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읽는 스탠리 존스 선교사의 책이다.
다시 선교사님의 책을 읽는 이유는...흔들리고 있어서다.
단단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이들보다 믿음은 흔들리는 것이란 이들의 말을 더 따르지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내 믿음의 형체를 좀처럼 찾기 힘들때는...참 힘들다.
그래서 다시 스탠리 존스의 책을 찾아 들었다.
하나님을 향한 곧은 마음과 묵직한 중심의 울림과 솔직함, 가르치기보다 배우려는 자세,
타종교인들과의 정직한 대화의 모습에서 그들을 향한 애정과 존중의 태도가 너무나 감사한 글이다.
나는 상대편에게 배우지 않는 사람은 가르칠 권리가 없다고 되풀이해서 느꼈다.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가르치려고만 했지 배울 생각은 없었다. 이제는 배우기도 한다. 동양의 부드러운 영혼과 만나기 좋은 사람이 되었다. 에스겔이 그발 강변에서 유다에서 추방되어 잡혀 온 사람들에게 분노심과 원한을 품고 이야기하러 나아가려고 했던 심정을 이제 알 듯했다. 에스겔이 말하기 직전에 하나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에스겔아,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 앉아 있거라." 에스겔은 "이레 동안 내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스겔은 이레 동안 포로들의 문제와 고통과 유혹을 체험하면서 동정심과 이해심을 배웠다. 마침내 하나님이 이제 말해도 좋다고 하자 에스겔이 입을 열었다. 55쪽
훌륭한 교리를 전하고 아름다운 정감을 표시한다고 해서 보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한 전도자가 자기 동료와 함께 인도 전국을 돌며 전도여행을 시작했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두 사람은 힌두교인 쿨리cooli(육체노동에 종사하는 하층의 중국인, 인도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짐을 나르게 했다. 복음 전도자들은 짐꾼에게 많은 짐을 지도록 했다. 전도자는 한참을 가다가 짐꾼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짐꾼은 꾹 참고 듣고 있다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짐을 내던지면서 말했다.
"이봐요, 이렇게 많은 짐을 내게 지우고도 어떻게 내게 전도할 수 있습니까!"
두 전도자는 쿨리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짐을 나눠 지기 시작했다. 두 전도자는 내내 짐을 나누어 짊어지고 걸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복음을 나눌 수 있었다. 123쪽
대부분의 삶들이 편안하게 사는 것을 일컬어 기독교라고 한다. 기독교는 가시면류관을 쓴 사람들의 종교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나님을 의식하는 만큼의 범위 안에서만 인도 사람이든 세계사람이든 그들의 영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기독교 선교는 기독교인들의 체험에 제한을 받는다.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하는 통찰력의 본보기를 기독교 지도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부서진 부드러운 마음의 영을 나눠주는 본보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힌두교인의 말이다. 165쪽
에베소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을 받기는커녕 성령이 있다는 것조차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곳 사람들은 요한의 세례를 받고 그 뜻에 따라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요한의 복음은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마라'고 요구하는 복음이었다. 헤르만이 '위협에 가까운 요구를 충족하려고 몸부림치는 괴로운 신앙'이라고 부른 것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예수의 복음은 '요구하는demand 복음'이 아니라 '제의offer하는 복음'이다. 그리스도는 인간에게 삶을 제의한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한복음 4:14) 여기서는 삶이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고 충만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른 체계와 뚜렷하게 다른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한쪽은 자기를 구원하기 위해 위로 올라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고, 한쪽은 제의를 받아들여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활동이 미약합니다.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뭔가를 한다고? 활동이 충분하지 않다고? '제의하는 복음'을 받아들인 열두 명이 뭔가를 하지 않는가? 그들은 세상의 얼굴과 영혼을 바꾸었다. 반면에 '요구하는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한쪽은 결국 정복했고 한쪽은 무너졌다. 제의하는 복음을 따르는 가장 작은 자라도 하나님 나라에서는 요구하는 복음을 따르는 세례 요한보다 크다. 이것이 바로 실제 하나님의 나라이고, 소고지하는 그리스도의 나라이며, 새 생명을 주는 성령의 나라이다. 171~2쪽
인도는 하나님이 절실한데,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바른 문구, 곧 신조만 건네고 있다. 우리야말로 '거의 다 될 뻔하다 마는' 상태에 있다....우리는 그 말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교회는 우리가 듣고 싶은 바로 그 말 '그리스도'를 말할 것처럼 입술을 움직였다. 그런데 다른 말들이 흘러나왔다. '더 크고 더 안락한 교회', '근본주의', '모더니즘', '교황의 위협' 따위였다....
유럽 전역을 배회하던 우리의 야만적 이교도 선조들은 기생식물인 겨우살이를 숭배했다. 선조들은 겨우살이 속에 이상하면서도 신성한 생명력이 있다고 느꼈다. 겨울에 나무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겨우살이는 푸른빛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손으로서 '생명나무'에 붙어사는 많은 기생식물들을 숭배하고 있다. 우리 영적 생명을 갉아먹는 것들을 주목하다 못해 감탄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생식물을 다 버리고 만유의 실재인 그리스도에게 이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189~191쪽
복음서에서 바리새인과 어린아는 상반된 모습이다. 한쪽은 이미 경지에 도달했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사고의 틀과 영혼이 닫혀 있으므로 바깥 것은 아무것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반면에 어린아이는 열려 있고 열정이 있으며 질문투성이고 탐험을 좋아한다. 예수는 한쪽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한쪽에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내 통역자는 마음과 영혼과 사고가 닫힌 채 복음을 통역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예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내가 청중 앞에 서면 내 통역자는 내 앞쪽으로 한 발 다가서며 통역을 시작한다. 내 메시지를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리함, 곧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짧고 단순하게 말하지만 통역자는 아주 놀라운 언어로 바꾸었다. 통역자는 내 단순함을 화려하게 꾸며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메시지의 본질을 죽인 것이다. 그때마다 이런 음성이 들려온다.
"네 자신이 보이느냐? 저것이 바로 너다. 너또한 곧잘 내 복음을 저렇게 대했다." 나는 그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개신교에서 목회의 설교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복음이 아니라 설교자나 설교자의 영리함을 과시하고 말 때가 많다. 그때 복음은 설교자의 사리사욕 탓에 질식해 죽는다. 217~8쪽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종교를 전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은 포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246쪽
군중은 예수가 고통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사람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쳐 버린 원수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진정한 복음의 소리가 되었다. 그사람은 남을 구원하느라 자신을 구원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면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없는 법이다....자신을 구하는 사람은 남을 구할 수 없고, 남을 구하는 사람은 자신을 구할 수 없다. 307쪽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성육신(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고 성령에 의하여 마리아의 태내에서 사람으로 잉태된 일)이나 내재(하나님이 세계의 본질로서 세계안에 존재함을 이르는 말)을 믿는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과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내재는 하나님에게 큰 희생이 따른다. 하나님이 계속 자신을 죄에 가까이 두면 그 죄 때문에 끊임없이 십자가의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우리의 기쁨은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우리의 고통은 하나님의 고통이 된다. 내재하는 하나님은 고통을 겪는 하나님이다. 성육신한 하나님은 인간과 정말 깊이 하나가 된 탓에 내재한 하나님보다 깊은 동정에 빠지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십자가는 하나됨의 극치를 나타낸다. 성육신이 있으면 하나됨이 있고, 하나가 되면 고통이 있고 십자가가 있다. 312~3쪽
"바위를 들어 올려라. 그러면 나를 발견할 것이다. 나무를 갈라 놓아라. 그러면 내가 거기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초기 발언으로 생각되는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일 수 있다.
"네 본성을 들여다보라. 죄가 만들어 낸 그릇된 본성이 아니라, 네 진짜 본성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거기에 바로 그리스도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하리라."
예수는 인간의 삶에 곡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자각했기 때문에 손을 내밀어 이렇게 외쳤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8~30)
어째서 예수의 멍에는 편하고 예수의 짐은 가벼울까? 예수가 적게 요구하기 때문일까? 그와 반대로 예수는 인간의 본성에 주어질 수 있는 한도에서 가장 깊은 요구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수는 우리의 가장 깊은 중심을 자기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누구든지 감추지 않는다면 예수의 명에는 편하고 예수의 짐은 가볍다고 소리치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그리스도와 우리 영혼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수의 멍에는 우리의 열망이고, 예수의 명령운 우리의 갈망이며, 예수의 목적은 우리의 인격이다. 355~6쪽
그러나 기독교는 '숨통이 막히는 종교'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타고르는 이것을 이렇게 지적했다.
"기독교는 나라와 인종과 신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당신네들이 기독교를 너무 교회 중심으로 만든 탓에 아무에게도 호소력이 없게 되었다." 369쪽
비기독교 문학을 공감하여 읽고 연구하면서도 그 사상과 문화와 접촉하는 일은 심각하게 꺼리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그러나 자기가 누구의 것이고 누구에게 매어 있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타고르 박사의 힌두교 아슈람을 방문해 몇 달을 머물렀을 때, 내 선교사 친구 몇몇이 깜짝 놀라서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네. 자네가 힌두교인이 도리지도 모른단 말일세"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나는 내 복음을 완전히 믿었기에 나 자신을 기꺼이 힌두교의 최고 위치에 내놓을 용의가 있었다. 삶에는 오직 하나의 피난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현실이다.
예수가 최고의 현실이 아니라면 우리는 곧장 더 나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타고르의 추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타고르는 내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타고르의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구의 것인지를 기억한다면 참된 것과 선한 것과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을 어디서 발견하든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모든 것들은 만물의 완전한 형상인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푯말이기 때문이다. 38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