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이 재밌다!

주인공의 엉덩이를 둘러싼 내용이기 때문에 은유적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제목 그대로다;

이 책은 직설적이며, 문학 언어의 우미적 아름다움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어쩌면 약간 실망스러운 책일 것이다.

책은 아름다운 단어를 쓰기보단, 웃음을 유발하고 약간 과장된 현실을 통해 문화적 다양함과 관용적 태도를 드러낸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저런 마을이 있다는 안 믿겨지고, 주인공들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비어, 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과 비현실적인 치료법들이 괴괴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작가와의 대화'에 나와있듯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진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끼게 됐다.

 

주인공 오일리에의 엉덩이에 종기가 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되고,

온갖 도토레(전통 의술 치료인)들이 오일리에를 찾아오고, 오일리에 또한 그들을을 찾아다닌다.

엉덩이를 둘러싼 여정 속에서 탐욕스러운 사람, 약싹빠른 사람, 참된 친구 등 갖가지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며, 때론 은유를 통해 작가가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엉덩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접근한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이해란 전통 문화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다.

인류학적 가치는 다원주의와 포용을 통해서만 지켜갈 수 있는 것이다.

 

엉덩이를 통해 말하는 것이 약간 웃기긴 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고, 조금 더 폭넓은 시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가장 하찮게 여기는 부분을 통해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말한다는 것은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사랑은 엉덩이를 통해서도 퍼져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운 상태였다...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만큼 답답해서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고 깨어있는 동안에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기 일수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점점 무력감에 빠져들고 우는 횟수도 늘어갔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내 마음에 평화가 올까?'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남들처럼 지낼 순 없더라도 이 절망감에서 단 한 시간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별 기대없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내 마음은 평정심을 찾아갔다...

자아를 주제로 다룬 심리학 서적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잃어버린 자아를 찾은 느낌이었다...

 

책엔 크게 6개의 소주제가 있다..

목차에 나와 있는 제목을 풀어서 쓰면: 평정심을 얻는 방법인 만트람, 느리게 살기, 현재를 살기기, 마음에 자양 공급하기, 친절하기,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 미치기이다.  

그리고 각각의 소단원은 주제에 대해 이스워런의 아내가 쓴 글, 이스워런이 쓴 글, 요약, 도움을 얻은 사례(독자의 편지), 주제에 맞는 좋은 시 구절 이렇게 구성을 이룬다...

아내가 서론처럼 주제를 제시한 것을 이스워런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중요한 구절이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눈에 확 들어오는데다가, 다시 한 번 요약해주니까 훨씬 이해하기 수월했다...

그성도 좋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스워런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누구나 알지만 지나치는 것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나와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트람'을 강조한다.

만트람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그 외 다른 것들은 만트람이 확장된 형태이다.

만트람이란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외우는 한 낱말이나 짧은 구절을 말한다.

우리가 긴장될 때 하나, 둘, 셋 이렇게 숫자를 세는 것과 비슷한데 차이점이 있다면 같은 구절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그 단어를 '나의 예수님', '라마 라마' 이런 식으로 외우면 된다.

만트람은 마음에 작용하여 누구에게나 효과이 있으므로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외울 수 있으면 각자 자기에게 맞는 만트람을 외우면 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선 그 만트람을 이용하여 느리게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가는가?

과거에 1/3, 미래에 1/3을 주면 우리는 현재를 1/3의 에너지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1/3쪽짜리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야 하면 그 방법으로 만트람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만트람으로 점차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화나는 상황에서도 친절할 수 있고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친절하기 바라면서 그들에게 우리가 이따금 무례하게 굴어도 참아주기를 기대한다.

남이 우리에게 불친절하다고 기분이 상한다면, 우리가 남에게 친절하지 않을 때는 왜 불쾌해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스워런은 친절한 대접을 받기 위해 친절하라고 하지 않는다.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정말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기에 바라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한다.

 

점차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되면 최종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라고 한다.

긍정적인 빛을 지닌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주파수를 보낸다는 것은 <시크릿>에 나오는 관점과 유사하다.

우리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태어났으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타인을 돕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이렇듯 이 책의 주제는 만트람을 이용해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이타적인 삶으로까지 확장된다. 

더불어 사는 삶이 진정한 평화라는 가르침은 이미 고인이 된 이스워런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메세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부인인 크리스틴은 이스워런의 유산을 너무나 쉽게 잘 전하고 있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마음의 고요함을 찾기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 그리고 다른 명상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마땅치 않은 사람이라면 오늘부터 만트람을 외우는 게 어떨까? 

책을 읽기 전 나는 아마티아 센이란 사람에 대해 몰랐고,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 한다고 나와 있어서 경제발전에만 신경쓰지 말고 빈곤 계층에도 신경쓰자는 얘기 정도 쯤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돌보자는 글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듯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교육, 의료 보장 등 인간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것들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경제에는 민주주의가 꼭 필요하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그 발전 과정에 민주주의와 자유가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위적인 통치자들은 경제개발을 위해 자유가 어느 정도 무시되어도 괜찮으며 그게 아시아적 전통과 맞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선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위기 상황이 닥쳐도 하위층의 생존이 보장된다고 말한다.

 

책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센은 인간의 안전보장(인권), 자유, 교육을 강조한다.

그 자체로 중요하기도 하며, 경제가 올바르게 발전하고 하위층의 경제력 향상을 위해서도 그것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에 절학, 윤리학, 정치학 등을 접목시켜, 따뜻한 경제학을 논리적인 전개 과정으로 이야기한다.

부제는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이지만 경제학만을 담고 있지 않다.

 

구성은 첫장엔 옮긴이가 아마티아 센의 이론을 요약했고, 그 다음 장부턴 아마티아 센의 강연 내용 일부가 나와있다.

센의 이론 중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반복되기 때문에 주의력을 조금만 가지고 읽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강연의 내용들은 아시아를 주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서 현재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춰 생각할 수도 있다.

예시로 우리 나라도 곳곳에 나온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1997년 아시아의 경제 위기에 대한 것이다.

경제 성장은 오름새도 있고 내리막도 있어서 5% 정도 경제 성장이 감소한다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그 5%가 하위층에만 전가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안전보장이 전제되지 않은 곳에선 그런 일이 생기며 우리는 외환위기 때 이미 그런 일들을 겪었다.

센은 그 원인을 상거래의 투명성 결여, 금융의 공적 감시 시스템 결여, 정경유착, 권위적인 정부 등으로 보았다.

 

경제가 올바르게 발전하고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선, 권위적인 정부는 사라져야 하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여 정부를 감시하며,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니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센의 이론에 대해 알면 좋을 것 같은데, 우리 나라엔 제대로 된 연구가 부족하단다.

그런 실정에서 이 책은 센의 경제학에 대해 아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면 누구나 센의 이론에 관심을 가질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