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데미안이 천사도 악마도 아닌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주인공 싱클레어를 이끄는 삶의 모토이자 정신적인 지주'같은 분위기인데, 아마 내가 기독교신자이긴 때문일까? 헤르만 헤세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무신론자로 삶을 마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목차에 등장하는 카인 ,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야곱의 싸움' 이런 제목들이 기독교적인 지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는 건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

헤르만 헤세라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사람같은 유명인이다. 책을 읽는다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과 거리를 두고(?)있는 사람조차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데미안'이라는 묘한 이름을 제목으로 취한 헤르만 헤세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처음부터 데미안이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의 이름도 언급되지 않는다. 안정되고 다복한 가정의 10살짜리 꼬마의 사소한 사건으로 죄에 발을 들여놓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을때는 어린 아이가 빠지기 쉬운 두려움, 거짓말, 이런 것들 때문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게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린아이란 여기서 약자에 해당된다. 약자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자인 악인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갑갑하고 신경 쓰이는 경우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천사와 같이 혹은 성인처럼 데미안이 등장한다. 어른인지 아이인지 종 잡을 수 없는 얼굴과 몸짓. 선인지 악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경지에 서 있는 묘한 인물로 데미안이 그려진다. 싱클레어를 단숨에 사로잡고 두려움까지 동시에 갖게 하는 인물이다. 답답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볍게 정리하며 싱클레어의 인생에 개입하는 데미안. 성경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을 풀이하는 묘한 데미안. 성경에서는 카인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동생인 아벨을 죽인 인물로 표적을 받아 누구도 카인을 다시 죽이지 못하는 형벌을 받은 인물이다. 데미안은 카인의 평가를 성경적이라기 보다는 초인적인 인간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뒤에 역자의 해설이 나오는데 데미안은 독일어로 데몬 : 그러니깐 악령 또는 한 인간안에 내재되어있는 선과악을 모두 포함한 초인적인 힘'을 말한다고 한다. 한 인간 싱클레어의 자아성찰이나 자신의 찾아가는 길'로 표면적으로 그려지는 이 <데미안>이라는 소설이 결국은 신을 부정하고 인간을

신성시하거나 인간이 만들어내는 초인적인 어떤것으로도 진정한 나를 발견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데미안은 결국 인간 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는 강렬한 어떤 것: 극한의 힘'내지는 초월적인 힘'을 말하는 것 같다.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만나게 되는 인생의 선생들은 모두 조금쯤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자신안에 침잠해 들어가 고독하게 살아가는 싱클레어 자신도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안으로 안으로만 깊이 들어가 있다. 유년기를 거쳐 마지막 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마무리 되어지는 주인공의 삶은 인간적이라기 보다는 초월적인 어떤것을 추구하는것같아 보인다. 저 유명한 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도 왠지 내가 알던 표현이 맞나 싶다. 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 갇힌 꼴이고 결국 죽게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깨뜨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는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결국 이것은 인간인 나를 벗어나 초인적인 어떤 것을 만들자는 뜻인 모양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를 지향하는 결론이다. 흠 모르겠다 . 스포츠 경기나 인간이 도달하지 못할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 경지를 뛰어넘기 위해 자기가 갖고 있는 힘과 능력보다 더한 갈망과 꿈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동경하고 이루지 못할 경지에 오른 그들을 경이롭게 쳐다본다. 내 안의 데미안'을 깨우자는 말인듯한데, 헤르만 헤세가 말한 초인적인 자아'는 강팍한 세상을 살아내는 순간의 힘은 되어줄지 모르지만, 데미안이 가끔 내보이는 멍한 눈빛과 육체를 벗어난 듯한 공허함을 남기지는 않을까. 인간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 자신을 높이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벗어나 자아를 찾는 것이 자신의 영을 고갈되게 하는건 아닌가 싶기도하다.

 

매력있는 책이다. 데미안의 묘한 흡입력과 한 인간인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으며 결국 데미안과 나를 하나로 연결시켜 내는 여정을 보여주는 철학적인  소설이었다. 젊은 날  이 책을 읽었다면 더 머리가 아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이 책을 본게 다행인거 같다. 데미안에 심취해 몇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도 꽤나 많은 포스트잇을 붙인걸 보면 <데미안>의 잔향이 꽤 오래 갈 것 같다.

 

<무력한 심령을 만지는 성령의 도우심> 이라는 소제목이 강하게 와 닿는다. 무엇보다 기도의 비밀을 알고 싶기도 했다.  기도는 늘 의문이 들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한다'는 말이 어패가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일대일의 대화' 하나님께 드리는 내 영혼의 호흡' 이런 말들을 주로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는데 기도에 게으름을 피우거나 영혼이 다운된다는 느낌이 들라치면 하나님이 정말 내 기도를 듣고 계시긴 한걸까? 의문이 들었던것도 사실이다. 기도로 영혼에 갈증을 해소시킬 수만 있다면 아니 기도로 제대로 하나님과 깊이있는 대화를 한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위로하시는 하나님이 상한 심령을 어루만지신다는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에서도 기도를 드릴때 울컥 솟구치는 눈물에서도 상한 영혼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기도'만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진정한 통로가 되는것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늘 기도에의 의지'는 강해지지 않았다 . 간절한 기도제목이나 갈급한 상황이 생기면 하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기도가 터져나오지만 상황이 변화가 없거나 매일이 평탄하면 자연스럽게 소홀해지는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신앙의 성장도 결국은 기도를 자신의 삶에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에 달려있는듯하다. 신앙 생활을 경건히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도의 사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도를 나의 삶에 정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려면 자신을 드러내야한다. 자신은 안으로 꽁꽁 싸매고 상대방만 오픈하라고 한다면 누가 과연 나를 진정으로 받아들여 줄것인가! 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일(open mind )을 적절히 진심으로 한다는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나님이 나를 찾으실때 '예'하고 나아가서 하나님이 내 안으로 들어오시게 모셔들인다'는 영의 기도를 드릴려면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하나님 앞에!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 영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은 그 소리에 민감하여  언제든 문을 열어 예수님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기도란 어쩌면 내 마음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인지도 모른다. 또 여기에서 언급했듯이 하나님은 믿는자들이 기도하기를 원하신다. 예수님이 인간 세상에 와서 복음을 전하실 때에도 언제나 기도의 시간: 거룩한 그 시간을 빼 놓으신 적이 없다. 그건 필시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마음을 받으려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영의 기도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부터 시작해 나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권능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복된 삶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새사람'이 되는 거듭남을 이루어내게 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항상 기도하라'라고 말씀하신다. 쉬지말고 기도하라'라고 강조하시기도 한다. 성경에 기도하라는 권유의 말씀도 많다. 그 만큼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리라.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기도가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고 새로운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도의 힘이다. 또 하나 기도응답을 우리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와 방법으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는 것이 될 것이다. 누구나 기도를 하면서 이것을 이루어주세요 저것이 필요해요 원하고 요구하게 된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영적인 요구가 아니라 육적인 요구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응답의 권위도 하나님께 있음도 잊어서는 안된다. 나의 때에 맞춰 무엇이든 가능케 된다면 그건 하나님이 나의 종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 요한복음 15:7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 시편 139 : 23. 24

 

위로가 됬던 말이 있다. 안심이 되었던 말이기도 하다. 기도가 나오지 않거나 기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때는 성령님을 찾아라 그리고 성령님께 의뢰하라는 말이었다. 기도를 하고싶은데 목구멍에서 맴맴 돌뿐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너무나 먹먹하고 답답해서 그게 분출되지 않을때가 있다 . 그것이 기도로 풀어지면 좋은데 그렇치도 못할때도 있고,... 그럴때 나의 믿음과 나의 기도조차  나의 기도를 도와주시는 영이신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라는 말이다. 모든것을 맡기라! 다만 가만히 있으라!  내 마음문이 열리지 않거나 기도가 하기 싫어지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신다는걸 느낀다. 다만 우리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믿지 못할 뿐이다.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들을 사랑하시는지 다시한번 느낀다.

다만 너를 보여달라는 것으로 나는 너에게 축복을 주고 영의 단비를 내려주신다는 말씀인데, 우리는 이 마저 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보기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축복이나 기도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 사랑으로 기도를 해줘야 한다는 것.   그들 모두 각자 소중한 인간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 나의 중보기도가 숨겨진 사랑'이라 해도 은밀한 중에 살피시는 주님이 계셔 나의 사랑의 기도를 듣고 계신다는걸 생각치도 못하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기도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슬프고 가련한 인생인듯하다. 그 한사람이 없을때까지 기도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기도의 유산을 물려주라는 말을 가슴팍에 새긴다.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자손에게 기도가 쌓이도록 하는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 한 기도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없어질 물질이 아니라 기도를 쌓는 사람이 되고싶다.

 

 "  기도는 구원받은 신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맥막이다 . "

사과 같은 여자 뽐므 ' 둥근 뺨과 반들거리는 볼. 14살의 그녀는  빨갛게 익어 터질듯한 건강함을 지닌 아이다. 하지만 점점 그녀가 피폐해져 갈 수록 풋풋했던 모습이나 묵묵히 자신의 길을 살아냈던 그녀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다 먹혀버려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자신의 존재가 오롯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혹은 타인에 의해서 비참해지고 한 없이 우울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지기도한다. 레이스 뜨는 여자'의 삶은 자신이 짜 놓은 레이스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공기 구멍이 있을만큼 여유로운 레이스처럼 가볍지도 못했다.

뭐랄까 싱싱했던 젊은 시절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늙어가고 나름대로의 굴곡을 그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여자의 삶은 너무나 수동적이고 혹은 침묵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갑자기 푹 썩어 말라 비틀어진 과일을 보는 느낌도 든다. 그것이 물론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말미암는 것이겠지만, 외면적인 것으로 모든것이 판단되고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욕망과 선택에 맡겨진 듯한 모습이 안타깝기도하다. 어찌보면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탓인듯 마음 속의 울분이나 비참함을 분출하지도  못하는 슬픔'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와 아무 거부나 자아감없이 남자의 노리개로 살아가는 어머니 밑에서 살아가는 여자아이의 삶이 결코  녹녹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래도 두번째 챕터에서는 엄마의 직업이 조금(?) 나아진 상태였고, 뽐므도 미용실에서 어시스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의 삶도 달라지려나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매력도 존재감도 미비하다고 생각하곤 자신을 안으로만 잦아들게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에게도 수동적인 대응이 대부분이고, 어쩌면 타인과의 관계로 인한 상처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행하는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거 같아 보이기도한다.  ' 하챦은 ' 존재로서만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은 환경에서 오는건가? 아님 계급이 주는 박탈감같은건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부모마저 변변치 않고 누구도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제대로 평가내릴 수는 어려운 일일듯하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고 자신을 북돋을 의지가 필요한지도 모를일이다. 처음으로  친구라 생각했던 마릴렌과 첫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에므리와는 관계가 왜 허물어질 수 밖에 없는건지 - 허영과 이기심, 몰이해 , 자신의 이기심에 누군가를 구겨 넣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 진정한 누군가를 만난 적 없다는 생각도 든다. 두 사람과의 관계도 너무나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라 어리둥절해 지기도한다. 1대1의 관계였다기 보다는 어쩐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하고 성실하고 순수했던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자기 스스로를 거부할 수도 있구나 싶다. 그것이 너무도 이해되어 착찹하기도 했다.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자신 마저도 포기하기에 이르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려진다.

 

난해한듯하면서 곱씹게 하는 표현들이 많다. 프랑스 소설 특유의 아리송한 부분도 물론 있고,  무엇보다 저자가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간혹 등장하는데 더 상세하게 설명하려 하는 듯하고 감정을 정리해주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도 뒷 부분에 꽤 길게 소설에 대한 설명이나 다른 이들의 리뷰 비슷한 것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읽기 어려워 보이니 설명을 대신하고 이해하기 쉽게 해주기 위한 배려같기도하다. 이 소설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 소설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