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정말 독특한 제목이다. 그리고 독특한 헌책방 이름이기도 하지.

독특하기로 따진다면 이 가족 구성원들도 만만찮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레이션 주인공도 한 몫 한다.

 

1년동안 벌어지는 4대 가족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이미 죽은 할머니가 둥둥 떠다니며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들려준다(일본 할머니들은 약간 귀여운 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잘 드러나고 있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집안일도 있고, 이웃들의 일도 있다.

가훈인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라면 어떠한 일이든 만사 해결’ 을 지키느라 분주한 홋타가의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가 주인공인 개성만점 캐릭터들.

재미도 재미지만,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가족애가 감동도 선사한다.

 

마지막에 ’ 그 시절 많은 눈물과 웃음을 거실에 가져다준 텔레비젼 드라마에 ’ 란 헌사가 나와있는데,

문득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와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슬렁 거리다 발견한 괜찮은 책.

속편이 나왔다고 하니, 곧 서점에서 볼 수 있기를...

헌책방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바래본다.

오랫만에 아주 좋은 소설을 읽었다.  내가 제일 아끼는 '백년동안의 고독'에 견줄만한...

그럼 그동안 난 별볼일 없는 책들만 읽어왔느냐? 그건 아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는, 적은 책들을 접하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음.. 다 좋구나를 연발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책을 읽게 되면서부턴, 왠만한 소설들은 슬그머니 기억에 늪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난 내가 읽은 모든 책들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싶다.

그러나 망각의 요정들이 이리쿡 저리쿡 쑤셔대는 통해, 결국 기록이 최고라는 결론으로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말그대로,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겪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1일동안 무슨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작가는 수용소 안의 죄수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 하루가 나에게는 무의미한 반복적인 시간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비참해지고 뭉개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인간의 가장 비극적인 삶,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갖가지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하며, 적응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는 동안, 생각은 멈춰지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사그라들고, 점점 상황에 맞게 익숙해지면서 어떻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그 하나에 목숨걸고 매달리는 인간들의 모습....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하여 그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볼땐 그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한것 같겠지만, 학대와 고통의 삶을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소설의 첫 장면. 한 청년이 2001년 5월 8일, 자신의 스무살 생일에 자살한다.

이유는 사랑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 청년 제레미는 그의 영원한 사랑 빅토리아 곁에서 눈을 뜬다. 날짜는 2002년 5월 8일.

제레미는 지난 일년 동안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채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천국의 맛을 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밤이 되자 그는 자신이 자살했을때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바로 옆에는 왠 노인이 기도문을 읖조리면서 '그러는게 아니었어' '삶, 삶, 삶'을 무섭게 소리친다.

다시 눈을 떴을때는, 그의 곁에는 웬 아기가 울고 있고, 때는 2004년 5월 8일... 2년이 지난 그의 생일에 깨어난 것이다. 이미 빅토리아와 결혼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자신으로.

깨어날때마다 세월은 겹으로 흐르고, 눈앞엔 감당하기 힘든 악몽같은 현실이 되풀이되면서 결국 빅토리아가 떠나가고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냉혹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깨어난 그와는 전혀 반대의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자기 자신이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 행복이 저만치 달아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제레미.

결국 그는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어버리고, 빅토리아를 위해 일부러 자신을 망가뜨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제2의 제레미가 그녀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시간은 흐르고 제레미는 어김없이 자신의 생일에 깨어나는데....

 

옮긴이의 설명과 나의 설명을 부합하여 적어봤다.

 

책 뒷면에 놀라운 반전의 미학이라고 적었지만, 어쩌면 결론은 예상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겪으면 신을 원망하고 자신을 파멸시켜 더이상의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러한 점을 종교와 부합하여 삶, 죽음, 사랑 그리고 전지 전능하신 분.... 이 굴레안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소재는 참신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내용도 좋았고, 결론도 해피엔딩.

교회를 다니는 나로서는, 4가지 요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느끼게 해주었다.

이야기는 유대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날짜에 의미가 있다는데, 난 전혀 모르겠고...

어찌되었건, 자살이라는 것은 절대 절대 never... 하면 안되는 것이고, 힘든일에는 기도하고 잘못된 일에는 회개하고...

개똥밭에서 굴러도 세상이 좋다고 하니, 태어난 이상 그 삶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