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로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자못 의미심장하고 생각해볼 만한 내용일꺼라 기대가된다. 어떻게 보면 거창한 제목인게 사실인데,
평범하게 살아 온 젊은 여자가 언론에 의해 그것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 급급한 저급한 언론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너무 담백해서 흑백필름영화: 그러니깐 다큐멘타리 형식의 영화를 심각하게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든다. 미사여구나 자질구레한 설명보다는 그대로 사건을 펼쳐놓은듯한 묘사가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작가가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이야기다'라고 정의하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있을법한 내용을 소설로 썼다기보다는 지금껏 있어왔고 어쩌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사실에 근거를 둔 이야기임을 밝히는듯 해 무게감이 들기도 했다.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이혼한 경력과 가사 관리사'라는 평범한 27세의 여성이 카니발 시즌의 한 댄스파티에서 괴텐-살해'강도 용의자로 쫓기는-이라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범죄 용의자라는 걸 알고 도주를 도와줬다는 죄명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중에, 언론에 노출되고 언론이 한 개인의 명예나 인권을 존중하며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호도하고 급기야 인격적인 폭력을 일삼아 결국엔, 블룸이 기사를 냈던 기자를 총으로 쏴 살해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의 저속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기사를 올리고, 그 기사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 개인을 찢고 까발리는 세간의 호기심이 성실하게 살아 온 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모욕감에 치를 떨다가 저질러진 사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나은 꼴이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 바보로 만드는건 쉽다.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깊은 좌절감과 지금까지의 인생 전반을 파괴하는건 한 순간인것이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터지면 그 뒤엔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언론은 여론을 대표한답시고 한 일이라고 할 것이고, 사람들은 그런 기사를 올린 언론을 탓하기에 급급하다.
" 한 젊은이의 삶을 파괴하는 것"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블룸의 폭력을 조장한 것은 어쩌면 황색언론'이라는 말로 대두되는 사람들의 저속한 호기심'이다.
특히나, 소수자 또는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누구도 그들의 편에 서기를 달가와 하지 않는다. 대중의 힘은 크기도 하지만, 극악하기도 하다. 무고한 한 사람을 여지없이 죄인으로 만들어 버릴수도 있으니 말이다.
또 한번 느끼는 거지만, 공의가 반드시 정의'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은 자신을 철저히 짓밟는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 확인을 하려한다. (물론 그 동안의 기사로 입은 정신적인 피폐로 총을 준비한다) 하지만 기자가 블룸의 집에 와서 모욕을 주지만 않았어도 총을 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그 동안의 기사만으로도 블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역시나 그런 왜곡'허위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추잡한 놈'이 틀림없다.
영화나 드라마나 이런 내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욱'하게된다.
사람을 살리는 말이 있고, 죽이는 말이 있다. 육체적인 폭력만 폭력은 아닌것이다. 어쩌면 언어폭력 그것도 거짓말로 인한 폭력이라면 억울하기도하고 분하기도하고 견딜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게될것이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폭력에 상처는 깊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제대로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기가막히고 절망스럽겠는가! 안타까운건 이런 말도 안되는 폭력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개인의 명예는 자신이 지키는 것이라지만, 사회가 함께 보호해주고 지켜주지 않으면 온전히 보존되기 힘든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