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불타고 파괴된 후 무엇이 남을까?

그 이후의 세상을 상상해 본 적도 없는듯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살아있을때 그런 일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아직도 남과북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를 비롯해 전쟁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박하고 공포나 두려움따윈 없어보인다 하긴 매일 전쟁이 날까 고민하고 산다면 그게 더 지옥일지도 모른다 

 

지금 먹을것이 있어도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삶을 살아간다 가는 길 위엔 언제나 황폐한 공기와 잿빛으로 변한 모든것들이 나뒹굴고 있을 뿐이다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위험하다! 사람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나의 안전의 최대의 적이다’ 이런 가정만으로도 살아간다는게 공포가 될 것같다

인간의 가장 저 밑바닥을 더듬는듯한 암울한 분위기와 온통 잿빛으로 무겁게 가라앉아있는 벗어날수 없는 진공상태를 무중력으로 걷고있는 막막한 느낌마저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피 냄새나는 공기에 한 줄기 돌파구가 되어줄 뿐이다 내일이 두렵고 오늘사는게 기적인  그 길 위에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간다

아버지에겐 아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될 것이고, 아들에겐 아버지가 삶의 지표가 되어준다

 

저런 극도의 상태를 접하게 되면 인간 본성이 나오게 되나부다

두 사람의 족적을 따라가는 나 조차도 숨이 가쁘고 여유가 없어졌다  길에서  만나는 잔혹한 모습들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는 극악한 장면들을 보며 아이는 울지만, 아버지는 아이를 달랜다 이런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라면 저 입장에서 저럴수 있을까 공포심과 보호본능이 동시에 보여지는 그것이 부모이기 때문인걸까? 아이의 순진한 말과 현실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런 극한 상황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피폐함 속에서 어린 아이의 마음이 희망의 불씨’가 되는지도 모른다 남자 혼자 있었다면 더 극한 상황이 되어있을터이고 더 잔혹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존재는 적당한 브레이크’작용을 하고 있는듯하다

 

혹자는 사는 것은 고통 가운데서 반짝이는 행복’을 찾는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수 없는 난관에 부딪히고 깨진다고 해도 생은 살아내야할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지구 최후의 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듯한 이 내용은 섬뜩하기도 공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끝없는 절망’ 한 가운데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피우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생은 계속되고 또 이어지는것이니 말이다

 

헤밍웨이를 잇는 작가라는 칭송답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단지 무대 위에는 아이와 아버지가 주된 인물뿐인데도 무대는 꽉 차 보인다 영화화 되고 있다는데 이런 느낌들을 잘 살릴수 있었으면 좋겠다

맥가이버같은 아버지의 손놀림과 굉장한 사건사고가 있는것이 아닌데도 충분히 공포스럽게 몰아간다 납빛 바다...흠’ 그런 상상력 만으로도 불타버린 지구가 실감났다

몽환적인 표지에 장기기증만을 위해 만들어진 클론’의 삶을 그렸다고 하여 흥미가 끌렸다 무엇보다 나를 보내지 마’라는 제목이 좋았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흥미를 끄는 경우가 많다 제목이 반 정도는 아니겠지만, 책을 집어 드는데 제목의 비중은 꽤나 높은편이다

게다가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 : 일본태생에 외국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해 외국어로 소설을 쓰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했다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질까? 동양인이 등장한다고 동양적인 분위기가 나는건 아니다 스타일이 중요하겠지만, 이 소설에선 안개 자욱하고 음울한 유럽의 정서가 흐른다

 

 외부와 일절 단절된 기숙 학교인 헤일셤" 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캐시

그녀의 기억 속 헤일셤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보낸 루시,토미,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 마음을 적시던 카세트 테이프 속의 노래 never let me go baby...까지 유년시절의 기억과 친구들과 공유했던 추억들 하지만 그 기억 속 어딘가에는 드문드문 석연치않은 기억들도 끼워져있다 은연중에 떠돌던 바깥 세상의 일반인들과는 다른 존재인 자신을 어렴풋이 알아가고 그것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학생들 사이를 부유물처럼  떠돌았다는것이다 누구 하나 떠벌리며 말한 사람은 없었지만 기증’에 관한 결국 여기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것과 연관되어있고 결국, 그것이 결말이 될 것이라는 것

그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모르고 격리되어있었다고는 해도 어린날의 추억은 진짜다 사람들은 그들을 인간으로 볼 것인지 단순히 장기를 제공하려 만들어낸 무형물로 볼 것인지 사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그러나 같은 일반인은 될수없었던 그들의 운명과 왜 모두들 그 운명이 내 운명이려니 살아간걸까 도망치려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그것이 몸 속의 칩’처럼 벗어날수 없는 족쇄같이 채워진 숙명인건가 장기 제공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치 모든 할 일을 마친 소모품처럼 말이다 한 번의 장기 제공도 사실은 위험할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죽을때까지 장기가 제공되는것같다 죽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몸 속 일부를 자신과는 다른 일반인에게 제공된다

지금 영화화되고 있다고하는데 SF장르라는 느낌은 별로 못 받았는데 아무래도 영화화되면 괴기스런 장면들이나 엽기적인 설정들도 등장하지 않을까싶다 인물들의 상황묘사나 공감가는 표현들이 탁월하다 심리묘사이기전에 상황묘사로 그 사람의 심리를 말하는듯 읽힌다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토미의 간병사가 되고, 두 사람의 사랑으로 유예기간을 소망했던 캐시는 헤일셤에서의 마담’- 외부세계의 집행인같았던-과 에밀리 교장 선생님을 통해 모든 진실을 듣게 된다 돌아오는 길 ,차 안의 어두운 분위기와 주위의 숨막힐 듯한 정적이 그 날의 그들의 마음을 보는듯하다

 

" 나는 그동안 알아 둔 아주 후미진 뒷길로 접어들어 줄곧 달렸다

   그곳의 어둠을 밝히는 것은 오직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뿐이었다 이따금 다른 차의 헤드라이트와 

   마주칠 때면 나는 그 차 안에 혼자서 혹은 옆에 기증자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간병사가 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이용하겠지만, 그 날밤 그 어둑한 샛길은 오직 

   우리 같은 이들을 위한 길처럼 여겨졌다  나머지 다른 이들을 위해서는 거대한 간판과 멋진 카페

   가 있는 눈부신 대로가 있었다 "

 

 

  아직은  여전히 낯선 단어인 근원자,복제,클론 ,..살아있는 사람의 죽음을 막기위해 자신과 똑같은 클론’을 만든다는 설정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등장하는 얘기긴 하다 한때 황우석박사의 복제논문에 우리가 열광하고 분노했던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위해 사람을 복제하는 단계까지 간다면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치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결국, 이 소설의 이야기처럼 장기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오는것처럼 여기게 되는 시대가 오면 , 과연 그것이 옳은일인지 나쁜일인지를 떠나 생명연장을 위해 인간들이 무엇까nbsp;자연스러운 생명체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그것도 그들에게는 종족보존의 기능을 말살시킨 복제인간’을 만드는 시대가 온다면? 나는 솔직히 그 때까지 살고싶지 않다 내 정체성도 혼란스러운데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클론을 봐야되고  또 그 클론이 나 때문에 죽으러 태어난다면 과연 그런 삶의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나를 믿지말고 예수만 믿어라" 어려운 말인 동시에 정말 이루고싶은 말이다

난 나만 믿고 살아간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면 그 신이 어디있는지와 왜 신이 있는데 세상은 이렇게 혼돈스럽고, 전쟁은 끊이지 않으며 ,정의보다 불의가 판을 치는지 어찌 설명할거냐고,... 신은 없고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만 자기 위안을 하려는것일뿐이다  신도 인간이 만든 존재일뿐이다’라고 말한다  난감하기도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도 궁금할때가 있다 왜 하나님은 혼란속에 우리를 두시고 힘을 행사하시지 않는것같이 보일때가 많은걸까? 왜 현존하셔서 나쁜 사람을 벌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할때가 많다 아직 초보적인 신앙인이라서 그런걸수도 있고 신앙이 깊다는 사람들에게도 가끔은 하나님을 다 이해한다는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다 나는 인간일뿐이다’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곤하지만-그건 어차피 자기비하’나 자기부인’과는 다른 도망칠 길을 만들어놓은것뿐임을 안다 나를 부인하고 예수님만을 의지하는 삶’이라..솔직히 내겐 아직도 어려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 잘나서 그런것도 전혀 아닌데... 내 안엔 아직도 내가 너무 많다 순종하고 내려놓아 하나님을 따르는 삶을 동경하면서도 아직도, 내겐 이기적인 내가 하나님을 따르려는 건’ 비현실적이야! ’ 라고 말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하나님의 존재와 예수님의 탄생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을 할 때가 많다 먼저 기도하고 먼저 말씀을 묵상해 하나님의 뜻을 쫓지 못하고 살아가기 바쁘다  이 책이 그런 나에게 조금쯤은 이정표가 되어줄것같았다  예수님만 믿는것" 그 엄청난 믿음, 온전한 믿음을 배우고싶었다

 

솔직히 이 책은 믿음 생활을 꽤나 진지하게 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영적으로 더 분발하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믿음이 없거나 예수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거부감이 들 정도의 강한 어조가 많다  믿음이 약한 신자들을 보며 안타깝게 외치는 설교처럼 들리기도 한다

믿음을 가져라! 왜 그렇게 못하느냐! 책망하는듯 들리기도 한다 목사님도 스타일이 다 다르다 아마도 앤드류 머레이목사님은 성도들의 약한 믿음과 불신앙이 답답하거같다 하긴 신실한 사람이 보기에 일반 평신도의 어리석음’이 더 크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다그치는듯하여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내용에 어긋남은 없었다

기도와 말씀을 읽기만 해서는 안되고 예수님과 진정한 교제를 해야한다는것, 마음의 땅에 하나님의 말씀의 씨앗을 심어야한다는 것,믿음은 인내가 필요하고 믿음의 행위를 거듭 반복하는 훈련이 동반해야 한다는것, 감사함으로 믿음을 더 굳건히 해야한다는것 등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주님은 우리를 시험하신다-라는 부분이었다  시련을 통해 더 큰 믿음을 가르치시고, 그것을 통해 겸손과 더한 축복을 내리신다는거다 주님은 때론 응답하지 않으신다 의기소침해지고 좌절하기도한다 왜 주시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이럴때 뒤로 물러나지 말고 오직 주님을 의지하는 법과 나를 의지하는 대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만으로 만족할수 있는지 되물어야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난 아직도 내 자신과 나의 관심이 하나님보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다 이 부분을 내려놓치 못한다면 하나님을 제대로 알기도,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기도 힘들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말씀을 읽는것으로 만족했다면, 앞으론 말씀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싶다 말씀을 통해 나의 생각보다 주님의 뜻을 알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