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허물어지고 새로이 구성되어지는 시기를 언젠가부터 겪고 있다.
약 8년전 부터의 일이다.
지금은 허물어짐과 재구성의 바퀴가 좀 느슨해진 듯도 하지만 무게감은 더해가는 듯하다.
여전히 나의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누르면서 돌고 있기 때문이다.
허물어짐과 재구성이 한창 왕성하게 되어지고 있을 때의 일이다.
내가 그때껏 알고 있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대부분 해체되는 일을 겪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여겼던 단어 하나하나, 익숙한 표현들 하나하나가
그 당연시되던 의미를 해체당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만 했던 시기였다.
몹시 혼란스런 시기였지만 그 시기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닫은 것이 있다.
사람이 안다고 하지만 참으로 아는 것이 아니구나.
흔히 쓰는 말, 단어 하나의 진정한 의미조차 깨닫기 힘든게 나라는 사람이구나.
그런 깨달음이었다.
당시 혼란을 겪던 말들중에 '평화'라는 단어도 끼여 있었다.
당연히 그 뜻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평화'라는 단어의 참뜻을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설정해놓은 피상적인 의미를 거부하고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 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고민의 끝에 이르지는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쉽게들 '평화'라는 단어를 입에 오르내리는 이들을 보며 꼬여가는 마음을 주체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중에 이책 <똑똑똑, 평화 있어요?>를 만났다.
일단 이책에서는 '평화'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그런대로 편했다. 읽기에는 말이다.
'평화'라는 이름의 천사를 구하는 길 또한 내면의 진정한 성찰과
그를 통한 수용과 용서, 사랑을 말해주며 편안히 이끌어준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평화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더 쌓여갈 것 같다.
주인공이 평화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길에 만나는 이들, 그들을 통해 가르침을 받으며
'평화'를 구하는 열쇠가 바깥 어딘가에 숨겨진게 아닌 나자신안에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길에 어려움도 있지만 아이의 마음과 시각으로 써내려간 이책에서는 가르침을 받아들임에 어려움이 없었다.
저자가 말하고픈 평화가 어쩌면 그 가르침을 주는 이들과의 만남,
마음을 열어 그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르침을 주는 이들로 등장하는 이들이 마틴 루터 킹, 부처, 마하트마 간디, 예수와 모세 등이다.
그들 각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 숭배와 배척 등의 어리석음을 벗겨내고 온전히 그들의 가르침과
참 '평화'에 대한 그들의 아픈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 모두를 우리들이 진정 깨달아야 할 '평화'를 알려줄 소중한 스승으로
또한 인도자와 친구로 받아들이려는 마음부터 평화의 소중한 한걸음이 될 것 같다.
그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지금의 우리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았으면 한다.
책속의 한문구가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문구에 비추인 우리의 모습 때문이다.
우리만 옳고 너희는 다 틀렸어라고 외치며,
그 어리석은 옳음을 힘으로 과시하려 서로 엉겨붙어 겉모습만 키운채 부풀어 있는 모습...
그러나 감당하지 못하게 부풀기만 한 우리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에 걸려넘어지는 모습이 보여서말이다.
그런데 코끼리들은 자기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 때문에 딛고 선 진흙탕 바닥에서 발들이 계속 미끄러지고 있었다.
"우유를 좋아하는 너희가 틀렸다!"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