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주변에서 ’구해줘’를 외치길래 뭐 사랑 이야기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진짜 무슨 광고문구처럼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입학하기 전, 어느 겨울밤 아빠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해 밤을 꼬박 지새며 읽었던 
존그리샴의 ’펠리컨브리프’가 떠올랐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 책과 느낌이 참 비슷하다.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같이, 스릴넘치게 읽는데 사실 결말은 예상되는,,, 뭐 그런 거?!

재미있다. 소설치고 두께가 있는데 쑥쑥 잘 넘어간다.
"사랑, 죽음, 우정, 종교,," 
가장 근본적인 소재들이라 어떻게 생각하면 어렵고 따분해지기 쉬운데 긴박한 사건과 서로 얽히는 인간관계로 잘 포장해서 쉽게 쉽게 읽히게 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던 프랑스소설에 대한 선입견(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렵고,,,)을 살짝 깨주었다고나 할까?

구성적으로는 챕터마다 내용과 관련된 명언들을 제시한 것, 중요 사건들은 ’분’ 단위로 묘사한 것이 참 인상적이다.

	미국에 가겠다는 결심을 할 당시 그녀의 나이는 위험한 모험을 감수할 만큼 어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 나이라면 ‘위험률 제로’에 맞춰 신중하게 처신해야 마땅했다. 사회는 20대 초반에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노후를 계획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금연을 하고, 건강에 신경 써야 하고, 조건을 따지며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은연중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줄리에트는 그 어떤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꿈을 위해서라면 모험을 회피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그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언젠가는 그들이 자신의 생각이 짧았던 것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페이지 :  pp. 44-45

	줄리에트는 이제부터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억지로 누군가를 닮으려하기보다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겠다고.
페이지 :  p.227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을 뿐이지.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으니까.
페이지 :  p.265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수도 있어. 자유를 많이 가질수록 선택은 더 복잡해지는 게 사실이지. 하지만 인간은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떠넘겨서는 안 돼.
페이지 :  p.416

 

내 머릿 속엔 ’말괄량이 삐삐’와 ’키다리 아저씨’와 ’빨간머리앤’이 살짝 엉켜있었는지 
처음엔 진행되는 스토리에 살짝 당황했다는,,ㅠ
머릿속은 이 멜로디로 꽉 차있을 뿐이고~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오랜만에 느끼는 생동감, 기쁨, 명랑함, 행복함!
"앤, 넌 정말 사랑스럽구나,,♡"

	다락방에서 혼자 실컷 울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른 앤은 평소의 명랑함을 되찾았다. "제가 분별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요." "어째서 말이냐?" "그러니까, 전 오늘 가치 있는 교훈을 새로 배운거라고요. 전 초록 지붕 집에 온 뒤부터 실수를 많이 저질렀는데, 그 실수들은 하나같이 저의 큰 단점들을 고치게 해줬어요. 자수정 브로치 사건으로 제 것이 아닌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게 됐고요. 유령의 숲 일은 상상에 너무 빠져 드는 버릇을 고치게 해줬어요. 진통제 케이크 사건으로, 요리할 때 신중하지 못한 습관을 버리게 됐고요. 염색사건을 겪으면서는 허영심이 없어졌어요."
페이지 :  p.399

	합격자 명단을 기쁜 얼굴로 들여다보며 매슈가 말했다. "그렇지, 내가 늘 말하지 않던. 난 네가 거뜬히 해낼 줄 알고 있었단다."
페이지 : p.456

	아, 야망을 품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이렇게 많은 꿈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건가봐.
페이지 : p.484

 

한 편의 영화같기도, 드라마같기도 한, 마음 속의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잔잔한 것이 참 좋았다. 술술 읽혀내려 가는 문체도 좋았다. 1년전 이맘때 에쿠니 가오리의 ‘홀리가든’을 읽었는데 그때도 참 좋았었다. 읽는 내내 괜히 행복하고 기분이 참 좋았었다. 차와 커피와 찻잔을 이야기할 때도, 혼자만의 여행과 요리를 이야기할 때도, 시 읽기와 음악 감상과 사진을 이야기할 때도, 독립적인 삶을 이야기할 때도. 써 놓고 나니 ‘장미 비파 레몬’에서 다룬 소재와 매우 겹치는 것도 같다. 아마도 에쿠니가오리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까운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고, 미혼의 삶과는 다른,, 흔히 말하는 우리의 ‘적령기’에 바람직한 삶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어떤가? 나는 과연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다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찾지 못해 느린 것인가?

’여자의 삶에서 연애와 결혼과, 그리고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적령기란 말을 난센스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마리에는 뭔가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고 자신의 정열을 믿을 수 있고 무언가가 뒤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생활의 자잘한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데 길들기 전의 나이.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다.
페이지 :   p.176

 

	“다양한 시기가 있는 법이지요.”  곤도의 그 말은 도우코의 어딘가에 와 닿았다.
페이지 :  p.195

	그녀들은 외롭다고, 누구든 사랑해달라고 목 놓아 외치지 않을 만큼 자립적이고, 집요하게 결혼이란 틀을 고수하면서도 사랑이 무너진 순간 홀로 서기를 결심할 만큼 독립적만큼 이기적인 한편, 언젠가 찾아올 사랑을 위해 느긋하게기다릴 줄 알 만큼 대범하고, 미래가 없는 불꽃같은 사랑에 몸을 던질 만큼 과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성실함에 취해 남편의 외도를 눈치 못 챌 만큼 어리석고, 부부싸움을 하고서도 남편이 보내주는 꽃다발에 웃음 지을 만큼 너그럽고, 자식의 아픔에는 한없이 약하며, 자신의 고독에는 눈물을 삼키는, 여자들 모두의 모습,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여자의 모습,
페이지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