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은 <걸작의 비밀>에서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걸작으로 소개하면서 고흐의 고독하고 불행했던 삶이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삶은 평탄치 못한, 누가봐도 고단한 인생이었다. 그래서 문학계엔 고흐의 편지와  고흐의 삶을 다룬 책들이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돋보이는 건, 저자가 화가라는 점을 십분 이용한 점이다. 저자는 이 책속에 판화같은 굵고 강한 이미지를 통해 고흐의 침울한 삶을 훨씬 더 강하게 인식시키고 있다. 고흐가 주로 그린 하층민들의 초상들, 그들의 삶이 삽화를 통해 전달되며 고흐가 표현하고 싶었던 미술세계를 좀 더 극명하게 마주할수 있게 한다. 그래서 다 읽고나선 고흐의 삶과 여정을 시각적으로 따라다닌 느낌이 들어 깊은 잔상을 남기게 된다..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진 '걸작'.
우리는 걸작으로 불리우는 많은 작품들을 알고 있다. 그것들은 탄생하자마자 바로 걸작이라고 불리진 않았을것이다. 그럼 과연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걸작'으로 인정받게 되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걸작들 20개를 골라 그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론 뜻하지 않은 과정들을 거침으로 인해, 때론 시대의 흐름에 의해 걸작은 탄생하기도 하고 사라져가기도 했다. 이 책은 걸작에 숨은 뒷이야기를 역사적 배경과 예술계의 흐름속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전쟁이 만든 걸작

이 책을 읽다보니 나폴레옹은 프랑스박물관에 참 지대한 영향을 끼친듯 하다. 그의 군대와 동행했던 학자들은 이집트에서 매혹적인 유물들을 수집해서 루브르박물관에 가져다 채웠다.
이집트를 침공했을때 나폴레옹은 직접 시간을 내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직접 보며 감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돌아온 후 프랑스는 스핑크스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경우도 있다.이탈리아를 정복했던 나폴레옹이 가져왔던 <벨베데레의 아폴로>가 그 경우다. 나폴레옹은 이 조각을 마치 자신의 모습인양 생각했고 그 당시의 작가들도 다투어 칭찬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이 작품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경멸스런 졸작으로 평가되어 다시 이탈리아로 돌려보냈다고 하니, 걸작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닌,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비평가가 만든 걸작
지금은 걸작이었지만 한때 관심조차 없던 작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리오라는 비평가가 쓴 책이 널리 알려지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페이퍼의 에세이가 이 작품이 비너스의 신화를 독창적으로 표현했다고 쓰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이 기회를 틈타 영국에게 인기를 끌려고 무솔리니가 자신의 정치적발판으로 이 작품을 이용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20여점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은 다빈치의 작품중 최고로 알려진 <모나리자>. 나폴레옹이 자신의 왕궁에 가져다 놓을 정도로 유명였지만, 대중적 인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고티에라는 시인이 쓴 모나리자의 미소에 관한 글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평가가 달라지고 확고한 걸작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후 도난사건과 훼손사건이 더욱 모나리자를 걸작의 발열에 올려놓았다고 하니 씁쓸하다.



위치가 만든 걸작

고고학적 유물로써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모트라케의 니케>.상당히 수준 낮은 시기의 산물이라 비평받았던 머리도 팔도 없는 이 작품이 걸작으로 탄생한건 위치선정때문이었다.
루브르박물관 계단 꼭대기에 조각을 올림으로써 이 작품은 극적인 효과를 나타냈다고 하니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알수가 없다.

혹평이 만든 걸작

상한 주제를 선호하던 시절에 던진 엄청난 충격같은 작품인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그는 사는 동안 혹평을 받고 그림도 팔리지 않을 만큼 천대를 받았던 화가다. 밑바닥인생을 주로 쓴 에밀졸라에게만이 인정받았던 작품들은 그가 죽고나서야 시대를 앞서간 도전적인 작품이었음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예술가의 삶이 만든 걸작

예술작품 만큼이나 예술가의 삶 또한 걸작의 탄생에 일조 한다.
예술가의 삶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거기에 이미지의 해석이 보태지면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는 그의 작품들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 대표적인 예술가가 '고흐'다.
고흐가 죽고 얼마뒤에 동생테오도 죽자 둘 사이에서 오고 간 편지를 테오의 아내가 세상에 내 놓으면서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뭉크의 <절규>는 모나리자 못지않게 여러번 도난당하고 훼손당하는 우여곡절끝에 더욱 유명해졌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정부가 파리만국박함회에 걸어줄 작품을 부탁받아 완성한 것인데 피카소는 오히려 스페인내전에서 저지른 정부의  게르니카폭격을 소재로 그렸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훼손당할게 뻔해서 70여년간 전세계를 돌며 전시한것이 오히려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걸작의 운명도 참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어보니 예술마저도 시대와 사회적 취향에 따라 변해감을 볼수 있다. 물론 여러 걸작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품만 다루고 있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걸작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상대적인 가치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들도 언제 날개없이 추락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엄청 변덕스러운 존재니까 말이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각인되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줄리언 반스'.
그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스탈린 독재의 공산정치가 팽배했던  시절, 체제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야만 했던 작곡가'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