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Days I Forget   

이 책은 기독교의 고전 중에서 중세 수도자의 집념어린 기록이라고 여겨져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라는 제목도 커다란 푯대를 바라보며 정진해가는 수도자의 다짐같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누군가를 본받고자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함은 두말할 필요 없을것이다.영적인 존재이시지만,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애를 그대로 뒤따르며 닮고싶어하는 제자의 마음과, 현실의 고단함과 이리저리 휘둘리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세상속에서 오롯이 견디며 살아가야하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읽어볼만한 내용이었다. 물론 현실에 맞지 않는 중세시대의 분위기와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도원에서의 삶과의 간극은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더하면 더했지 순화되지 않아보인다. 언제나 뉴스는 극악한 사건들로 경악하기에도 끝이없고, 더한 욕심과 욕망으로 사람들은 쉽게 악에 노출된다. 아마도 악이 막연한 가운데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표현을 해야 맞을까.

 

아무래도 수도자가 쓴 내용이라 그런지 내적인 위로와 권면, 그리고 자신의 영적인 깊이를 더해줄 내용들이 많았다.그래서 이 책을 곁에 두고 묵상하는 영적 지도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자기를 돌아보고, 자신의 영적,혹은 내적 맑기를 제어하는 가이드로 삼은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세상은 혼탁하고 그 빛을 찾기 힘들때 스스로를 밝게 비춰줄 성경 말씀과 함께, 직접적인 조언과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바르고 청정하게 걸어온 수도자의 흔들리지 않는 시선을 바라보고 싶은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꽤 극단적인 표현과 현실에 비출땐 과연 그럴까? 싶은 표현들도 나온다. 요즘 세상에서 볼 땐 고개가 갸웃거리는 단정적인 부분도 꽤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적인 것에 쉽게 흔들리고 자신의 본능에 굴복하는 것을 자연스럽다' 여기는 모든이들에게 경종이 되어줄 것같다.

 

성경으로 따지자면 <잠언>같은 분위기의 책이라 뜨끔하며, 고개 끄떡이며 포스트잇을 꽤나 화려하게 붙이며 본거같다. 인간이 빠지기 쉬운 오류나 늪:같은 -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고, 혹은 빠진줄도 모르고 죽을때까지 살기도하는 - 결국, 깨닫지 못하면 고칠수 없고, 솔직히 알고도 못 고치는 사람이 태반인 경우가 많다. 소유나 환경을 의지하지 말 것 :사람이나 피조물에 희망을 두는 것은 허무합니다 - 소유나 환경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더 가진자의 환경과 소유에 부러워하는게 인지상정인데 말이다.하지만 생각해보면 허무한 건 사실이다. 물질은 가지면 별거 아닌게 되어버리고, 더 좋은것을 원하게된다. 그렇게 더 좋은거 더 좋은거 찾다보면 그 욕심에 허덕거리게 된다. 사람에게 기대는 건, 또 어떤가.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간다고들 한다. 보살펴주고 어깨를 빌려주고 다독여주면서 하지만 이면엔 시기하고 질투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면 살아가는게 세상사다. 여기에서 말하는건 사람과 등돌리고 살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을 우상시하거나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 같다. -사람은 바람과 같아서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는 자가 내일은 여러분을 반대할 수 있습니다.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십시오.어디에 있든 여러분은 나그네이고 순례자입니다.또한 그리스도와 확고히 결합되어 있지 않는다면 여러분에게 안식은 없을 것입니다 -

인생의 길'위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이리기웃 저리기웃하며 걸어간다. 혹은 널부러져 시간낭비를 하기도하고 말이다. 생의 모든 순간에 파워레이져같은 힘과 열정은 없다고해도 누구와 동행하고 있는지는 똑바로 인식하며 살아가야할 것이다. 그렇치않다면 잠시 잠깐의 오류가 아니라,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가 찾아올 때 의지처를 혼동하게 될테니말이다.

 

수도자의 글 답게 주님과의 대화를 넣은 부분도 있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신비주의에 입각한 나레이션이라고 역자는 설명하는듯하다. 또한 자기부인과 멸시'같은 과격한 표현이나 자기애를 멀리하라는 저자의 강력한 주장은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수도자다운 면모라는 느낌이다.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얻어지는 수도보다는 묵언수행처럼 자기를 영적으로 갈고 닦는 수행을 주로 해왔다는 생각이고, 많은 부분 언급되는 자기 돌아봄이나 영적 성찰들이 깊이 수긍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나 가슴을 파고들었던 부분은 하나님나라: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말은 정신이 번쩍 들기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축복만을 바라고 고난에는 실망과 원망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 심하게 오버랩됬기 때문이다. 위로를 주실 때도 고통을 허락하실 때도 모두 주님께 감사할 수 있는 믿음에의 소망이 든다.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고 했다.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고난이라면 감사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축복은 멀지 않았다.

 

많은 돌아봄과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 완벽한 인간을 원하시는게 아니라,순종하는 어린양을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도 느껴지고

믿음의 자녀가 되기를...'

오늘도, 소망해 본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늘나라의 언어, 예수님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다.하늘나라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다.이것은 우리의 태도와 존재보다 우선 하는 일이다. - 이 책은 광야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인내하며 하나님의 의를 이룬다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며, 광야같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하늘나라의 자녀로써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놀라웠던 것은 고난’으로 다가오는 광야’에서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없이, 내 의지도 없이, 아무 욕심도 없이, 모든것들이 비워진 상태에서 더 선명히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나를 채우는게 아니라 , 내 안에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을 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야: 라 함은 사람이 살 수 없을뿐만 아니라, 아무것으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안락한 어떤 것도, 자신을 지켜줄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곳에 홀로 있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게 될까? 누구를 찾게 될까? 현실에 첩첩이 보호막을 쳐 두고 살아도 낙망하고 좌절하는게 인간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진 것, 가질 수 없는것을 놓치 못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 아닌가,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사람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또 소유하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믿음의 일’을 하는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을 광야로 내몰아 시험받게 하신 일은 성경에도 드러난다.독생자 예수님을 광야’로 보내신 하나님의 뜻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의 뜻으로만 행하라는 말씀이었다. 성경의 인물들은 자신의 뜻보다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따랐다. 그들은 고난과 역경에서도 하나님의 의와 뜻을 먼저 쫓았던 인물들이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으론 쉽지 않다.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솔직히 여기서 부터 시작되는것같다. 하나님이 제일 원하시는 건 믿음’이다. 나를 믿고 사랑한다면 무엇을 아까와하고 무엇이 두려울수 있나, 나는 전지전능한 신이고 너희들을 만든 창조주이며, 무엇보다 너희를 사랑해, 구원하기 위해  독생자를 희생제물로 바치게 하신 하나님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바라시는 건 믿음’ 뿐이다. 믿음으로 순종하며 하나님의 뜻과 의를 쫓는것 :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과 의를 따르기 보다는 언제나 자신의 안위와 욕심을 앞세운다. 그 모든것들은 처음부터 나의 것도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것들이다. 물질도 생명도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있는 동안 잠시 내가 소유하고 있을뿐.

 

내 욕심으로 가득한 내 안에 하나님의 영성은 존재하기 힘들다. 그 만큼 내 욕심이 앞서면 하나님의 자리는 입지를 잃기 쉽다는 말이다. 한 동안 내려놓음’이라는 스스로 비움’에 대한 선지자들의 가르침에 공감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내려놓음>이라는 책도 감명깊게 읽었던 거 같고, 실상 사는것은 비운다는 개념보다는 채움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에게 성공했다는 의미가 얼마나 가진 자 ’ 인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과 하나님이 우리를 보시는 것은 다르다는것 - 그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나의 성공이 아니라 나의 믿음을 보신다는 말이 안심이 되기도하고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믿음’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성공’보다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것이 진정한 믿음’이고 그것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우리의 현실의 삶이다. 하나님은 모든것을 물려주고 뒤로 앉아 버리는 어리석은 부모가 아니시다. 우리를 독수리처럼 절벽아래로 떨어뜨리시고, 강건한 인내를 요하는 시험을 당하게도 하신다.  한마디로 온실 속의 꽃으로 키우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인생의 열매는 현실과 다를때가 많다. 그러니 우리가 받는 고난은 다른이들과 달라야 한다. 고난이 주는 의미를 바로 깨달아 저 마다가 깨지지 않으면 안되는 모서리들을 정으로 다듬는 과정: 하나님이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셨다면 , 내 삶의 방향을 바꾸시려는 의도이다. 거부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그 길에 새로운 기대를 품어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대만에서의 전도사로서의 사명을 행하며 없는중에 채워주시고, 갈급할 때 하나님이 주시는 놀라운 위로와 기쁨을 경험하게 되면서 깨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바뀌는 저자의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주시는 것들은 생수’와 같이 메마른 곳을 적시고 풍요롭게 하는구나싶다.

- 순종은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환경에서 말씀으로, 사람에서 말씀으로 옮겨 새로운 능력과 삶을 경험하게 한다. - 개척 교회의 척박한 환경을 익히 들어 알고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운 환경일텐데 해외 선교는 더더군다나 어렵고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말도 통하지 않을테고, 음식도 안맞을 수 있고, 교회에서 해외로 파송되는 선교사들의 가족들을 보면 부름 받은 자들의 무릎꿇는 순종’에 해외선교자들을 위해 쓰여지는 헌금에는 마음이 더 가는게 사실이다. 여기에서도 곳곳에 나오는 경험들이 하나님의 채워짐이 없다면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들이 계속된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다’는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도 실감나게 접하게 된다.

-우리는 어제의 믿음으로 오늘을 살 수 없다. 오늘은 또 새롭게 믿음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많은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모두가 믿음의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믿음으로 순종하고,순종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하나님과의 관계와 영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  - 시편 1:1~3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자라면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자리할 것이다.그렇다면 스스로의 선택이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 아래에 거할테니 말씀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봄 날을 맞이하여 여기저기 싱그런 잎사귀들이 살랑거리고 있는데, 언제나 채워주시는 말씀처럼 물기 머금은 나무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