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평범한 일상을 담은 책인 것 같다.

유명 일본 여류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쓴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섬세하게 감정을 묘사하는 작가일 것 같다.

예쁜 분홍책 속은 일본의 어느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수가 적고 책을 자주 읽으며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속한 아버지,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여 식탁을 장식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잔심부름을 잘 시키는 어머니,

말수가 적고 결혼생활에 대해 좀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 첫째 딸 소요,

이상한 남자를 사귀는 등 약간은 사고뭉치 같은 둘째 딸 시마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할지 몰라 집에서 쉬고 있는 셋째 딸 고토코,

인형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 남동생 리쓰..

그렇게 6명이 구성원인 가족이야기를 셋째딸 고토코가 '나'의 시각에서 기술한다.

 

고토코는 졸업 후 줄곧 집에 있기 때문에 가족과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의 내면흐름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갑자기 이야기가 전환되기도 한다.

시간의 순서를 따르지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림을 그리듯 자세한 묘사를 하기 때문에 내용이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다.

독자가 고토코가 된 듯, 고토코의 시각과 의식흐름에 따라가면 된다.

 

작가는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나고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 집 가족 구성원이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분위기, 그들만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이색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은 가족 이야기를 덤덤하게 기술하지만, 읽는 내내 특이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토코의 가족은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을 하지 않음은 물론, 묻지도 않는다.

각자의 삶을 존중해준다.

소요가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도 그랬다.

리쓰가 인형을 만들어 학교에 부모님이 불려갔을 때도 공부하지 않은 막내를 혼내는 것이 아니라 막내를 이해해주지 않는 학교를 탓한다.

 고토코가 졸업 후 계획없이 지내도 부모님이 혼내지 않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먹어야하는 정해진 식단...

 

평범한 듯 어떻게 보면 기괴한 가족...

이들은 가족이기에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금은 특이한 가족에게서 찾는 가족의 의미...

 

이 소설은 특별한 사건없이 편안하게 스며드는 이야기다.

세세한 묘사와 잔잔한 내면의 흐름이 마음에 든다.

내가 마치 가족구성원이 된 듯 도쿄의 어느 주택집이 연상이 되고 식탁의 메뉴가 머리에 떠오른다.

 

이런 세심한 표현력은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다양한 책을 소개해놓은 건데, 그중 <1984>가 포함되어 있길래 이 책을 읽게 됐다.

책 내용을 어렴풋하게 들어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 했다. 이 책에 대한 해설이 많겠지만, 미리 내용을 알면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지 않고 책을 읽었다.  

 

이 책은 1948년 탈고했는데 소설의 배경은 1984년이다. 가상의 미래에서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3구획으로 나누어져있고 영국은 그중 오세아니아에 속해있다. 전체주의독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중간계층인 외부당원으로 살아간다.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에게 받은 책에는 독재의 실체가 상세히 나와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많았다.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내부당원, 외부당원,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에도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으며, 간혹 보이는 위험한 인물은 몰래 제거된다. 내부당원은 지배계층이고, 문제는 하부관리 계급인 외부당원이다. 역사적으로 지배층이 바뀔 때는 중간계층이 투쟁을 할 때 뿐이다. 중간계층은 평등이란 이념을 내세워 하부계층을 끌어들여 투쟁으로 권력을 쟁취하지만, 하부계층 입장에선 지배층이 바뀔 뿐인 것이다. 따라서 지배계층의 공고화는 중간계층을 억제할 때 지속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외부당원은 늘 감시를 받는다. 여론조작과 세뇌교육, 감시, 역사날조, 지배를 위한 거짓전쟁 등의 통제수단은 오늘날의 독재수단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오세아니아 전체주의 독재의 실체는 당이다. 그러나 당은 실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다. 겉으로 당을 이끌어 가는 이들은 내부당원이지만, 당을 이끄는 원천은 사상 그 자체이다. 당은 순수한 권력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이를 위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통제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독재자들은 자녀에게 권력과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당은 친족세습이 아닌 그들의 사상을 물려받은 이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사상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 철저함에 숨이 막히고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윈스턴이 무너지는 과정은 절망적이지만, 작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두운 미래를 가정하고 쓴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간교한 지배 방법에 대해 알게 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도 누군가 대신 판단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교묘하게 내 생각을 조정하려 든다.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끝없는 주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고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외롭고 혼자이고 싶을 때도 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닐까.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슬픔, 불안, 질투 등을  다양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로한다. 미술심리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설레다'라는 닉네임으로 7년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묶은 책이다. '설토'라는 노란색 토끼를 노란 포스트잇에 그리고 메모를 쓴 것을 모은 것이다. 

 

책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을 주제별로 나누었다. 첫 장인 <야트막하게 찰랑거리는 외로움>은 제목 그대로 외로움고 관련된 내용이다. <상처 주는 법을 아는 사이>는 다른 사람을 서로 공격하고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 나온다.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는 힘이 되는 친구,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 <마음에 가시가 돋았네>는 어린 시절의 마음의 상처, 이별 후의 힘듦 등이 나와 있다. <어른의 자격>은 스스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혼자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다룬다. <척 보면 압니다>는 성격이 까칠하거나 자아성찰을 하지 못 하는 등 문제가 있는 타인을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점이 나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는 불안, 무기력 등 마음의 문제에 대해 나온다. <안녕, 그리고 안녕>은 시작과 이별 등을 다룬다.

 

귀여운 토끼 그림과 메모가 같이 구성되어 있다. 글은 대부분 1~2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다. 짧은 에세이 형식이라 짬짬이 읽기 좋다. 그래서 페이지는 많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짧은 분량이라도 공감가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들이 많았다.

 

 

참신하고 예쁜 그림이 많아서 더 위안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설토'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당근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현대인과 많이 닮아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자학'이라는 글에서 '작은 실수에도 가장 먼저 달려가 혼내는 사람, 누굴까요? 바로 나입니다'라는 부분이었다. 누구보다 내 마음을 보듬어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데 위로해주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자학에 비유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책에 있는 100여 가지의 글을 읽으며 여러 감정이 교차되었다. 마음을 달래는 데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런 책만큼 위로해주는 게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외롭고 지쳐있는 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