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나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한권이었다.

사실 책을 읽기직전엔 좀 불안했다.. 무언가 소재로 쓰기엔 참으로 애매한 줄거리이지 싶어서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읽으면서부터는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피식하게 만드는 그 이야기들에 읽는 내내 미소를 띄게 했었다. 

신경쇠약에 걸린 한 남자가 대학연구실에서 교수의 권유로 나라에 있는 여자 고등학교에 임시교사로 발령이 나고 1-A반 담임이 된다. 수업이 있던 첫날. 지각을 한 아이가 아무런 이야기 없이 자리에 돌아가 앉는것을 지적한 것으로 자그마한 소란이 일어나고, 그 아이와의 인연은 질기게 이어진다.
그저 산책삼아 나간 곳에서 말 하는 사슴을 만나게되고, 그는 사슴의 운반책을 떠 맏게 된다.
여우에게서 "눈"을 받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모두 인간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하던말던 니 맘대로 해라라는 식이지만 결국 첫 미션에서 실패했다는이유로 그가 점점 사슴의 모습으로 변하게 표시를 해 버린다. 
일본을 구하기위해선 메기를 잠재워야하고 메기때문에 후지산이 폭발할지도 모르고 지진이 난다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신경쇠약의 남자. 

실제 일본에는 존재하고 있는 신화를 두고 엮어낸 판타지소설인데, 소재 또한 톡톡튄다.
이 곳의 역사는 잘 모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그들의 역사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나 고구려시대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가는듯 한데 잘 모르는것은 그저 그런가보다~하며 읽어 나가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틈틈히 역자의 () 속 해설도 꽤나 친절했기에 아~ 그렇구나 하며  쉽게 읽어나갔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간나즈키야 선생, 이제 선생이 나설때가 왔어"
쌩뚱맞게도 사슴이 말을한다. 그것도 암사슴에게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어디다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아니 할 수가 없다.
평범한 아니 어떻게 보면 평범 이하일지도 모르는 한 남자가 세상을 구한다. 라는 소재는 어딜가나 흔하디 흔한 주제이지만 이 것을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가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사슴남자는 분명 내가 볼때엔 그렇고 그런 주제이기는 하다 아니 결말까지도 어찌보면 그래 그럴줄 알았어~ 할 수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실망보다 역시~ 그래야지!! 라는 즐거움을 주었다.

판타지... 라고 하기엔 뭔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엔 조금 부족했지만, 아주 신나는 여행을 한 기분이다.

에세이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다. 
처음엔 그저 그녀의 이름 하나만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  
핑크색 겉지를 벗겨내면 노오란 귀여운색의 하드표지가 나온다. 너무나도 깜찍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거지만, 아마도 작가는 노랑과 핑크에 대한 애정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표지 색을 노랑과 핑크를 적절히 섞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책 한권이 매일 스쳐지나던, 매일 사용하던, 사물 혹은 행동 하나하나에 무언가 의미를 심을 수 있고, 미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해 준것 같다. 
예를 들면 "찍 늘어나거나 말라비틀어진 고무줄을 보면 슬프다. 지금도 부억에서 그런 고무줄의 시신을 보면, 나는 경건한 마음이 든다. -13p"처럼 그저 고무줄 하나를 보면서도 슬퍼하고 경건할 수 있다니.. 약간은 사차원적인 듯한 그녀에게 조금씩 푸욱 빠지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나라면 1년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준다면 이런 것들로 한권의 책을 엮어 낼 수 있었을까? 과연 나라면 내가 작가였다면 이런 주제로 책을 엮어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글쎄.. 아마도 대답은 NO일 것이다. 지금껏 녹색 신호등을 보며 "쪽쪽 빨다가 작아진 눈깔사탕처럼 옅은 초록색 -9p" 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것이 몇번인지.. 아마 세아릴 수 조차 없을 것이다. 또 몇번이나 큭큭댔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쥐치의 껍질을 갖고 있다. 쥐치 한 마리를 잡고, 뽀드득뽀드득 찌익찍 하는 소리와 함께 껍질을 좍 벗겨내는 멋들어진 손놀림을 보고서 갖고 싶어졌다. 집 안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침실 바닥에 널어놓았더니 며칠이 지나자 바짝 말랐다. 약간 일그러진 마름모꼴에, 꼭대기에는 칼집이 들어가 있어 옷깃처럼 보이는 탓에, 마치 망토를 펼친 드라큘라의 뒷 모습 같았다.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고 해초와 새로 산 가죽제품 냄새가 났다. 책상 서랍에, 부서지지 않도록 제일 위에다 살짝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서랍을 열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남 몰래 서랍에다 동물을 키우는 기분이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느낌을 주었다. 신기한 책이다.

 원서를 보진 않아서 번역이 잘못(오역)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것인지 모르겠으나, "약을 바르든, 아니바르든 안 바르든 -31p" 아니든 안이든 둘중 하나는 빠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이미 영화를 접한 후였다.
그래서인지 조금 집중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있었고 한권을 읽기위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소설과, 영화를 따로 분리 할 수가 없다.
영화를 보며 꼭 원작인 소설을 읽겠노라 다짐했었다. 이유는 인물들의 심리를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

그녀를 떠나보낸 후 미하엘이 겪었을 고통과, 떠난 후 법정에서 미하엘을 만난 한나의 감정, 그리고 수감생활 중 자신을 버리고 갑자기 떠나버린 한나에게 미하엘이 책을 읽어주겠다고 다짐하게된 계기, 등 알고 싶은것,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영화속 뒷이야기를 바라 듯  자세히 그리고 한자한자 열심히 읽었다.

이야기는 3부로 나뉘어 진다.
1부.
15세 소년의 눈에 비친 36세 자신을 구해준, 그리고 자신의 첫번째 그녀를 만나 그녀와 함께한 시간을 보여준다. '훤한 이마, 튀어나온 광대뼈, 연푸른 눈동자,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통통한 입술, 각진 턱, 넓적하고 매몰찬 인상이면서도 여성스런 얼굴 모양새.' 미하엘이 기억하고 있는 한나의 모습이다.

2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종적을 감춰버린 그녀, 8년 후 미하엘은 법대생이 되고, 세미나로 인해 가게된 법정에서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미하엘은 한나가 필사적으로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된다. '나는 한나를 이해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또다시 그녀를 배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결국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고, 그녀는 종신형을 받게된다.

3부.
몇년의 세월이 흐른 후 미하엘은 한나를 지켜주지 못한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밤마다 카세트테이프에 책을 녹음을 해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전달한다. '나는 단 한 번도 한나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 책을 낭독하는 일은 계속했다.'  이 새로운 의식은 한나가 사면될 때까지 계속된다.

주인공 남자의 시점이므로 가장 궁금했던 한나의 심리묘사는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조용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무거운 느낌에 가슴속에 무언가 얹어 놓은듯한 묵직한 느낌이 든다.

초반 영화의 영상이 눈앞에 맴돌아 영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해 뒤로 갈 수록 영화와 소설이 하나로 묶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본 후 영화를 봤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