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지켜주지 못한채, 영원한 이별을 통해
떠나가야 한다면 누가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사랑스러워 보이는 책표지와 궁금증을 자아내던 <콰테말라의 염소들> 이란
책제목을 통해서 만나게된 김애현 작가의 첫장편 소설은 그렇게 나와 시작하게 되었다.
수다스럽게 자신이 키우는 염소들의 젖을짜서 관광객에게 팔기 위하여
즐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호세의 이야기에서 어느새
대한민국 20대 소녀인 주인공의 이야기로 바껴있었다.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쓸쓸하게 자랐다.
엄마는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고 있었고 뭐든지 열심히 하고 씩씩한 여자였지만
항상 딸에게 자신의 젖을먹이며 키우지 못한거에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주인공이 갑작스레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게되면서, 엄마와의 갈등이 깊어졌다
우리딸 젖먹던 힘까지 화이팅 하라는 응원의 문자에도, 주인공은 엄마의 젖을 먹지 못한
자신이 어떻게 젖먹던 힘을 알겠냐는 둥의
타인이 보았을때 전혀 시답지 않은 고민과 투덜거림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철부지 딸이라는 것을 곧 이해할 수 있었다.
고열로 크게 아프고 난후 응급실로 호출을 받게되고,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것을 알게된다. 충격받은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친척들에게서 걸려오는 안부전화,말수가 유난히 적은 의사의 냉담한 태도,
자신도 몰랐던 엄마의 지난 행적을 자신의 친구들을 통해서 듣기도 하고, 엄마의 친구라는 전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그렇게 조금은 낯설지만 모두가 사랑하는 엄마의 흔적이라 여기며 더듬어 가기 시작한다.
주인공과 콰테말라의 염소를 키우는 호세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지 못한채, 염소들에게나 주위의
친구들에게서 질투아닌 질투의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홀 어머니인 그녀의 엄마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그녀가 얼마나 딸을 잘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애써왔는지 그대로 느껴졌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덤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별을 아름답게 장식 할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주인공이 조금씩 아픈시간을 견뎌가며 스스로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동안 이별에 대하여 깨닫게 되고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의 전개를 보여준 작가의 발칙한 필력에 감탄하게되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더 떠올려보게 해주었다.
책표지 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따뜻하지만 조금은 가슴이 짠하게 울려퍼지는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