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남다른 사람이 활짝 꽃핀다」는 제목부터가 '남과 다른'이다.

우리 모두가 남과 다른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 나는 장애를 전혀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극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장애는 결코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극복의 환상은 그래서 대다수의 소외된 장애인을 무능한,

노력하지 않는 인간으로 매도하는 아주 손쉬운 기준이 되고 만다. 114쪽

 

우리는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남과 다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 애를 쓰며 남과 똑같아질려고 한다.

남과 다름이 주는 원인모를 두려움을 애써 부정하고,

억지스런 '같음'속에 자신을 우겨넣는다.

그 억지스런 '같음'은 그것을 놓쳐버리고서 '다름'으로 추락하게 될까

늘 불안에 젖어있게 하는 더 큰 두려움의 씨앗이다.

그러나 남과 다름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에서 저자는 삶의 근본적인 힘을 찾는 것 같다.

 

"첼로를 그려 달라는 부탁을 듣고 10년 동안 날마다 첼로 그리는 연습을 했다네.

그런데 아무리 잘 그려도 자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첼로 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더군...

자네처럼 열심히 연습해서 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내가 쓱쓱 그린 그림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132쪽

 

모리스 장 드롱이라는 유명한 첼리스트와 피카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끊임없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여기서 연습 이전에 남과 다름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 밑바탕되어 있음을 본다.

유명한 첼리스트가 피카소에게 자신의 첼로를 그려달라고 했을 때,

자신의 첼로가 정말 소중한 보물이어서도 그랬겠지만

피카소만이 그려내 줄 수 있는 그림세계를 인정하고서

그가 그려내줄 또다른 자신의 첼로를 기대한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직접 붓을 들고서 자신의 첼로를 그리려고 자신의 특기인 '연습'을 그림에 적용시키지 않고 말이다.

피카소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쓱쓱 그려낸 첼로에서 거장인 첼리스트가 연주소리가 들리지않는다고,

자신이 직접 첼로를 연주하려 든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것으로 자신만의 길로 연습에 연습을 쌓아간 시간 끝에서야

자신의 그림에서 거장의 첼로 연주 소리가 나게되었다며 작품의 완성을 알리는 모습이,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답다.

 

이 책「남다른 사람이 활짝 꽃핀다」에는 이 외에도 저자 본인의 삶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정말 많은 책을 읽고서 전해주는 편안하면서도 깊이와 넓이와 더해진,

형형색색의 반찬들로 그득허니 차려낸 한국인의 밥상처럼 구수함이 가득하다.

이 책 "행복공장 이야기는 읽어들어가는 처음에는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편안했다.

그러나 읽기가 계속되고 장수가 뒤쪽으로 넘어갈 수록 편안히 앉아 읽기가 힘들었다.

편하게 기대어 앉은 몸을 세우고 왠지 모를 열기가 느껴지는 가슴을 펴 숨을 깊이 쉬어주어야했고,

자꾸만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겸연쩍게 찍어 말려야했다.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그렇게 굴곡지고, 때로는 숨이 턱턱 막히는 듯도 하고

넘심대는 파도에 삼켜질듯 까마득하기도 한 것임을 조금은 알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눈여겨 보지않으면 그저 스쳐지나가버리고,

또는 어딘가에 숨죽이고 있어 쉬 찾아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삶의 이야기는

그런 나의 삶에 대한 앎의 정도를 넘어서 그저 무색함에 젖게 했다. 

 

"원장님, 왜 사서 고생을 하세요? 작업장 말고 그냥 수용시설을 하세요.

그럼 장애인당 얼마씩 돈 나오는데 왜 이 고생을 하세요?"

정희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말을 했다.

"너는 네 동생이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밥만 먹고 아무 일도 안하면서

지내면 좋겠냐? 평생 수용시설에서 살면 좋겠어?"

"아니요, 그렇진 않지요. 제 동생도 그렇게는 살기 싫대요.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에덴하우스를 찾아온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속상해서요. 그냥 막 속이 상해요."

"이 정도로 뭘 그래? 힘들어도 하하 웃어야 황정희지."하며 내가 먼저 하하 웃었다.

그러자 황정희도 따라서 하하 웃었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

올라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자꾸 웃었다. 160쪽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무엇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이들의 하루하루는,

아니 순간순간은 얼마나 절박한 걸까.

자신도 엄연히 이땅에서 숨쉬고 살아있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에게 또 세상앞에 증명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지극히 단순한 반복작업, 작은 댓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언가 일을 하고 있고, 그 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그토록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솔직히 이해가 가지않았다.

이해를 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삶에 대해, 일에 대해 가지는

태도와 생각들을 반성하며 그들의 삶에 대한 절절함을 대할 뿐이었다.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 어떻게든 견디어내고서 내일을 기다리며

지금은 허허롭지만 애써서 웃고 또 웃으려는 그들의 모습....

그들의 웃는 모습을 그려보며 나는 자꾸 눈물이 났다.

낙엽이 떨어졌다. 잎을 털어내고 봄에 새 잎을 달면 그 나무는 새로 태어나는 것일까. 겨울나무와 봄나무는 다른 나무일까. 147쪽

 

한적한 가을날의 정취를 여유롭게 그려낸 것이 아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값으로 도망쳐온 이국땅에서 사만다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낯선 이들과 섞여지내는 방법을 제 몸을 그들의 놀이감으로 내놓는 것으로 택한 김선주(수인으로 다시 이름을 바꾼다)가 그 댓가로 퍼부어지는 아버지의 주먹에 피를 흘리며 바라본 풍경이다. 장면을 그려보면, 가해지는 폭력에 무감각해진 몸뚱이를 온전히 내어주고 자신의 붉은 피에도 무관심한 눈동자의 촛점은 뜻모를 어딘가를 향한다. 무감각과 무관심이 유일한 피난처다. 김선주에게는.

 

누군가 재를 다 뿌렸다며 그만 가자고 했다. 오후엔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 삶을 털어내는 데 오 분도 안 걸렸다. 갈비 한 대를 익히는 데도 십 분은 족히 걸린다. 46쪽

 

자녀의 죽음, 학교에서의 폭력과 살인, 지독한 증오와 죄책, 복수의 쇠사슬로 묶여버린 감옥같은 삶 등의 섣불리 얘기하기 힘든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이 책 「멸종 직전의 우리」는, 장면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소품들과 장치들을 잘 짜여진 영화와 같은 세팅과 흐름으로 들려준다. 아니 보여준다고 해도 좋겠다. 딸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헤어진 남편의 장례식, 그 마지막 가는 길의 처연함이 갈비 굽는 것에 빗대어진다. 생뚱맞기 짝이 없는 듯 하지만, 딸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 슬픔 등을 눈코뜰새없이 바쁜 갈비집일로 덮고 살아온 여자에겐 갈비가 그녀에게는 살아있음을 가장 진하게 드러내주는 요소이다. 그 극명한 요소들의 대비와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 구조안에서 하나의 점을 향해 미끄러져간다. 죽음과 삶이 엇갈리고, 또다시 죽음이 되풀이되지만 또한 삶은 계속된다. 그 죽음과 삶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 일 수 밖에 없어서 이것이 참...우리를 불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