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아는 작가가 있다 작가로서의 명성때문에 알게되었는지, 아님 두리뭉실 그냥 알고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가라는 그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작품으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낯설었다

보통 일기라는건 내면적인, 은밀한,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생활적 몽상'이다

그런데, 외면일기라는 제목처럼 남에게도 혹은 자신도 간혹 보게되는 수첩에다 적은 메모같은 형식의 에세이다.소설을 쓰는  작가의 글답게 곳곳에 문인들을 거론하고 있고, 여러방면으로 박학한 저자의 글이라 곳곳에 유쾌하고 명석한 번뜩임이 보인다. 혹은 몰랐던것들, 유명 작가와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들, 세심한 관찰로 본인만 느끼고 지나갔을 일련의 사건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재주가 돋보인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분위기도 풍긴다 유머와 페이소스,블랙유머까지 총망라되어있는 재미있는 누군가의 수첩안을 넘겨보는 기분이라 흥미로웠다.

 

1월부터 12월까지를 빼곡히 혹은' 단 몇줄의 글로 적어놓았을 손 때 묻은 수첩 한 권을 그려보게된다 나도 다이어리와는 별도로 수첩에다 메모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별거 아닌거,혹은 참고가 될 만한 것들,그러니깐 아주 잡다한 것들을 적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메모도 격이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식과 연륜에서 뭍어나는 표현들이 꽤나 유익했고,즐거웠으니 말이다.

계절의 변화, 자연의 모습 등, 때론 지인의 방문을 통한 주변의 일들로 모티브를 삼는다. 사는것이 다 그렇겠지만 매일매일이 들뜨고 기쁜 나날의 연속은 아니다. 그렇다고 매일이 슬프고 화나고 죽을맛도 아닐 것이다. 그 날 그날의 족한 만족과 일어나는 소소한 상념들 속에 또 새로운 나날을 시작하는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나날일것이다. 일기의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글로 표현하지 않고, 말로 내뱉지 않고 지나갈뿐인 시간들말이다

그런 만가지의 상념이나 지나치는 생각들, 타인에게 느끼는 찰나의 기억, 느낌 등 수 만가지 머리속의 단편들을 끄집어 내어 적어내려가고있다. 글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인상,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성격,마음 씀씀이는 살짝 엿볼수 있다. 투르니에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다채로운 기록들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이때문인지 종종 등장하는 몸 상태에 대한 표현들이 꽤나 사실적이다. 이걸 내면일기가 아니라 외면일기에 넣은 이유는 뭘까? 싶기도했다 살짝'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 4번 제 1악장을 글로 옮기면 최고의 글'이 될것이라는 글에 동감하기도 했다.음악의 감동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이 될 것이다

 

125 p-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그 반대로 사람들,동물들,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

 

요즘은 필기도구로 글을 쓰는게 낯설어진 세대다.논술때문에 책을 본다는 아이도 있다.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다 표현하며 살아갈수는 없겠지만,소소한 것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볼 줄 알게된다면 인생이 꽤나 풍성하고 스펙도 넒어지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보기도했다.내가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무궁무진한게 세상일터이니 말이다

 

 

마지막에 역자와 저자의 인터뷰장면이 나온다 미셸 투르니에의 집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작가의 일상,주위 풍경,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소개가 간략히 소개되어있다 70세를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러가지 분야에서 호기심과 관심의 끈을 놓치않고, 게다가 계속해서 글쓰기에 전념하는 작가의 삶이 평온하면서도 정체되어있지 않는 모습을 보여 보기좋았다.

이젠 미셸 투르니에의 소설을 읽어야할 것 같다.

 

클래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듣기위해 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중음악같은 경우에는 리듬과 멜로디 거기에다 언어까지 포함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쉬워진다 이지리스닝’이다뭐다해서 쉽고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을 무한반복하는 경우가 인기를 끌고있는 경우도 있어서 점점더 쉬운 듣기가 되고만것같기도하다 대중음악이라는게 원래 그런거겠지만, 하긴 좋은 음악이 어려운 음악이라는데에는 동감할수없다하더라도  클래식이 쉽게 알아지는 분야는 아닌것같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클래식" 어쩌면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중에는 분명 선을 긋는 사람’이 존재한다

 

조금은 쉬운 접근을 하기위해 책을 골랐는데 이 책을 지은 저자가 라디오에 나와서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걸 몇번 들었다 이것도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왠지 읽기 쉽게 썼지 않았을까 기대를 하게되었다

헤드카피에 초보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클래식 입문서’라고 써 있으니 아주 기초적인 접근부터 시작해서 조금 난이도를  높이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중간중간 단락 만화도 등장해서 마치 휴식 시간을 주는 느낌도 받는다 워낙 클래식이 말 그대로 고전이다 보니 무슨 ~주의로 시작하는게 많았다 광고에서도 그랬듯

클래식=timeless. 유행을 타지 않는 영원히 변치않는 음악’이라 왠지 모르게 그럴듯해 보인다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된건 어느 순간 사람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고부터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가요나 팝을 듣곤 하지만 확실히 예전같진 않다 그러다보니 음악은 듣고싶은데 사람소리가 빠진 음악을 찾다보니 클래식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졌다 지금껏 간혹 듣곤 하던 클래식 채널을 이젠 찾아서 듣게된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페라에서 부르는 가수들의 노래는 아직 감흥이 적다 왠지 가식적인 소리를 내는것같아서 말이다 그것이 제대로된 발성일텐데도 왠지 가면을 쓴 목소리같이 들린다 아마 더 듣고 익숙해지고 발성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 소프라노 ,테너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것이다 

 

클래식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때때로 잠을 재워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클래식에 대한 책을 선택한 건 교양을 쌓으려는 의도보다는 좋은 음반을 추천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사고 싶을때가 있지만 선택에 에로가 많다 잘 모르니 누구를 선택해야좋을지 모르겠고, 어떤 지휘자의 몇년도 녹음이 더 좋은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작곡가들의 이모저모가 궁금했던게 주요 이유였다

 

열려라 클래식’ 이라는 제목답게 클래식에 거부감이나 두려움 낯설음에 대한 배려가 보인다

작곡가,대표 앨범,저자의 강의노트,추천앨범 등등...누군가 클래식을 잘 알고있어 간략하게 혹은 요점정리를 해주는 식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작곡가와 연주자, 지휘자와 연주자,그리고 추천 음반 소개였다 

특별하게 느꼈던 건 음악가들의 이름이다 예전에도 간혹 느끼곤 했지만 이름들이 멋지다!

물론 이건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글렌 굴드(피아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피아노), 파블로 카잘스 (첼로)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등장하는 유명 음악가들의 이름들이 다들 예술이다 내가 외국사람 이름에 덜 익숙해서 인건지, 아님 음악가들의 조국이 저런 이름들 그러니카 성 일수도 이름 일수도 있지만, 이름조차 클래식하게 들리는 음악인들이 대거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작곡가->연주자->~주의’로 앞으로 관심을 쏟을듯하다....!

 

아는 만큼 무엇이든 익숙해질것이다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야할지 , 다른 클래식 책을 통해 다른 각도의 클래식을 접해야할지 고민이다 

아마도 양쪽을 다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계속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말이다  

화려하고 광대한 미국은 이 책에 없다

모터홈을 타고  여행하면서 느끼는 저자의 감상은 외피적인 미국의 이미지라기 보다는 쓸쓸하고 고독한,게다가 암울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외진 곳을 응시하고있다 패기 넘치는 젊은 감성의 글이라기보다는 오랜 경험과 삶의 관조로 주름진 아메리카의 이면을 흝고있는듯 보인다 표지를 장식한 휴양지의 모습도 왠지 청명한 여름 분위기라기보다는 이제 짐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야할것만 같은 아쉬움이 떠돈다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미국하면 패스트푸드와 디즈니 랜드의 미키 마우스,허리우드의 스타들,광활한 대지를 가진 선진국을 떠올리게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일류시민이라는 자의식과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미국에 대한 동경, 부정하려고 해도 어쩔수 없이 들게되는 영어울렁증,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배타적인 그들의 행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하게되는 그 나라에 대한 부러움 내지는 선망이 있는게 사실이다 세계를 많이  다녀보지 않아도 미국시민이 갖게되는 현대의 선민의식은 뿌리깊다 게다가 누구하나 그것에 토를 달지 못하며 아시아에서는 서구유럽과 함께 미국은 선진국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무조건적인 우대’까지 하는것을 목격한다 이것이 그저 백인에 대한 열등감인건지 아님 뿌리깊은 사대주의인건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아메리카에 대한 알 수 없는 이중잣대가 분명히 있는건 사실이다

 

의식치 못하게 미국에 대한 몇 권의 책을 구입하면서 얻게된 책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라서 더 신선했던거 같다 멋지고 설레이는 미국도 분명 있겠지만, 가보면 별거 아닌 아니 알고나면 그저그런 포장만 요란한 실물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책에 실린 사진들도 분위기 있고 근사한 아메리카의 모습이 아니라, 한적하고 외롭기까지 한  미국의 초상’이다  일본인 저자는 다른 각도의 아메리카를 조명하며 자조적인 시선을 계속 유지한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서로 간의 동질감을 구현하는 것이 스타’라는 허상을 구심점으로 한다는게 놀라웠다 거대국가이고 다양한 인종의 전시장 같은 그 곳에 인종간의 결합의 매개체를 스타’에게 찾는다는게 어찌보면 허무하기도하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모두 하나가 되는건 아니구나 싶기도하고, 휘황한 도시의 불빛  뒤에는 그림자도 길다라는 말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큰 땅덩어리만큼 많은 것을 포용하고있을것만 같은 그들의 내면에는 어쩌면 감정표현하는데 서툴러 정신과의사 한두명은 친구로 둬야한다는 말처럼 면적만큼의 마음의 크기는 없는게 아닐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신대륙안에서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낸 미국이라는 나라의 판타지는 많은사람들에게 허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만큼이나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지구인들 중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그들은 부유하고 여유있는 나라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자동차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 그것이 곧 집 안에 풀장을 당연히 갖추어 놓고 살 것만 같은 풍족한 꿈 :아메리칸 드림’을 만들었을 테지만, 허리우드 영화만큼이나 과대 포장되어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쾌활하고 고독한 미국인"이라는 저자의 말 처럼 풍요로운 혜택과 부강한 나라의 이미지보다는 왠지 모르게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도 도달되지 못하는 곳에 각자의 삶을 부려놓고 또 어딘가에서 판타지를 만들고 있을 그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역시나,미국엔 뉴욕이나 맨하탄만 있는게 아닌가보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길 위에서, 쓸쓸한 미국인의 뒷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