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쪽 여행은 일본 뿐이다. 일본은 여행지라는 느낌보다는 생활지 개념이 강하다. 몇달 살았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드나부다. 아시아인의 한 사람으로써 아시아로 여행가는것에 대해 다 비슷할꺼라거나 아님 제주도 갈 정도의 거리에 별 의미를 두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방콕 시장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곤 생각이 바뀌었다. 어느 나라에 가나 시장에 가봐야 제대로된 그 곳을 그릴 수 있다고 하던데 역시나 살아 숨쉬며 팔딱 거리는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시장 골목의 정경은 방콕에의 호기심을 동하게 했다. 책을 통해 방콕을 알고 싶기도 했고, 방콕의 이곳저곳의 핫 플레이스를 소개하고 있다는 글에 끌려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방콕을 쉼의 공간으로 다루고 있다. 이국에서 느끼는 봄에 의미보다는 도시의 편리함과 익숙함 그리고 여유로운 즐김'에 닿아 있다. 며칠씩 호텔 하나 잡아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기도 하고, 호텔 근처의 맛난 음식점에서 한 끼를 떼우기도하고, 길거리 음식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쇼핑도 클럽도 써비스 받는것도 빠지지 않는다- 아시아가 아무래도 물가가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써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은 이유겠다 -

 

자신이 경험하고 즐겼던 곳으로 안내하며 방콕의 도심을 누빈다. 이국적인 장소와 분위기, 그럴듯한 호텔, 특히나 눈에 띄었던 것은 작은 호텔들의 그 곳만의 특별함'이었다. 비슷비슷한 인테리어가 아닌 그 곳만의 특별함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는게 흥미로웠다.  요즘 우리나라의 펜션처럼 예쁜 페션 찾기' 식으로 좀더 다르고 차별화된 곳을 선호하는 취향에 부합하는 호텔이 아닌가 싶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갔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장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여행과는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라든지 현지인들이 즐기는 문화에 동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니크하고 세련된 분위기뿐만 아니라 방콕만의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어지게한다.

다채로운 열대과일들과 상큼하고 기분좋은 음식들, 그닥 위에 부담을 줄것 같지 않은- 주머니 사정도 고려한- 길거리 음식들' 야채와 고기 생선의 적당한 믹스매치...! 한 그릇에 모든게 풍성하게 들어가는 스타일도 맘에 든다. 중국 음식의 기름기를 빼고 서양 음식의 간편함을 더해서 컨트리하면서도 슬림하게 만들어 내놓는 요리들의 향연에 눈이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한 상 가득 시켜도 서울의 절반 정도의 비용이 든다니 놀라울 뿐이다. 아니 더 저렴할지도 모른다.

 

" 태국은 땅이 넓고, 그 땅은 아무거나 심어도 잘 자랄 만큼 비옥해.

  그런 걸 보고 자란 우리는 가난해도, 가난보다는 풍족을 느껴.

  난 그게 참 좋아. 그래서 게으른 걸 수도 있지만. "

 

방콕에 가고싶다.

따뜻한 여유와, 느긋한 쉼,..

달콤한 스타일이 모두 공존할 것만 같은 곳이다.

기욤 뮈소의 책은 처음이다.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중에 가장 핫한 그의 작품을 익히 듣기는 했었지만, 조금 선입견 같은게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흔히 그렇듯 너무 재미에만 촛점이 맞추어진게 아닐까?  혹은 하이틴 로맨스물같은 멜랑꼴리한 부분만 거듭 강조하는건 아닐까. 이런 소설들은 읽은 후 남는게 없는 느낌이 들곤한다. 유행하는 헐리우드 영화를 콜라와 팝콘을 먹으며 가볍게 볼 정도의 이야기지 않을까? ... ,  미국 작가같은 수더분한 기욤 뮈소의 얼굴을 보니 내 생각이 반은 맞은거 같고 다 읽고 나니 또 반은 적당히 믹스매치된 젊은 작가의 감각과 스토리텔링이 흥미로웠다. 재미와 극적 전개, 빼놓치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 액션, 스릴까지,... 한 권에 모든것을 보여주고싶은 작가의 욕심까지 엿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깊이보다는 재미를 쫓고있는건 맞다.

 

휴대폰이 바뀌는 우연같은 운명으로 파리의 <환상의 정원> 플로리스트 메들린과  샌프란시스코 <프렌치 터치> 세프 조나단의 조우로 시작되는 내용은 영화 유브갓메일' 류의 알콩달콩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전개려나? 싶었다. 하지만 드러나는 그들의 과거는 화려하다 못해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있다. 서로의 휴대폰을 검색하며 서로에 대해 호기심을 느껴가는 두 사람.

 

섬세함으로 짜인 미로와 같은 여자의 속마음은 투박한 남자의 머리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정말로 여자를 소유하고 싶다면 일단 그녀처럼 생각하고, 그녀의 영혼부터 사로잡아야 한다 -카를로스 루이스 시폰 : 이야기 전개마다  누군가의 짤막한 글들이 나온다. 솔직히 이 짧은 글들이 더 근사했던거같다. 이야기를 재밌게 푸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멋진 말을 던지고 그 말에 부연설명을 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말 잘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식의 어투다. 멋을 내고 드라마틱한 설명을 곁들이는 식이다. 

 

매들린의 전직이 경찰이었다는 설정과 조나단이 천재 쉐프로 거대 음식기업을 일구다가 아내의 외도로 모든것을 잃는다는 전제는 또 다른 사건을 만들기위한 복선같기도 하다. 여기에는 두 주인공 매들린,조나단 말고 한 명의 소녀 앨리스가 등장하는데, 미지의 영리한 소녀라는 느낌의 앨리스'라는 이름도 그 몫을 단단히 하고있다. 지금 새로운 약혼자가 있고 예전의 허망했던 사건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꽃 속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응어리와 상처를 간직한 매들린과 한 때 천재 쉐프라는 숭앙과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스킬로 거대 기업을 이끌다가, 아내의 알 수 없는 외도로 갑자기 인생의 나락을 걷게되는 남자 조나단. 전혀 알지도 못하던 두 사람을 만나게 하기위해(?) 앨리스'라는 존재와 그의 아버지 갱단의 보스까지 등장시킨다. 더구나 이 갱단의 두목이 또한 매들린이 첫사랑의 상대였고... 흠 왠지  너무 도식적인거 아닌가 싶기도했다.사건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키우고 잔혹함을 더하기 위해 자극적인 전개를 펴나간다. 조나단의 아내 프란체스카의 불륜도 살인을 감추기 위한 트릭이었다는게 드러나는데...'

 

매들린이 앨리스의 실종사건에 집착하다 자살까지 선택하는 대목에선 좀 의아하기도 했고, 조나단과 매들린이 사랑을 느끼는 장면은 너무 뻔해 실망스러웠다. 첫 눈에 불꽃이 튈 수도 있지만, 여기에선 사건사고를 함께 겪으며 사랑을 느낀다는 건데, 좀 미덥지못한 그러니깐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야하나,.. 서로 다투다가 정 들었다? 내지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이성적인 끌림이 기본 바탕에 깔리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사랑을 느꼈다.라고 해야겠지만, 좀더 감정적인 어떤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서로의 휴대폰에 담긴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사건과 배후를 캐면서 그 사람을 알아가다가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설정과 극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주기위해  극적 전개를 하려다보니 앨리스를 또 한번 납치 감금하는 스토리는 만약 영화였다면 지루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삶의 나른함에 모험이란 긴장은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상처와 두려움, 닫혔던 마음을 열게해준 만남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운명의 힘이다. 서로에게 이끌리는건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것같다. 이런 극적 상황에서 상대에로의 몰입을 높였던 것일까?  서로에게 시너지를 내는 부분은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내면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에너지가 아닐까싶다. 그것이 서로에게 동질감과 그리움을 선사했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가는 확실히 아니지만, 재미와 트렌디한 문체로 인기를 끄는 작가라는 생각은 든다. 아마도 전작인 로맨스 소설이 더 재미날 것같기도하다. 전작을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하고, 로맨틱 코메디물에 더 어울리는 작가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결론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