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책에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선선한 공기와 나긋한 분위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제목이 주는 안온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내용은 감성적이지만 자극적이고, 부드럽지만 우울한 정서, 아름답지만 슬픈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류의 내용은 아니다. 소설가의 화려한 이력과 소설 전반을 흐르고 있는 촘촘한 표현들은 작가가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 표지처럼 풀밭위의 식사를 하고 있지만 허상으로 존재할 뿐이고  밖에 있어야할 밝은 분위기는 안에 침잠해 있는 어두운 무게로 깊게 가라앉아 있다.

 

기현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누경에 대한 묘사는 어딘지 어둡고 묘하고, 연약하다. 여기 기현이라는 남자는 그 묘한 분위기에 홀린다. 누경에게는 어릴적 심각한 상처와 기억, 치명적인 사랑이었던 강주에 대한 그림자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누경의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묘사되어있고, 서 강주’라는 남자는 50대정도로 보인다. 누경이 16세때 이 강주’라는 남자는 결혼을 한다. 누경과 강주의 사랑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는 능력있는(?) 남자들이 20살 어린 여자들과 곧잘 결혼을 한다. (연예인의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선 나이가 대수롭지 않게 묘사되어있다. 누경에게 강주’라는 존재는 완벽함 그 자체이다. 외면적으론 제레미 아이언스와 르 클레지오를 닮았다고 제레미 클레지오’라는 별명을 가진 중년남자인데 그런 외면적인 조건으로도 대충 분위기가 난다.

하긴 이런 소설에서 기품있는 외모를 가진 중년의 남자를 찾다보니 지성과 남성적인 매력도 포기하지 않고 두루 가진 인물을 찾았을테고, 그게 아무래도 이 두 남자를 믹스해놓은 형상으로 표현된거같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것은 틀림없다. 그 나이에도 샤프한 몸매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게다가 정서적인 감흥까지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남자라면 여자, 그것도 연하의 여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뭐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 나이가 되면 남자들이 의례 배가 나오고 느슨해지는 편이니 아마도 그 반대급부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주 내용은 중년의 남자와 20세정도 연하의 여자의 사랑이야기’라지만 나이나 불륜이 주 내용은 아니다. 그렇치만 이것만으로도 자극적인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간간이 비치는 자유스러운 표현들이 요즘의 세태가 이런건가? 싶기도하다. 30대가 되면 여자가 이렇게 성에 자유로워지고, 대담해지고, 그렇게 되는건가, 소설의 촛점은 분명 이건 아닐텐데. 난 그 쪽으로 자꾸 신경이 쓰여 거슬렸다.

 

사랑의 모든 형태가 모두 올바른것은 아닐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랑의 형태’를 한정 짓는다는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여기에 누경의 직업: 유리공예가- 에서 유리가 불 속에서 말랑한 형체를 갖지만 식으면 깨지기 쉬운 고체’가 되는것처럼 정의되지 못하는 , 영원히 결론 내리기 어려운, 고정되지 못한 불’ 같고 유동적이면서 유리처럼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무형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는 나와 헤어지면 백화점에 들러 검은콩과 매실을 사서 집으로 가는 것이다.

어쩌면 아내의 지도를 받으며 매실을 씻어 설탕에 재고 검은콩은 식초에 담글지도 모른다.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다운 일상인가.

 

누경은  강주의 아내와의 일상적인 관계에서 자신과의 관계로는 절대 부술수 없는, 부셔서도 안되는 견고한 어떤것’을 깨닫는다. 솔직히 말해  강주’라는 남자의 이기심( 그것이 아무리 사랑’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는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싫었다. 가정은 가정대로 지키고 싶고,

사랑은 또 사랑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의 뜻에 모든걸 맡긴다는 말조차도 이기적이다.’

혹자는 그럴것이다. 모든 이기적인 것이 사랑이라고, 상대와 나이외의 모든것, 아니 상대에게조차도 이기적인것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흠, 모르겠다. 도덕 교과서같은 말을 하고싶진 않치만,

책임감이 배제된 사랑’의 형태가 과연 온전한 사랑일까? 감정에만 충실하다면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라고 말하기 낯 부끄럽지 않을까? 감정이 언제나 백도씨의 열을 가진다면 모를까, 감정은 언젠가 희석되고 퇴화되는 바람같은 것이 아닌가!...

 

누경이  진정한 삶 속에서의 사랑’을 하게되길 소망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것이 좀더 견고하고 푸근한 사랑’의 온전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게된다.  음식 냄새가 나는 살아있는 삶’ 안에서의 사랑이

햇살 받은 풀밭위의 다정하고 평화로운 식사를 더 풍요롭게 만들것이다.

 

 R.A. 토레이의 글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신앙서적들을 총정리하는 느낌이다.

진리의 영을 받는법'은 곧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방법, 또는 임재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가 어떻게 깨닫고 배우고 순종하며 나아가야하는지를 강한 어조로 피력하고 있다 . 토레이의 글의 특성은 지금 현대에 만연해 있는 여러 사상이나 철학 등 사람들이 현혹되어 있고, 그럴듯해 보이는 허구들과 비교하며 하나님을 아는것' 진정한 앎'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를 재차 반복하며 ,성경구절들을 언급하고 있다. 중요한 성경의 말씀은 거듭 강조하며, 우리가 빠지기 쉬운 오류들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고 있는 성경의 구절들은 성경의 인물들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것과 같다. 성경의 저자들에게 친히 영감을 주어 만들어진  성경 곧 하나님의 말씀'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생명력있게 전해진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모든것을 상세히 열거하며 하나님께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사람이 내게 보이지 아니하려고 누가 자기를 은밀한 곳에 숨길 수 있겠느냐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나는 천지에 충만하지 아니하냐                 「예레미야 23장 24절」

 

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곳에도 임하시는 분이다. 영적인 존재라는것이 어떻게보면 인간이 상상할수 없는 공간 그러니깐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초월할 수 없는  한계'라는것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든것을 초월할 수 있으시고, 온 우주에 충만할 뿐아니라, 공간의 의미가 무의미한 존재이시다. 어느 곳이나 계시고 아무리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다고 해도 하나님의 눈을 피할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죄인이 하나님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고, 죄악이 머물곳은 어디에도 없다. 빛이신 하나님과 그림자는 공존할 수 없다는 말이겠다.

 

너는 알지 못하였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와 , 땅 끝까지 창조하신 자는 피곤치 아니하시며 곤비치 아니하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 시편 40:28

 

인간은 누구나 영원을 사모한다. 그것은 결국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곳이기 때문일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원한 신뢰의 대상이 되는것도 하나님은 영원하신 존재시고 하나님은 스스로 있는 존재이시기 때문이다. 유한한 인간과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영원부터 영원까지 계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앙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사실, 영원이라는 말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하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가 인간일터이다.   누구도 감히 영원하고 무소부지(無所不知)하신 하나님의 크신 능력앞에 나설자가 없음을 알고, 진정한 순종을 해야할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의 여러 본질들 가운데서도 우리가 믿고 의지하고 위로를 받는 것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이다. 어떤 죄악 가운데서도, 어떤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는 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 - 요한일서 4:10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 요한일서 4:9,10

 

사랑때문에 용서하시고, 오래 참으시고, 죄에서 구원하시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사랑의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시고, 온갖 죄악에서 건져내 주신다. 어떤 말로도 다 설명할 길 없는 그런 무한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가 여전히 하나님을 알지 못해 불행하다니 슬픈일이다.  온전한 진리는 오로지 하나님을 아는것: 진리의 영을 받고 생명의 길'로 가는것 뿐이다.

이 모든것을 깨닫는것도 하나님의 축복이라 했다. 일점일획도 변치 않으시는 거룩한 하나님의 사랑앞에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알고자

한다면 하나님의 영은 언제나 충만하게 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