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라는 에세이집으로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로마인 이야기' 라는 책으로 더욱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이상하게도 일본 소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20대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요샌 그져 머리를 식히기 위한 가벼운 종류로 생각된다.

부담없이 술술 읽혀지는 소설류들로..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시오노 나나미가 감명깊게 본 영화들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집이다.

'책과 함께 영화로 나를 길러주신 저 세상에 계신 부모님께' 라는 짧막한 글과 함께 시작된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시오노 나나미와 나의 나이차이로 인해서, 내가 본 영화보단 보지 않은 영화들이 더욱 많다.

그러나 한 영화마다 일목요연하게 줄거리를 정리해서 보여주기때문에 어느정도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그 영화가 작가에게 어떤 감흥을 주었는지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우리가 보면 좋을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그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주로 1930~60년대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주름잡던 유명 배우들로 치장되어 있다.

게리쿠퍼(시오노 나나미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그레타 가르보, 에바 가드너, 오드리 햅번으로 부터 잭 니콜슨, 로버트 드니로,

로버트 레드포드, 멜깁슨, 맥 라이언 등.. 지금도 한가닥 하는 배우들도 나온다.

게다가 몇몇 유명한 감독들이 나오는데, 주로 이탈리아 감독들이다(대부분의 글들이 시오노 나나미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배경을 이루고 있다.).

 

글을 읽다보면 시오노 나나미란 여자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자기 개발에 게으름이 없는 닮고 싶은 멋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글 중간중간에 느껴지는 것은 본인 스스로는 자신을 겸손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다.

하지만, 독자가 그녀를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보기좋은 삶을 살았다고 느낀다면 시오노 나나미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언어에 대하여'란 대목에선, 한참 읽다보면 아마도 시오노 나나미의 삶의 한면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 있다.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란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사랑이 처음과 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흔히 나타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랑을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겠지...

 

이 책은 장영희가 쓴 '문학의 숲을 거닐다' 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책과 영화이야기.. 또한 독자로 하여금 전혀 생소했던 책 & 영화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니까...

 

오랜만에 흑백 영화의 추억속으로 한없이 빠져들어가 보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마무리를 한다.

" 유효하게 쓴 하루의 마지막에 기분 좋은 잠이 찾아오듯이, 유효하게 쓴 일생의 끝에는 기분 좋은 죽음이 찾아온다."

 

 

요즘 내가 즐겨 읽는 책은.. 자서전 혹은 자전적 이야기다.

 

달과 6펜스에 대한 작품해설을 옮겨본다.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세계를 가리킨다. 둘 다 둥글고 은빛으로 빛난다. 하지만 둘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달>빛은 영혼을 설레게하며 삶의 비밀에 이르는 신비로운 통로로 사람을 유혹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어두운 욕망을 건드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빠지게도 한다. 그래서 달은 흔히 상상의 세계나 광적인 열정을

상징해 왔다.

<6펜스>란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의 값이다. 이 은화의 빛은 둔중하며 감촉은 차갑고 단단하다.

그 가치는 하찮다.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달과 6펜스는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레이터는 그가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원시의 섬에세 낙원의 비전을 보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똑같은 고전 소설을 다루는 출판사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민음사다.

역시나, 작품해설도 머릿속에 속속 들어오지 않는가...

 

폴 고갱의 삶에 대해 아는것이 없던 나는 진실로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었다. 우습게도....

그만큼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란 책의 내용이 훌륭하고 진실되다는 것이겠지..

 

폴 고갱의 그림들을 보았다. 그 전까지는 그리 좋아하는 그림들이 아니었지만,

타히티에서의 삶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찾고 있었던 삶이였는지를 깨닫는다.

글쎄.. 이건 전적으로 나의 견해지만, 강한 원색의 색깔들이 그의 성격과 가치관을 대변해주는 듯하게 느껴진다.

아니..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티릭랜드의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퍽스의 횟대만이 텅 비어 있었다.

퍽스는 아직도 교정을 향하여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호그와트 교장들의 초상화 줄에 새로운 초상화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책상위에 걸린 그 황금액자 속에서는 덤블도어가 구부러진 코 위에 반달 모양의 안경을 걸친 해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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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누워 있던 해리는 갑자기 바깥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퍽스가 노래하는 것을 멈춘 것이었다.

그 순간 해리는 알아차렸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했다.

불사조가 떠난 것이다.

퍽스는 영원히 호그와트를 떠나 버렸다. 덤블도어가 학교를, 이 세상을, 그리고...

해리의 곁을 떠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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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블도어에게 아직 물어보지 못한 것들이 그토록 많은데... 해야 할 말이 그토록 많이 남았는데.. 바로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서운 진실이 그를 덮쳤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단호하고 분명한 사실이었다.

덤블도어는 죽었다. 세상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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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블도어...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등장인물에 애착을 가져본것은 극히 드물다.

나는 에메랄드 빛 액체를 마시는 덤블도어를 보면서 한쪽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그 후로부터 벌어지는 일들에 심취할수록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주위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다니... 이게 몇년만인지...

사춘기 이후로는 그져 드라마나 TV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졌었는데.

어쩌면 덤블도어는 내 어릴쩍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이었을지도...

항상 내 곁에 있어주시고, 언제 어디서나 손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시던 할아버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는 않지만, 갑작스레 그때가 너무나 그립고 그리워졌다.

지금 이순간도 붉어지는 눈시울과 벅차오르는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해리포터는 어린아이들이 열광하는 환타지 소설로 생각했었다.

물론 나올때마다 서점에서 구입하고 열심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환타지 소설이란, 내게 반지의 제왕과 드래곤라자와 같이 괴물들이 나오는 흥미진진한 어른 소설이 전부였다. 특히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조금 싱거움을 느낀 난... 해리포터를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읽고 있는 동안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었고,

어제는 꿈도 꾸고... 오늘은 눈물도 흘렸다.

참.. 난생처음 환타지 소설에서 감동을... 지극히 감상적인 감동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잠시 잊었던 기억들도...

 

이젠 해리포터의 완결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만 기다린다.

7월말경에 나온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덤블도어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그래서 덤블도어란 인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