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상이다.

등장인물들, 상황, 강요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감동을 넘어 이런 이야기구조가 맘에 든다. 가족과 주변 인물, 그리고 나. 누구하나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고 ,스토리에 빠져서는 나의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는것처럼, 등장하는 모든이들에게 적절한 생명력과 이야기를 가진 생동감 넘치는 소설이다. 미아'라는 첼로와 정신적인 교감을 하는 소녀와 펑크락을 지향하는 애덤의 서로 이끌림도 너무 깔끔하면서 흡입력이 있었고, 미아의 부모님, 10살 터울의 남동생 테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친구에 이르기까지 밀도있게 엮어진 구조다. 사랑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감정에 호소하거나 눈물을 쥐어짜는 식이 아니라서 좋았던거같다. 그냥 읽는내내, 착한 정서와 긍정의 이끌림이 느껴졌다. 인생 최후의 선택에 선 미아의 고통과 절망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이 뭉클하다.

 

시간은 24시간 남짓이었다. 그 안에 한 가족의 사연과 사랑, 감정적인 것들이 농축되고 포괄되어 보여진다. 첼로를 한 몸처럼 느끼며 영혼과 교감하는 미아와 그녀를 둘러싼 사랑하는 가족과 미아를 사랑하게 되는 또 다른 음악을 하는 애덤.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 킴. 미아의 주변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 가족에게는 긍정적인 정서가 시종일관 흐른다. 이렇게 단란하고 스스럼없던 그들 가족은 한 날 한 시에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부모님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동생 테디마저 하늘나라로 떠난다. 홀로 남겨진 미아의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 공황는 형용할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고통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지 않다.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자신의 지난날, 가족간의 애정과 그들과의 관계, 애덤과의 사랑까지 미아의 17년 세월을 고스란히 전해주면서 감성을 여지없이 건드린다. 아빠와의 추억 : 어떻게 아빠가 자신과 동생을 위해 좋아하던 음악을 포기하면서도 기쁘게 지내 올 수 있었는지,  엄마와의 수다에서 느껴지는 다정함, 10살 터울 남동생 테디에의 애정과 관심....모든 것이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할 관전 포인트가 되게 만든다. 그것이 미아'라는 이 소녀의 인생이며 살아가는 이유며 정신적인 뿌리이니깐.

인생이라는게 결국엔 사람들과의 관계이고 나를 나 스스로이게 만드는 어떤 순정함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것은 나 홀로 만들어가는게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주는 영향력과 가족간의 유대감, 사랑하는 이와 느끼는 공감과 교류, 나를 지탱해주는 많은 것들 중에 사람들이 끼치는 것들이 가장 강력할 것이다. 우리를 상처입히는 건, 언제나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를 일으키는 것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 곧 사랑'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랑의 힘을 아주 극단적으로 그렇치만, 섬세하게 엮어보여주는 이 소설이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모든이들이 공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유일무이한 힘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는지를 묻고 있다. 결국 우리가 끝까지 놓치 않아야하는 것은 그런 믿음이 아닌가싶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어제 내가 사랑한 사람도 내일 내가 사랑 할 사람도 너야"

애덤의 가슴 깊은 고백처럼, 진정한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정말 사랑하는 것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빛나는 무엇은 결국, 우리 가슴에서 나오는것같다. 본질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작가 스스로 친구 가족이 교통사고로 모두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비극과 상실감 앞에서 작가가 터득하고 이해한 내용을 여기에서 말해주는 듯하다. 울먹해졌고 , 세상 끝에서도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한 발 또 내딛는 것이지 싶다.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이에게도 빛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로 이 책에 대한, 혹은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먹는것에 대한 기호와 다양한 문화에 음식이 곁들여진 전채요리가 아닐까  기대했던거같다. 요네하리 마리'의 즐거운 이야기를 듣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작가의 인상은 강하면서도 털털해 보였다. 작가소개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것으로 나와서 여러 방면에서 걸출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더 이상 책으론 나오지 못하겠구나 서운하기도 했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기도 한 그녀의 변화무쌍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 입담만큼이나 왕성한 식성까지 외견에선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음식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가지 문화적, 정서적, 감성들을 끄집어 내는 솜씨가 있는 작가다.

 

어린 날의 기억에서 끄집어 내는 병아리에 얽힌 추억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곧 죽을 줄도 모르고, 학교 근처에서 손 안에 보듬고 온 병아리가 며칠도 안돼 죽어버려, 처음으로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어린날의 기억은 그 시절  한 귀퉁이에 자리잡을 법하다. 거기에서 음식의 둘레박을 던져 길어올리는 한 모금은 정서적인 갈증을 적셔주며 지난날을 떠올리게 해준다.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 이는 어찌 이리도 잔혹하고 죄 많은 일인가. 살생의 죄책감과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 이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 죽은 병아리 때문에 달걀을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카스테라를 먹으며 죽은 병아리를 떠올린다. 결국 울면서 먹고있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결국은 순수함을 잃는다는것이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저런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신을 저지하지 않게 되는것. 그런 순간을 바라보며 괜챦다고 말하는것. 그게 어른이 된다는 것같다. 자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거지. 다들 이러구 산다구...' 암튼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도 많았는데 난 왜 여기에 꽂힌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맛난 정서와 꺼리낌없이 먹어 치우며 망설임 조차 없는 것에 비해 불현듯 언급하는 어떤것에 띵'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게 묘미인듯'

 

외국에 살게 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들 하는데 그 말이 빈말은 아닌듯하다. 고국에 있으면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음식들이 집 떠나 타국에선 왜 그리 사무치게 그리워지는건지, 매일 먹던 김치부터 흔하게 접하는 음식일 수록 외국에선 진하게 그리워진다. 이 작가도 잦은 외국 생활에서, 혹은 지인들의 타향살이의 외로움이나 그리움을 음식하나로 달랜다는 것을 고향을 그리는 위(胃)에 닿아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고단한 타향살이에 고국의 음식 한끼는 충만한 위로'가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의 소중함을 타국에선 더 진하게 그리워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음식을 영혼을 위로하는 매개체'로 풀고 있는것에 심하게 공감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국내에서 먹었던 맛을 외국에선 찾을 수 없다. 다만 비슷한 모양새를 나타낼 뿐. 땅이 틀리고, 물이 틀려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채소와 과일이지만 맛은 그 맛이 아닌. 아마도 타향살이를 오래한 사람은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귀에 들리는 외래어와 눈에 보이는 외국인 속에서 듣기만 해도 그리운 고국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분일까.

 

꽁트같은 재치있는 입담이 가득한 책이다. 꽤나 오래전에 사두고 몇장을 읽고 그대로 덮어두었던걸 오래만에 꺼내 읽었다. 왜 계속해서 읽지 않았지? 의아해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시작했는데, 아마도 외국인들의 말을 통역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것에서 막혔던거같다. 그 부분만 넘겼으면 금방 읽을 내용인데 말이다.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는 저자의 글에서 여러 방면의 관심과 지적 호기심이 가득하다. 책에 관한 또 다른 그녀의 작품도 읽어보고싶다. 꽤나 다채로운 기록들일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셜록 홈즈 전집 중에서, 이번 5권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같다. 단막단막 스토리도 다양하고 역사와 시대상을 다루기보다 일상의 사건과 사고들 속에서 사람들의 심리와 탁월한 추리, 연출, 다양한 모습의 홈즈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권의 삽화가의 장면묘사는 상황을 정확하게 그려주고 있어서 더더욱 읽는 재미를 배가했다. 물론 상상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그림들이 사건의 상황에만  촛점이 맞추어진듯 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너무나 정직한 그림 묘사여서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못했지만, 글자 그대로의 상황은 적절히 보여줬던 것같다.

 

이번 <셜록 홈즈의 모험>이 흥미롭게 읽는 재미가 났던건 뭐니뭐니 해도 셜록 홈즈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인거같다. 냉철하고 완벽한 결벽주의자같은 그이지만, 어느 부분에선 빈 구석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 특히나 남자인 홈즈가 여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결국, 사건에서도 범인을 놓치게된다. 예민한 관찰자이자 뛰어난 직감의 소유자인 홈즈가 논리적 전개에는 강하나 인간적인 정서에는 메마른 부분이라는든지, 탐정으로서의 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상적인 생활인으로서의 그는 어쨌든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인간적인 접근 등이 재미있는 대조를 이루어 인간 셜록 홈즈에 대한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완벽함의 이면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헛점도 존재하는 점이 셜록 홈즈를 보다 친근하게 하는 대목이 아니었나싶다.

 

이번에도 매 사건의 조력자이자 사적으론 친구인 왓슨 박사가 홈즈가 해결한 사건들을 정리 편집하는 스크랩터를 자처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홈즈를 평하고, 과감없이 사건을 보여주는 왓슨 박사가 없었다면, 이 셜록 홈즈가 이처럼 다양한 각도로 보여질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건 이외의 홈즈의 모습과 인물을 평면적이 아니라, 볼륨감있게 묘사하고 홈즈에 대한 매력을 보여주는 역할도 맡고 있는 캐릭터인듯 보인다. 사건에 빠지면 냉철하지만, 음악에 빠진 그의 모습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셜록 홈즈를 부각시키며, 사건에 몰두해 있는 홈즈 이외의 그를 설명해준다. 인물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면서 셜록 홈즈를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왓슨 박사가 읽는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듯 보인다. 많은 탐정 소설들이 있지만, 셜록 홈즈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인기있는 탐정으로 남은 이유중에 하나가 이 왓슨 박사라는 캐릭터도 한 몫하는것같다. 저자는 셜록 홈즈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을 여기저기에 설정해 둔다. 그의 사건 해결만으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홈즈에게 열광하게 되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 사건 자체도 있겠지만, 셜록 홈즈 자체의 인간적인 원천도 플러스알파가 되는것같다.

 

사건이 없으면 권태로움에 몸부림 치다가도 일단 마음에 드는 사건(?)이 발생하면, 눈을 번뜩이며 집중하는 모습에서 열정과 광기, 무서운 치밀함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셜록 홈즈. 모든 정황이 불리한 용의자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고 사건을 역추적하는 모습도 나오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심하는 범인으로 몰린 사람의 말을 믿고 직관에 따라 사건을 풀어가는 그의 모습은 그를 다른 탐정과는 다르게 비추어 주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외의 곳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자신이 본 것을 믿으며 모든 사람이 아니오'라고 할 때 예스'라고 말할줄 아는 홈즈의 면모는 불의함을 못참는 경지를 뛰어넘어, 누군가의 억울함도 풀어줄 것만 같은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무엇을 믿느냐의 차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탐정이 단순히 사건해결을 하는 하수인이 아니라, 의뢰자의 사정과 걱정을 이해하고 풀어주려고 하는 배려자가 되는 경우, 그는 탐정에 머물지 않고 은인'으로 기억된다. 셜록 홈즈가 돈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것이 또한 그를 다른 탐정들과 차별화시키는 요인인것같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새롭고 자신을 잡아끄는 사건적인 매력으로 일을 맡는다. 현란한 액션과 눈을 사로잡는 잔혹한 묘사가 없이도 셜록 홈즈는 다양한 매력으로 모험을 통해 사건사고를 해결해나간다. 그런 점들이 지금까지도 셜록 홈즈의 캐릭터적 영향력이 휘발되지 않는 이유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