서 심야시간 라디오에서 무던히도 많이 틀어줬던 연주곡.

그리고 머릿 속에 각인되어 버린 류이치 사카모토.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 이름은 몇 번 듣지도 않고, 금방 입력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발음할 때 느낌이 참 좋은 것 같다. 곡을 들으면서 막연히 젊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우리 아버지랑 연배가 같으셨다. 이런 놀라운 일이...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한번도 음반을 찾아 들어봐야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요즘엔 책읽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읽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든다. (작가들도 그런다지? 베르베르는 책 마지막에 자신이 집필하면서 들었던 음악을 적어놓고, 김연수는 음반이 포함된 책을 한정판으로 냈고...) 그런데 가요는 가사때문에 책에 집중이 안되고, 클래식은 친하고 싶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러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팍~떠올랐다.

 

역시 어설프게나마 들은 풍월이 있다고 이렇게 필요할 때 딱 떠오르는 거 너무 신난다.

뭘 들을까하다 워낙 유명하고, 좋은 곡이 많기에 금방 질릴까봐 친숙한 곡이 많은 음반으로 선택했는데 탁월한 선택!!!

피아노 음반 들은거라곤 유희열의 익숙한 그 집 앞에 들어있던 음반이랑 김광민의 앨범이 전부였는데 뭐가 좋냐 아니냐를 말하기 전에 그냥 좋다. 피아노 연주 할 줄 모르지만 막 미친듯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때면 '피아노를 치면 이런 느낌이 날꺼야!!'라며 상상하곤 한다. 언젠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연주할 날이 올까?

 

비오는 날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삼아 연주곡은 흐르고, 차 향기 가득하고, 포근한 이불 덮고, 반쯤 기대어 책 읽으면 내 방은 천국같다. 이런 행복은 포기할 수 없다. 아~ 행복해!!!

어수선하기 이를때없는 제 책장입니다. 매년 책장 들여야지하면서 그 돈으로 책을 사버려 포화상태랍니다.
택배가 도착할 때마다 엄마가 도끼눈을 뜨세요.. 놔둘때도 없는데 또 책이냐며... ^^


어릴적 전집을 가져보지 못한 이유때문인지 새로운 전집이 나올때마다 갖고싶은 욕구를 참을수가 없습니다.
처음은 민음사로 시작해 펭귄을 집쩍대다 열린책들로 (열린책들은 디자인에서 그저 웁니다 ㅠㅠ) 갔다가 요즘엔 문학동네에 꽂혔어요 ㅎㅎㅎ
도끼전집은 절판소식듣고 막판에 급하게 구해 색바랜 것도 있답니다. 그 옆엔 폴오스터까지... 


왼쪽은 한국소설, 에세이 등
김연수, 신경숙 작가를 특히 좋아하고, 박민규, 김애란, 천명관, 박완서 선생님 좋아합니다. 법정스님도 존경합니다.

중간은 일본소설이랑 그 외.. 대중없습니다.
미미여사님 제일 좋아하고, 가네시로 가즈키 좋아합니다. 하루키랑은 지금 읽고있는 잡문집을 계기로 전작주의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뭐 그렇네요~

오른쪽은 여행, 정치, 경제, 예술, 만화, 잡지에 드라마 대본집까지...
이중으로 막 쌓아 놓으니 뭐가 있는지는 저만 알고 있네요 ㅎㅎㅎ
만화가는 박희정, 드라마 작가는 노희경 그렇게 애정합니다.  



스무살에 다시 독서의 길로 안내해준 베르베르님. '개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껏 책 아닌 다른 것에 몰두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이 때론 맘에 안들고, 실망스러워도 의리로 읽고 있습니다. 
아마 그가 글을 쓰는 동안은 함께 갈 것 같네요. 그는 저의 첫 전작주의 작가니깐요!!!

초판 1쇄에 엄청 집착하다보니 좋아하는 작가 책은 항상 예약으로 구매하네요.. 그러다보니 사인본에 더 집착!!! ㅋㅋ
'나무'는 친구 빌려줬는데 그냥 주려니 초판 1쇄라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ㅎㅎ 이런 제가 저도 너무 한다 싶지만 제어가 안됩니다. 책에 관해선~

올해엔 꼭 5단 책장 2개 들여서 정리하고, 당당하게 책 구입할 수 있길 바래 봅니다. ^^

법정스님은 내게 참 특별한 분이시다. 내 책장에 많은 책들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이 바로 손바닥만한 문고판 '무소유'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그 책을 쓰신 분이 법정스님이기 때문이다. 한참 힘들 때 무소유 (난 예나 지금이나 책의 내용만큼이나 외관-디자인-도 신경쓰기 때문에 문고판 무소유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은 그 무게와 반비례로 오랜시간 내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고있다.)를 읽고 큰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에도 스님이 쓰신 많은 책을 읽고, 감동도 받았지만 '무소유'만큼 절실히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다.

 

스님의 글은 쉽다. 누구나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책의 대부분은 자신의 주변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연과 읽은 책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다. 풀 한포기도 소중히 생각하고, 산짐승의 먹을 물을 위해 강얼음을 깨줄만큼  세심한 스님이지만 정작 자신에겐 더할나위없이 엄격하시다. 사람이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살면(아무도 없는데 내 멋대로 한다고 누가 뭐라하겠는가?) 게으름도 생기고, 귀찮기도 할텐데 정해진 시간, 정해진 일은 빠트리지 않으며 무섭도록 사회와 단절되려 하신다. 언행일치의 삶을 사셨고, 종교가 돈과 결부되는 걸 극구 반대하셨다.

 

스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얼마나 슬프던지 불교tv 방송을 보며 내내 울먹거렸다. 난 반드시 회복하시리라 믿었는데 그래서 길상사 법회에 참석하고프단 소망이 있었는데 세상일이 그렇듯 무심한 시간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히 흘러버리고, 무지한 인간은 매번 뒤늦은 후회를 한다. 

 

글 빚을 남기기 싫어 더이상 책출판을 하지 않기에 법정스님의 책을 전부 소장하고 있진 않다. 그동안 한 권씩 읽은 십여권의 책으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책욕심 내는게 아닌 것 같아 보고싶으면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그러니 조바심이 사라져버렸다. 아~ 스님의 가르침이 이거였구나 느끼는 순간 난 또 슬퍼져버렸다.

 

얼기설기 만든 나무 의자. 스님은 떠났지만 주인잃은 의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모든 자취까지 함께 가져 가려 했지만 스님의 정신은 올곧게 남아 우리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이 낡은 의자가 우리에게 증거가 되어 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