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아티스트, 영화감독 이 사강, 사진작가 김 태환, 설치미술가 유 쥬쥬가 느끼고 경험한 인도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함께 여행하며 겪은일이지만 세 사람이 느끼는 바는 모두 달랐다. 직업에서 오는 것도, 감성에서 오는 것도, 삶의 여정에서 오는 차이였을까. 모두 저 나름대로의 길로 다른 감성을 풍기며 읽기에 보기에 막힘이 없었던거같다. 인도에 대한 동경이랄지 두려움이랄지 뭐 그런 비슷하게 있었던거같다. 극명히 갈리는 인도여행의 후일담은 더 그런 선입견에 시달리게 한다. 결국 자신이 겪어봐야 자신만의 인도’를 알게될것이다. 누구의 인도 체험기는 나에게는 간접경험이 되어줄지언정 내 안의 인도’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할테니 말이다. 현대인들 특히나 도시인들에겐 너무나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올 환경과 문화일텐데 거기에서 인도를 어찌 받아들이고 기억할지는 각자의 몫인듯하다. 언젠가 가게 될 나라- 인도를 세 사람의 눈으로 따라가 본다.

 

이 사 강 :

영화감독인 그녀는 예쁜 얼굴로, 유명 연예인의 전애인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없어도 충분히 눈에 띄는 모습이라 어떤 감정적인 경로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인도 방문기는 직업적인 이유로 시도된듯 비춰지기도 했다. 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인도를 방문하고 인도의 영화인들을 만나고 소개하는 모습이 많아 그런듯하다. 우선 맘에 들었던 것은 노래의 제목으로 소제목을 붙여 이어나가는 모습이 그랬다. 영화의 한 장면, 노래의 한 구절을 모티브로 감정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그녀의 글은 읽기 편했고 의외로 신선하기도 했다.

 - 결국 삶의 본질은 만남보다는 헤어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보다는 시간 그 자체에 있는 것. -

- ’지금’이라는 순간은 바람처럼 형태 없이 날아가 버리기 쉽고, 구름처럼 뭉게뭉게 잘 보이지도 않는다.현재가 과거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때가 많치 않나. -

- 누구에게나 기억의 저장고’는 고유하고 특별하다. -

-너를 용서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 되겠다.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너는 나의 인생을 쥐고 있다 놓아버렸다. 그대를 이제는 내가 보낸다.  - 조용필 Q 

인도의 발리우드에 대한 소식, 영화인들 , 인도의 철도여행에 대한 tip 등, 인도여행에서는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배워야 할 것같다

 

김 태 환 :

사진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가장 인도친화적 소재로 사진들을 실었다. 인도의 사람들, 인도인과 소통하는 법 등 여행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등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같은 것, 여행자의 오픈마인드를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행은 그저 보기만 한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구나 싶기도하다. 현지인들과 겪어보지 않고 여행을 갔다왔다 하는것도 어쩌면 진정한 여행이 아닌게 아닐까 싶기도하다. 만국 공통어 바디랭귀지 중 단연 으뜸은 미소’ 라는것!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만고의 진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다 통하는 것같다.

행복을 발견하는 법’ 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고있는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도 현재에 있는 곳에 만족할 수 없어서 떠나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다른 곳에 가서 다른 나를 만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것처럼 말이다.

- 세상이 나를 속인다고 해서 나조차 나를 속여서는 안 된다 -

 

유 쥬 쥬 :

내가 아는(?) 설치 미술가들은 대부분 괴짜들이 많다. 아니 그런 다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설치 미술이라는 미술외적인 작업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담벼락에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있는 개를 쳐다보며 나는 이 개 같은 사람이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어딘지 귀엽고 유니크한 모습이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자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아티스트적 영감을 갖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서 그런지 자신의 직업에 대한 , 아트라는건 대단한것에서 시작하는 별난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아트적 감동은 쉽게 찾을 수 있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세 명의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다.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사진이라기 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을 그대로 담고 있어 이질적이지 않았고, 아마 내가 인도를 여행한다고 해도 저런 사진을 찍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했다. 자신을 향해 헬로’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사진에 담긴 모습도 친근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인도 - 더럽고 시간 관념도 없고, 촌스럽기 그지없기도하고, 상식이 통하지도 않고....여러가지 이해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어도 으악’하는 순간과 마주치기는 해도....결국 인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아마도,

인도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나라일 것이다.

 

천하를 움직이는 것은 무력과 금전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에도 힘이 있다.

천지를 뒤흔들 힘이.

 

 

다도의 명인 센 리큐' , 일본 전국시대의 막강한 절대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사의 이면을 드라마틱한 소설로 엮었다.소설 전반에 다도의 흥취와 예인의 감흥이 흐른다. 일본의 다인에 대해 별반 지식은 없다. 일본 드라마에서 몇 번 본게 다고 왠지 격식을 차린듯한 자리에 자를 잰듯한 자세로 차를 홀짝이고 달디단 단과를 먹어야만 할것같은 분위기여서 영 거부감이 먼저 들었던게 사실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다도의 힘'은 차를 대접하는 호스트인 다두와 차와 함께 음식까지 대접받는 손님의 관계. 거기에 손님의 취향에 맞게 선택된 모든 음식의 멋과 맛이 오롯이 차로 귀결되는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것같다. 이야기의 주 된 내용은 다도의 명인 센 리큐와 그 시대의 절대 권력자 히데요시의 묘한 대립과 그 저변에 깔린 리큐의 숨겨져있던 연정을 내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도의 향기와 풍류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를 배려한 명인의 손길은 한껏 대접받고 배려받았다는 느낌에 더해 차와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감동시킬 수 있느냐까지 이어진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예술적인 탄성을 자아내는 일은 미술이나 음악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다. 선 고운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있겠지만, 그 아름다움을 포장하는 자태에서도 아름다움을 구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보여지는 다도의 아름다움은 보여지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성품에서 오는 단아함내지는 품성을 나타내는 분위기까지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차의 향기나,  맛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는 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그런 마성의 힘'을 가진 품위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등장하는 센 리큐는 다도의 명인으로 나온다.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능력, 그것을 포장하는 기술, 사람을 심미하는 내공까지 두루 갖춘 예술인이면서 남성적인 열정도 함께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아름다움에 집착해가는 그의  행로는 권력자인 히데요시의 눈 밖에 나기에 이르고 할복을 명 받게하는 계기가 된다. 히데요시는 아무래도 자신보다 나은 그의 심미안과 재능,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자신의 치부와 저속함까지 들키고 만것에 부아가 난것같다. 너무 많은 재능이 그를 밉보이게 한 것같기도하다. 권력의 정점에 있어야 할 자신보다 빛나는 별'을 가까이 두고싶은 권력자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아부를 하고 , 적당히 눈치도 보고, 엎드려 있기를 바랬던 히데요시앞에 그는 언제나 낮은 포복자세를 취할 망정 차가운 눈빛을 잃지 않았다. 그 서늘한 눈빛에 자신의 천박한 권력욕과 욕망들이 비천해 보였을까? 세련된 부하 앞에 비루한 주인 행세하기가 껄끄러웠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할복을 명받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나온 센 리큐의 인생을 더듬는다.  맨 마지막에 십대 시절 리큐가 사랑했던 단 한명의 조선인 여인이 등장한다. 조선 왕족의 후예로 소개되는 이 여인의 녹색 향합을 평생 간직하며 그 여인을 그리며 살아가게 된다. 센 리큐의 전 인생을 지배하고 아름다움'에의 열망을 간직하게 했던 장본인이며 평생의 연인'으로 새겨지는 이 여인과의 추억은 강렬했다. 어떻게보면 그 여인의 분신으로 여기는 녹색 향합'을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듯 보여진다. 모든것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아깝지 않을만큼 말이다.

 

조선 여인의 등장과 임진왜란을 암시하는 구절들, 조선여인이 주인공의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는 설정이 이 소설에 더 깊게 빠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무궁화가 등장하고, 여인과의 추억 속의 초가집을 다실로 꾸미는 리큐의 모습에서 열렬한 마음과 회한, 아련함이 느껴졌다.한 여인을 가슴에 품고 아름다움에 침잠해 들어간 삶은 어떤걸까? 결국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결심하게 된거같다. 차의 향기가 강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바람같은 청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쓰고 맛 없는 차가 아니라 이름모를 오묘한 차를 마신 기분이 든다.

 

 

 

리큐에게물어라, 다도, 야마모토겐이치, 140회나오키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