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설을 잘 안읽었는데 오랫만에 읽은 소설이 이 책이여서 다행이다.

회사에서 쉬는 동안 짬짬히 읽었는데도 흡입력이 대단하다.

80분밖에 기억이 지속되지 않는 박사와 가사 도우미, 그리고 그의 아들 루트

기억의 장애로 그는 다른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박사와 가사도우미는 수라는 신비롭고도 알면알수록 흥미로운 주제로 소통을 시작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선한 사람들이다. 모두가 선해서 책 자체에서도 선한 기운이 막 피어오른다.

박사는 까다로워보였지만 따뜻하고 배려깊으며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가사도우미의 아들인 루트를 소중히 대하고 마땅히 받아야할 사랑을 준다.

가사도우미는 박사의 특이함 안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며 박사를 보살핀다.

루트는 자신이 받는 사랑을 고마워하며 보답하려 애쓰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가사도우미가 박사의 특별함을 알게 되는 과정은 수학의 신비를 알게 되는 과정처럼 보였다.

박사의 집에서 해고되고 다른집에서 일하면서 소수를 찾던지 유사소수를 찾는 모습은 박사를 그리워하는 가사도우미의 마음이 수학으로 잘 표현된 부분이였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등장하는 공식이 있다.

그 공식은 오일러의 공식인데....π와 ｉ를 곱한 수로 e를 거듭제곱해서 1을 더하면 0이 된다.

이 공식은 상관없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 간다는 것에서 박사와 가사도우미 그리고 루트와의 관계와도 일맥상통한다.

소수, 완전수, 우애수, 삼각수, 피타고라스의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오일러의 공식

딱딱한 수의 세계가 사랑과 모험 그리고 따뜻함의 세계가 될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이였다.

자, 한번 상상해봐. 나뭇가지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다. 고운 소리로 지저귀는 새야. 부리는 귀엽고 날개에는 예쁜 무늬가 있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순간, 새는 놀라 날아가버리지. 나뭇가지에는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그저 마른 잎이 흔들릴 뿐

"1-1=0. 아름답지 않나?"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유성 같았다. 어둠의 동굴에 새겨진 한 줄의 시였다. 거기에 담긴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나는 메모지를 다시 정액권 지갑에 집어넣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뒤돌아보았지만 수학 코너는 여전히 한산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이전에 13계단이란 책을 본적이 있다. 그 책이 사형제의 부조리에 대해 쓴 책이라면 이 책은 유족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유족에게는 사형이 아니라면 충분한 형벌이 될수 없기에 가벼운 형벌로 인한 더 큰 고통을 받을수도 있다. 하지만 사형이 진행됐다고 해서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유족들에게 사형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통과점마저 없어진다면 유족은 어떻게 이 슬픔을 극복할수 있는가?

아이를 살해당한 나카하라와 사요코 그들은 살인범의 사형을 받아내고도 서로를 볼수 없어 이혼을 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나카하라는 반려동물의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하게 되고 사요코는 기자가 되어 도벽증환자에 대해 기사를 쓰다 살해당한다.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쓰게된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란 책을 보며 그녀에게 동감하기도 하고 그녀가 취재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건에 다가간다.

살인범의 사위인 후미야 그는 주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자신의 아이가 아닌 쇼를 살뜰히 챙긴다. 그에 끝나지 않고 망나니인 장인까지 부양하였는데 그 망나니가 일을 냈다. 사요코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유족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등 장인을 위해 힘쓴다. 이 모든것에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죄책감을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그토록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가?

도벽증 환자 사오리 그녀는 자신을 학대하기 위해 죄를 저지른다. 그녀에게는 무슨 원죄가 있기에 살아갈 자격이 없어 훔친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일까?

그리고 그 두사람의 죄를 알게 된 사요코는 왜 살해당했는가?

이 책은 끝까지 사형을 폐지하는 게 맞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죽였다면 당연히 사형 당해야 맞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사요코는 사형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객관적으로 써 내려갔지만 나카하라와 사요코의 아이의 살인범이 속죄를 해서 사형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운명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변호사와의 인터뷰에서 흔들린다.

"...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하나에는 나카하라에게 물었다.

속죄를 하지 않았던 살인범과 평생을 속죄하며 살았던 살인범이 같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속죄할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데 과연 어떻게 속죄할 것인가? 그들이 했던 속죄가 과연 살해당한 사람을 위한 속죄인가 아니면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속죄였을까? 많은 사람을 구원했으니 그의 죄가 덜해 지는 것일까?

많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이였다. 하지만 13계단에서 처럼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내비치지 않은 것은 열린결말이라기 보다는 불친절한 결말은 아니였을까?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괴로워.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그렇게 생각해. 사건 자체가 악몽이었다면 제일 좋겠지만 마나미가 없으니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겠지. 그래서 원래 마나미라는 아이가 없었고 그 아이가 있었던 게 꿈이다, 그 꿈에서 깨어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어떤 대답을 찾고 있고, 그 대답을 찾는 데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래요?"

"사형은 무력(無力)합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

첫 줄부터 끌렸다.

'아무래도 좆됐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는 보통사람이라면 극도의 공포심을 가졌겠지만 그는 다르다. 화성에서 농사질 생각을 하다니 진짜 또라이지만 천재또라이다.

이 남자 너무 재미있어서 주변에 꼭 두고 싶은 사람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 유쾌한 사람.....

그의 유쾌함은 죽기전 유언의 형식으로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나타나는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대장에게는 도리어 위로를 하다 마지막에는 디스코 취향을 놀리는 부분에서는 정말 이사람 또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악화되어 가지만 불안하지 않다. 물론 주인공이니까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란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낙천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임기응변의 귀재인 마크이기에 이번에는 또 어떻게 헤쳐나갈까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영화화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될만큼 눈앞에 우주가 그려지는게 영화가 너무 기대된다.

미안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길었을 화성 549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짧고 아쉽게 느껴졌다.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이 아쉬움은 영화로 푸는 걸로~~~

 

나느 나사에 내가 한 일을 보고했다. 우리의 대화는 (쉽게 바꿔보면) 다음과 같았다.

나 : "뜯어서 문제를 찾아 고쳤습니다."

나사 : "미친놈."

제트추진연구소 : 스케치를 보니 괜찮은 것 같군. 반대쪽도 동일하겠지? 이제 슬슬 박아 넣기 시작해.

와트니 : ...... 라고 그녀가 말했죠.

제트추진연구소 : 제정신이야, 마크? 그런 농담이 나와?

휴우......

이번만큼은 계획대로 이뤄지길 바랐는데,

화성은 호시탐탐 나를 죽이려고 든다.

인정한다..... 패스파인더를 전기 처형한 것은 화성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정하겠다. 화성과 나의 어리석음이 호시탐탐 나를 죽이려고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