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불멸의 존재이지만 인간의 피가 없으면 불안정한 존재이기도하다. 빛과 십자가에 사멸한다고 알려진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는 악마적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있어 온 뱀파이어들과는 달리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강력한 포스와 힘을 가진 존재라기 보다는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는 어둡고 소외된  뱀파이어.

 200년동안 외롭게 지탱해온  불특정한 소녀 뱀파이어 엘리'가 등장하는, 그리고 주위 인물들도 대부분 밝은 이미지라기 보다는 어딘가 뒤틀리고 음지에 있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배경이어서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기 보다는 분명 사람의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르는 뱀파이어인데 왠지모를 연민을 갖게 한다. 기존에 보아오던 뱀파이어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인간을 현혹하거나 화려하고 극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춘 인간보다는 상위 레벨에 위치한 듯 힘을 자랑해 왔다. 그러니 뱀파이어를 위협적이지만 욕망에 이끌리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으로 보아왔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인간보다 나을게 없는 어찌보면 더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로 부각시켜 놓았다.

 

뱀파이어가 [나 들어가도 돼?'] 라고 묻는다는것 조차 거부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인간의 피를 먹고 살아가지만 그로 인해 인간에게 거부당하는것을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극적인 존재로 뱀파이어를 그렸다.  그런 뱀파이어 소녀와 우정과 사랑을 공유하는 소년 오스카르의 심정은 어쩌면 세상에서가 아니라 엘리'라는 비세상적인 존재에게 위로와 사랑을 느꼈다는 것. 다만 아쉬웠던 점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를 사랑해서 피의 공급책으로 사람의 피를 수혈받듯 살인을 저질러 왔던 호칸' 처럼 또 다른 피의 공급책이되어 피로 얼룩질 것이 자명한 오스카르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극악한 순간에 오스카르를  위해 살인을 저질른 엘리가 결코 천사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뱀파이어라도 상관없이 엘리를 받아들이고, 엘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오스카르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막다른 곳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인생이 결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과 나를 받아들일 누군가를 열망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까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신을 떠난 인간이, 아니 신을 부정한 인간이 어떻게 괴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도 극명하게 보여진다. 태양을 피해 어둠 속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뱀파이어로의 삶이 결코 행복일리 없을테니 말이다. 빛에 나설 수 없는 인간의 삶이라는게 그 두려움과 절망의 시간이라는건 감히 상상하기조차 싫어진다.

 

묘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괴물로 변해버린 호칸의 모습도, 결국 엘리와 함께하는 삶을 택하게 되는 오스카르의 운명도 가볍지 않은 뱀파이어 소설이었다.  스웨덴의 블라케베리'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와의 며칠간을 다룬 스토리인데 인간들의 이기심, 소외감, 밝게만 이미지화 되어있는 유럽의 그림자. 어쩌면 인간이 사는 곳에 완전한 평화란 있을 수 없는건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한다. 작가는 어둠을 걷어내는 사랑, 끝없이 추락하는 순간에 찾아온 구원이 손길에 관한 이야기다' 라고 했는데 흠, 그렇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든게 해결되어 빛의 터널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둠의 터널을 찾아드는 여정을 보는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세상이 빛이 아니라 어둠만일지 모르겠다. 그들이 함께하는 세상만이 빛인지도...

 

렛미인 : Let me in / Let the right one in - 뱀파이어와 상극인 빛 ’ 그 속으로 들어가도 되냐고 말하는 뱀파이어 소녀’ 엘리

외로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모든 등장인물이 자기 안의 고독’을 품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진 외로움과 쓸쓸함이  뱀파이어를  만들어 낸것이 아닌가 싶기도하다 .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주위 친구들에게 이유없이 괴롭힘 당하고 소외당하며 자신 안의 분노와 외로움을  잔혹한 살인사건의 신문을 스크랩 한다거나, 칼로 나무를 난도질하거나 좀도둑질을 하거나 하며  풀어가는 소년 오스카르. 그가 묘령의 소녀 엘리를 만나게 되며 서서히 그녀에게 동화되어 간다. 남다른 독특한 모습과 자신을 거부감없이 대해주는 엘리를 스스럼없이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 엘리를 사랑하는 호칸 : 전직 교사 출신이면서 엘리를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고 저질른다. 엘리가 자신의 양식인 인간의  피’를 구하기 위해 

함께 살게된 사람이다. 하지만 엘리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지만, 엘리는 다만 그를 필요에 의해 사랑하는 척 하는 것같다. 엘리를 위해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담아 엘리에게 공급하는 공급책으로써 이 소설에서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는 인물이다.

 

" 박복한 것들. 아름다움이 없는 세상에 사는, 청승맞게 고독한 모든 사람들. "

호칸은 자신 안의 갈급함과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열병에 서서히 무너지는 인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극악하고 잔인하게 몰아가는 엘리를 놓치못하고 열망한다. [ 그러나 나는 아이의 마음을 갖고 싶어. 아이는 하나님의 왕국의 존재이니....] 등장하는 인물 모두 어딘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의 입장에서보면 그저 악마이거나 흡혈귀, 괴물에 지나지않는 뱀파이어인 엘리의 존재마저도 그럴듯하게 그려진다. 그 중에서도  이 호칸 ’이라는 캐릭터가 말할 수 없이 안되었다고 해야되나....잔혹하게 그려지는 아이를 꺼꾸로 매달아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수혈하듯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절규가 슬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타인의 생명을 바쳐야만 하는 그의 절망과 고뇌는 어떤 결말을 맺게될지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처참하고 잔혹한 살인극이고 피가 난무하는 악마적 써스펜스인데 왜 이리 슬프고 쓸쓸한 분위기가 나는지 모르겠다. 어딘지 둔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얼굴과 모습을 한 오스카르가 좋아하는 지하실’. 어둠이 익숙한 공간에서 안온함을 느끼는 오스카르의 모습에서 빛과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듯 하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 진다거나 고개가 절로 흔들어질 만큼 나쁜 아이로 생각되기 보다는 그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이혼한 엄마의 무조건적인 모성애와 멀리 떨어져 살고있지만 아버지의 존재가 그를 영 어긋나게 행동하는 걸 막아주는게 아닐까 싶었다.

차라리 오스카르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비뚤어진 천진함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이다.

[오스카르는 귀를 기울였다. 저 멀리 거리에서. 아파트 위층에서 사람들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정말로 지하실이 좋았다. 원하면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세계가 저 위에 있음을 인식하는 가운데, 그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 이곳 아래는 고요했고,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해야 할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

자신이 어둠에 있다고 해도 언제든 밝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그에게 있는듯하다. 게다가 그 어둠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리라는 것’ 그렇게 오스카르는 빛이 아닌 어둠을 인식하고 있는듯하다. 해가 진 후에 언제나 만나게 되는 엘리와의 교감도 어쩌면 빛이 아닌 적당히 감추고 가려진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서로의 단점도 비틀림도 없는 공간에서 더듬듯이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추악함이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형태로 말이다. 오스카르와 엘리의 관계가 엘리의 정체를 알게 된 오스카르의 대응이 어떻게 될지 다음 권이 기대된다. 그리고 또 한 명 엘리의 희생양이 될 뻔 하다 미수에 그친 슈퍼마켓 직원 비르기니아 : 아마도 뱀파이어가 될 모양이다. 어쩔 줄 몰라하면 피를 원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살을 칼로 긋는다.

 

새로 개봉될 미국판 렛미인은 미소년소녀가 등장하는듯하다. 잔혹 로맨스’라는 헤드카피를 썼던데 , 재미있는 호러영화가 만들어졌을듯하다.

기가막힌 구성과 스토리여서 절대 재미가 없을 수 없으니 말이다. 책에선 쓸쓸함과 슬픔이 진하게 베어나온다. 영화는 어떨지? 무엇보다 2권을 빨리 읽고싶다.

 

지브리의 애니매이션의 주제곡들을 재즈로 편곡해서 실은 재즈 옴니버스 앨범정도 되는 시디를 인터파크 이벤트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애니매이션의 음악이 떠오르기 보다는 이지리스닝 재즈 연주를 듣는 느낌이 강하다. 거의가 미야쟈키 하야오의 작품인듯 보이고, 여기서 본 만화가 꽤 되는걸루 알고 있는데, 애니가 떠오르는것 보다는 호텔 라운지에서  브런치을 먹으면서 들을만한 말랑한 선율로 편곡되어 듣기에도 좋고 살랑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재즈라는게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어렵고 난해한 경우도 있는데 역시나 애니매이션의 원곡을 바탕으로 한 음악이라 그런지 귀에 익숙해서 그런지 전혀 거부감없이 어깨를 살짝 흔들면서, 고개를 저절로 까닥이면서 흥얼거리며 듣게 된다.

 

요즘 간만에 만화영화를 극장가서 보는 바램에 정말이지 만화에 대한 감흥과 재즈로 빚어지는 자유스런 느낌은 비할데없이 달콤한거같다. 얼마전에 본  '마루 밑 아리에티 '의 방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역시나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영화구나 싶기도했고, 이웃집 토토로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내가 좋아하는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깜장 고양이와 빗자루를 타고 날던 키키의 모습도 생각이 났다. 그 애니에서 검은 고양이의 캐릭터 인형까지 일본에서 가져와 내 차에 잘 두고 있지만, 캐릭터의 다양화와 그것을 상품화시키는 일본의 만화산업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만화가 하나 등장하면 그것이 온통 캐릭터화되고 히트를 치는 공식으로 연결되고 한마디로 말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그렇게 됨 좋겠는데, 만화에 대한 저변이 아직도 좀 빈약한거 같긴 하다. 일본 경우는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만화를 좋아하고 거부감이 없는 반면, 우리의 경우는 아이들이 보는것이든가, 성인 만화 위주만 유행을 타던가 반짝하고 말던가 그러는듯 보인다

 여기에 나온 애니매이션은 거의 다 본 거같은데 3개만 빼곤, 그러고보니 내가 꽤나 만화영화를 많이 본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서 보지 못한 원령공주의 음악이 마음에 오래 남을 듯하다. 피아노 솔로로 애잔함을 잘 나타낸듯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지의 일본어 번역을 따로 하지 않고 있는데, 차라리 그게 나은듯하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상에 바로 번역을 해서 올리는 실력가들이 있는것을 보면 구지 어줍잖게 번역이랍시고 올리는것보다 이것이 훨씬 나은듯 보인다. 속지까지 꽤나 신경쓴거 같은 앨범이다. 애니매이션의 정서와 감성이 느껴지는 앨범쟈켓과 일러스트가 아기자기하고 이쁘다.

 

가을인 요즘 듣기에 더할나위없다. 산으로 들로 단풍구경가는 차 안에서 들어도 좋을 것같고, 여행을 가는 mp3에 넣고 들어도 좋을것같고, 책 읽으면서 들어도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정도로 나긋하고 정감이 드는 편곡의 음악이다.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은 아니지만, 감정을 흠뻑 젖시는 온화함이 흐른다. 그래서 가을의 분위기와 어울린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계절도 음악을 듣기에 무시 못하는 요인인데, 정말 딱 떨어지는 음악이 아닌가 싶다. 낙엽떨어지는 가을의 스산함과 선선한 가을 냄새에 취한 요즘 . 딱 들어주면 좋을만한 음악이다.

 

지브리의 애니매이션이 재즈와 만나서 촉촉하게 감성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