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타주(Reportage: 기록 문학, 보고기사(報告記事),르포'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이것은 단편적인 기사'라기 보다는 보고자(reporter)가 자신만의 필력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라는 것이 맞는 말일것같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 읽으면서 어렵지 않을까 특히나 실업을 바탕으로한 이데올로기나 사회주의 ,정치적 의견들이 많이 대두되어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는데, 그런 기우는 여지 없이 깨는 작품이다. 솔직히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읽어볼만한 작품이었는데, 유명한 다른 작품 이전에 이 작품을 먼저 접하게 되어 나 자신도 새롭다.

 

작가 자신이 리포터가 되어 사건 현장에 급파되고 그 곳 현장에서 실생활을 하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보고서 형식을 빌려 쓰고 있는데, 수첩을 들고 이 집 저 집을 전전하기도 하고, 냄새나고 궁한 환경에서 생활해 보기도 하고, 사람들과 접촉하며 피부로 와닿는 실감나는 보고를 전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후의 대량 실업 사태와 전쟁후유증 속 아직도 증건되지 못한 정치적 상황, 게다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사는 사회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계급사회에 대한 접근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계급'에  대한 오웰의 견해가 새삼스러웠는데, 우리나라 70%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에 미쳤다.(요즘은 중산층의 몰락'했다고 말해지기도 한다 )  계급의식이 정치적이거나 문화적 의식을 가져야만 있는건 아닌것같다. 계급'이라는 딱딱한 어투가 그런 생각을 더 하겠지만, 이건 솔직히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느 수준이며, 잣대를 들이대보면 바로 나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계급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고 살고 있을뿐, 어느 사회에나 계급은 존재한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긴 그런걸 인식하고 산다는것 자체가 피곤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슨 선거 운동에 참여해서 피켓을 들고 내 밥그릇 내놔라! 하는식의 데모는 어떻게 보면 다 계급의식의 발단이 아닌가? 누구는 조금더 받아야 할 것이고, 누구는 더 주기 싫은거' 누구는 주는 입장이고, 누구는 받아야 사는 입장이고, ...이걸 입장의 차이라고 말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런것도 계급에서 나온다고 해야될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부르짖는 부르주아나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모든것들이 자본주의'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사회주의가 내포한 ,그리고 지금껏 별로 성공적인 사례를 내놓치 못한 ,게다가 사회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까지 그런 일련의 것들 때문에 무슨무슨 주의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여전히 지금도 존재한다. 그런걸 거론하는것 자체가 요즘 시대에 안맞는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는건 기정사실이다. 여기에서 언급하듯 문화적인 차이, 환경적인 차이, 언어적인 미묘함까지 그런 접근들이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아마 민주 자본주의'라는 요즘 ,아니 탈 이데올로기라는 현대에 이런식의 접근이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이 글은 1936년대에 써졌긴 했지만, 요즘에 빚대어 생각해봐도 별반 달라진걸 못 느끼겠다. 우리나라에서만 봐도  대량실업과 실업자 문제가 큰 문제이고, 청년실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잠재 문제는 여전히 포화상태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 유토피아'란 없다는 말이 있고, 사회주의니 민주주의니 따진다고 해봐도 결국 ,인간이 평안하고 안락함을 느끼는 것은 무슨무슨 주의가 아닐터이다. 역자는 오웰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혹자에게는 나이브'하다는 소릴 듣는다고 하던데, 아마 그래서 읽는것에 거부감이 안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를 극단으로 모는것이 결코 좋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보지 않아서다.게다가 표현들이 소리높여 떠드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진솔하게 다가온다. 자신을 대입해 계급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은 생동감이 넘쳐 오웰의 성격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 중산층의 전형적인 일원인 내가 있다. 내가 계급차별을 없애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일이다.하지만 생각하고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계급 차별의 산물이다. 나의 모든 관념은 어쩔 수 없이 '중산층'의 관념이다. 책과 옷과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 명예에 대한 나의 감각, 나의 염치, 나의 식사예절, 나의 어투, 나의 억양, 심지어 나의 독특한 몸동작도 전부 특정한 훈육의 산물이며, 사회 위계의 윗부분에 있는 특정한 지위의 산물이다. 그런 사실을 이해할 때, 나는 프롤레타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인 오웰의 말을 빌리자면,

인식하는것만으로는 사회주의를 이끌 수 없다는것이고, 현실에서  몸과 마음으로 행하는 직접적인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위건 부두로 가는길' 단순히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만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게되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생각보다는 인간 사회에 뿌리깊게 차지하고 있는 모든 의식들이 인간의 이기심이 아닌가 싶었고, 무슨무슨 주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사람답게 사는것' ....정의가 곧 공의'가 되는 것' 그런 사회가 모든 인간에게 만족을 주지 않을까하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게된다.

고독'과 외로움'을 비슷하거나 같은 감정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엄연히 고독은 좀더 독립적이고 선택적인 상태이다. 외로움은 우리가 어쩔 수 없고 , 나 자신이 원해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것이라고 본다. 고독은 자아가 강한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의 다른 형태일지도 모르지만, 외로움만으로 고독을 한정지을 필요는 없는것같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여자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대도시의 고독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호퍼의 그림 속 여자의 모습도 고독과 소외감을 잘 그려주고있다. 어딘지 메마르고 건조한 도시적 정서와 누군가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몰아적 분위기도 풍긴다. 어쩌면 고독이란 인간이 선택하는 가장 나 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과 독대할 수 있는  절대고독'의 시간을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외로움이라고 부르는건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고독과 동행하는 삶이 결코 외롭거나 초라하게 비치지만은 않는다. 물론  혼자 라는 눈총'을 감래하는 기술은 필요한듯 보인다. 타인의 시선에 자유로운 열린 시야가 필요하기도 하고, 혼자 있다고 쭈뼛거린다거나, 홀로 있는 자신을 들킨것같아 주눅이 든다면 그 사람은 고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것이다.

 

고독 안에서 홀로 인 나'를 만나는 즐거움,조용한 공간에서 자연의 소리를 더 민감하게 깨닫는 법, 평화롭고 안온한 분위기, 정적과 친해지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자신만의 시간을 음미하는 기쁨을 이야기해주며 사람들과 사귀듯이 고독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고독을 선택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혼자인 시간을 사랑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쌓여 있다고 외롭지 않을까? 인생엔 고독이 그림자처럼 늘 따라 다닌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독을 떨어내 버려야만 하는 독'처럼 생각하는 사람조차 있다. 하지만 고독은 점쟎고 나대지 않으며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

 

....노플 집의 고독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고독이었다. 나를 위해 만든 고독.

오로지 이 집에서만 나는 혼자였다. 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 그러나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칩거형 외톨이와 진정한 고독자'와는 다르다는것이다.고독을 음침한,외부단절한,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가 건축한 천국의 집으로 만드는 사람이 고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빈 집에 홀로 있는 외로운 사람의 이미지가 아니라  나 만의 집에  오픈 된 거실 같은 마음을 가진 진정한 고독자'가 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배타적인 이미지가 아닌 쾌활한 마음의 소유자라야 사람들에게도 자신에게도 고독'안에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독에의 동경과 사람 내음을 향한 욕망은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나아가 서로의 조건이 된다.한쪽만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이 불쌍한 패배자로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고독과 교제'의 양날개를 달자'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나 자신을 홀로 바라볼수 있는 시간의 양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이기보다는 함께를 원한다. 외롭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보기에 더 자연스럽고 평안하기 때문이다.고독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고독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어줄테지만, 나와만 만나서는 정말 외로울지도 모르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