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역....

지하철을 타고 한번에 목적지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승역을 거쳐 목적지에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환승역에서 서있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직장에 가기도 하며, 집으로 가기도 하고, 아무 목적없이 방황하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목적지로 가기 위해 그렇게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똑같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네 인생 또한 그렇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꿈을 가지고 바쁘게 살아가지만, 결국은 인생이라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누구는 한길로 쭉 가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방향을 바꾸기 위해 잠시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앨리 또는 앨리스라 불리우는 소녀가 있다.

집에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환승역을 거쳐야하는 소녀 앨리.

소녀는 이 환승역에서 돈을 내지 않고, 무임승차를 즐긴다. 재미로 그러기도 하지만,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앨리는 엄마와 로티 이모가 운영하는 하숙집의 딸이다. 엄마 릴리는 좋은 학벌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노동자들의 편에서서 투쟁하는 아빠 해리의 모습에 점점 실망하게 되고, 게다가 두 아들을 병으로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삶으로 뛰어들면서 이혼하게 된다.

그렇게 아빠없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앨리는 편부모 슬하의 아이답지 않게 밝고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역시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 더 성숙하고 배려심이 있다. 엄마를 위해서, 가끔보는 아빠를 위해서 그 둘에게 모두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 또래 소녀답게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아이지만, 하숙집에서 신세지는 어른들의 삶을 엿보며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이 소설은 앨리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특별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도 아니고, 특별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지 않은 3년동안의 이야기지만, 책속으로 들어갈수록 묘한 매력에 사로잡힌다.

너무나 평범하기에 내 이웃의 이야기 같다. TV에서 즐겨보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를 보는것 같다. 언제나 인간극장을 처음 볼때는 뭐 별거 있나~, 싶지만 5부작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힘들고 어려운 삶을 잘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바로 이런 이야기다. 환승역은.

앨리의 상황과 하숙집에 사는 사람들의 상황속에서 나는 그런 모습을 보았다. 누구에게는 편한 인생길을 걷게 되는 행운이 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매일매의 삶을 전쟁터에서 싸우듯이 살아가야하는 바로 우리의 인생말이다.

앨리의 눈속에 비춰지는 어른들의 삶,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가끔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허풍을 떨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쓰기도 하는 모습들이 앨리의 생각으로 전해지면서 가슴 한켠에 잔잔히 스며든다.

책을 읽을수록 편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와 홀로서기에 시작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그럴듯하게 묘사되어 실제 삶을 들여다보는 것같이 느껴졌는데, 사실 이 소설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졌기에 독자에게 진실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작가 캐스린 포브즈는 얼마전에 베스트소설의 반열에 올랐던 [엄마의 은행통장]의 지은이다. 그때는 다음에 봐야지 하면서 미뤄뒀던 그 책을 이제 어서 손에 들어봐야 겠다. 이번에는 또 다른 어떤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런지 기대가 된다.

아직 앨리의 다 자란 모습을 보지 못하고 끝을 맺었지만, 왠지 앨리는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감동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