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다네. '

 

전쟁과 내전으로 뒤엉킨 아프가니스탄... 그 뒤로 남겨진 아프간의 여자들. - 마리암, 라일라 -

 

그녀 마리암...

은 하라미로 태어났다. 하라미란 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아프간 말이다.

마리암의 엄마는 딸을 보호하려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조금은 삐뚤어진 어찌보면 고통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런 마리암에게는 드물게 찾아오는 아빠를 만나는 날이 유일한 희망이자 즐거움이었다.

어느날 극장을 운영하는 아빠에게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 부탁에 미적거리는 아빠와 화를 내고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

결국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오지만, 이곳은 철저하게 마리암을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마리암은 그제서야 엄마의 말들을 이해했지만,

그녀는 더이상 마리암을 지켜줄 수가 없게된다. 이제 마리암이 갈 곳은 한곳, 초대받지 못한 집으로 들어가는 것 뿐...

아빠의 부인들은 15살의 마리암을 45세인 라시드에게 시집보내버리고, 낯선 카불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아이를 가진 마리암... 이렇게라면 내게도 살아볼만한 희망이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지만, 그것도 잠시뿐.

계속되는 유산으로 마리암은 라시드의 폭언과 폭행의 지옥으로 굴러떨어지고 되고,

 

 

그녀 라일라...

화목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지만, 전쟁속에 두 오빠를 잃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 구해주는 것은 의족을 한 남자친구뿐(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처참해지는 전쟁속에 남자친구마져 떠나가고, 결국 라일라도 떠나려는 찰나 폭탄이 집을 덮쳐버린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부모님의 죽음, 13살 소녀 라일라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를 구한것은 라시드와 마리암.

오갈데 없는 그녀를 구해준다는 명목으로 라시드는 그녀와 결혼을 원하고, 연인의 죽음을 알게된 라일라도 뱃속의 아이를 위해 결혼을 승낙한다.

 

 

마리암은 라시드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라일라를 미워하게 되지만, 라일라의 아이 아지자가 태어나면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랑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마리암에게 라일라와 아지자는 그 모든것이었고, 라일라에게는 그토록 받아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이들에게 일어나는 또다른 재앙 라시드.

결국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란것은 여자는 불가능하지만, 어머니는 가능한 한없는 사랑과 희생이 아닐까....

 

 

머리속의 모든것을 끄집어 내기에는 부족한 손놀림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슬픈 이야기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적으로 다른 아프가니스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계속되는 그녀들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 했다는 것이

내게 또다른 세계에 대한 경험을 일깨워주고 있다.

절박함 속에서도 행복과 희망을 찾아나가는 그녀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아낌없이 날린다.

 

 

 

 

세권의 약간은 많은 양의 책들을 정신없이 읽다보니, 대출기한 날짜가 코앞에 닥치고 말았다.

두께가 얇았기 때문에 하루면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밍기적거린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첫 페이지를 펼치고 줄줄 그냥 읽어나갔다. 정말 말 그대로 글자들만 눈으로 읽어나간거다.

한동안 읽고 있는데, 어라~ 이거 뭔가 다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줄거리를 따라잡느라 정신없던 책들인 반면, 요것은 책속에서 나의 느낌을 한번 되새김질 시키고 있는것이 아닌가...

물론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를 지나친 책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이 책이 나에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읽던 부분을 접고 생각해보았다.

9개의 에피소드처럼...

 책은 나에게 책 자체로의 즐거움도 주었지만, 누군가 나와 엮어주기도 하고, 이별을 경험하게도 했고(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책 선물을 받으면 꼭 헤어지게 되었다.), 고통을 견디게도 했으며, 설레임을 주기도 했다.

또한 한권의 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여지는 경험도 주었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내게 조금씩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고 있다니....

이것이 나에게 가쿠타 미쓰요가 전하고 싶었던 바램이겠지.

 

신나게 재미있거나, 짜릿하게 흥분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평범하고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가볍지만 다가오는 무게는 다른 책들의 몇 배는 되었던 것 같다.

한번쯤,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보고 싶을때, 찬찬히 읽어보는 것은 어떨런지.

기회가 되면 다시한번 음미하며 읽고 싶어졌다.

 

작가의 글에서..

한번 책의 세계에 빠지는 흥분을 알게 된 인간은 평생 책을 읽게 된다고 했는데... 정말 동감동감동감이다.

 

2001년 12월

 

1975년의 춥고 흐렸던 어느 겨울날,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지금의 내가 되어버렸다.

오래전 일이었지만 무너져가는 진흙 담장 뒤에 웅크리고 서서 얼어붙은 시냇가의 골목길을 엿보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과거에 대해, 과거를 묻어버릴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엉터리이다.

아무리 깊이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 나오기 마련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인적 끊긴 그 골목길을 줄곧 엿보고 있었던 것 같다.

 

작년 여름에 파키스탄에서 라힘 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나더러 자기를 만나러 파키스탄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부엌에 서서 전화를 받던 나는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이 라힘 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속죄 받지 못한 죄들로 얼룩진 내 과거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다음 골든게이트 파크 북쪽 끝에 있는 스프레클스 호수를 따라 산책을 했다. 이른 오후의 햇살이 물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물 위에는 수십 개의 모형 배들이 상쾌한 산들바람을 받으며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그때 빨간 연 두 개가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개의 연이 한 쌍의 눈처럼 공원의 서쪽 끝에 있는 나무들 위로, 풍차들 위로, 이제는 내 고향이나 다름없는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보면서 나란히 떠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하산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

연을 쫓아 달려가던 언청이 하산.

 

버드나무 근처의 공원 벤치에 앉아, 라힘 칸이 전화를 끊기 직전에 했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

 

하늘을 날고 있는 두 개의 연을 바라보자 하산과 바바, 알리와 카불이 떠올랐다. 1975년 겨울이 닥치기 이전의 삶도 떠올랐다.

1975년 겨울로 인해 모든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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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아미르는 하자라인 하인인 하산과 함께 형제처럼 자란다.

아미르의 탄생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바바에게 애정을 듬뿍 받진 못하지만, 언제나 하산과 함께인 아미르는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어느날 언덕으로 놀러가던 아미르와 하산은 불량배 아세프일당을 만나고, 하산은 그 상황에서 아미르를 구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언제나 아버지 바바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했던 아미르는 연싸움 대회에서 우승하고 마지막연을 하산이 쫓으면서.... 그들 사이에 건너갈 수 없는 강이 생기게 된다. 하산이 당한 고통으로부터 하산을 구할 수 없었던 아미르는 결국 하산을 쫓아내게 되고...그때 바바에게서 결코 볼 수 없었던 눈물을 보고만다.

아프가니스탄에 소련군이 점령하면서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바바는 아들을 위해 평일에는 주유소에서 주말에는 벼룩시장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미르는 운명의 여신 소라야를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아미르의 든든한 버팀목인 바바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느 정도 미국에서 자리잡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아미르에게 라힘 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의지하여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보다 더욱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읽다가 문득문득 '아!'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지나쳤던 부분을 뒤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탄탄한 줄거리와 세심하게 묘사된 문장들을 보고 작가가 정성들여 고심하여 쓴 소설이란 것이 확실히 들어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작가 자신의 경험했던 부분들이 슬며서 녹아들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교관의 아들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시절이 있었지만, 전쟁으로 생판 아무도 모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의대에 들어갔지만,

그에게는 아프가니스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잡혀 있었던 것 같았다.

내용을 보다보면 군데군데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전통과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깊은 정들이 묻어난다.

그 중하나가 연날리기 대회.... 라고나 할까...

이 소설에서도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연날리기 대회.

 

내가 여기서 아무리 좋다고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일단 읽어보길 바란다.

결코 후회란 것은 없고, 뿌듯함이 절로 베어나올 것이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나다니, 이럴때 책을 읽는 보람이 마구마구 팍팍! 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