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 작가의 또다른 옛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오늘 날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풍자와 해학을 군더더기 없이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상상속의 어린 나를 꿈꾼다. 따스한 아랫목에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따스한 이야기... 아마도 글의 군데군데 희망을 엿볼수 있는 작가의 따스함이 묻어있어 그런가 보다.
글은 총 스물 일곱편이며 크게 세 개의 이야기 마당으로 아홉편씩 나뉜다. 각 옛 이야기를 먼저 읽고 작가님이 풀어주시는 이야기가 뒤따른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작가님이 바라보는 일반 백성들의 시선을 더 잘 이해할수 있었던것 같다.
재미있게 본 몇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첫째마당 행복한 상상 속으로 에서는 지혜로운 원님덕에 ’가진 이’가 ’못 가진 이’를 돕는다는 <옹기장수 송사 풀기> 이야기이다. 오늘 날에도 ’가진 이’의 횡포에 ’못 가진 이’가 삶을 휘둘림을 당하고 있는것은 TV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씁슬함을 그들의 억움함을 풀어줄 지혜로운 원님같은 ’멋진 이’가 우리 곁에 작가님의 바람대로 더 많아졌음 좋겠다.
제목 부터가 참 재미있는 글이 몇 편 있었다.
그 중 <장모 된 며느리와 사위 된 시아버지> 제목만 보았을 때는 뭐 이런일이 있나 싶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나니 자유로운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라. ’먹고살기 바쁜 터에 도리는 무슨 말라비틀어진 도리야?’ 가난한 백성 집의 과부며느리들은 스스로 새 배필을 찾아 당당히 혼인했으며, 나아가 홀 시아비까지 장가 보냈다는 이야기이다.
어리석은 속박과 희생이 고루한 틀에 갇힌 양반들보다 오히려 백성들이 한 수 위인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진다.
둘째 마당 세상살이 엿보기에서는 <돈 귀신 이야기> 이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에서 내용이 덧붙여진거 같다. 그리고 작가님이 풀어놓으신 배금주의의 본 얼굴. 즉 수단이었던 돈이 이제는 목적이 되고, 전에는 목적이었던 가치있는 일들이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말에 어느덧 그렇게 되어버린 나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들의 아이들이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셋째 마당 이야기와 이야기이다. 이 중 <손님 막는 비방> 이 이야기는 여자인 또 며느리인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추석, 설, 제사때를 보면 며느리의 책임이 막중하다. 지금세대도 이러한데 옛날에는 오죽 했을까 싶다.
요즘에는 노부부의 황금이혼이 증가한다고 한다. 가정사야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부장적인 남편 밑에서 참고 참다가 터져나온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라 짐작 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심심치 않게 들었는 이야기가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야 한다며 ’장님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이라는 우리나라의 시집살이에 대한 속담도 있지 않은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며느리가 더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 하지만 내가 여자라 또 며느리라 그런 것일까? 이런 이야기는 애처롭게 느껴진다.
<상자 속의 눈> 이야기는 무섭다기 보다 자신의 눈까지 빼서 줄수있는 아들의 효심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돌아온 아버지가 얼마나 기가막혔을까? 그리고 이야기에 나오는 계모들은 다 왜그럴까? 하는생각이 든다. 물론 극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악인이 필요하고 그들이 벌을 받는것으로 끝을 내긴 하지만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신데렐라, 콩쥐팥쥐, 헨젤과 그레텔, 백조왕자, 백설공주등... 책의 본문을 빌리자면, ’의붓아들이 계모에게 끔찍한 짓을 당할때
공분을 느끼며, 계모에게 모질게 복수하는 것을 보면서 서로 위로 받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억악된 자아의 극복]이라는 말로 설명한다고 한다.’
작가님의 설명을 읽으며, 충분히 공감했다. 가끔씩, SF영화나 폭력성이 들어가는것을 보고 난 뒤는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도 같으니 말이다.
또한 악행과 반드시 뒤따르는 벌은 바로 勸善懲惡(권선징악)의 통쾌함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