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읽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품었던 의문들...거룩, 온전함 등의 참된 의미가
우리가 쉽게 받아들인 그 당연한 의미들이며 그것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라는 의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붙잡게 되었다.
이 험난한 책읽기를 통해서.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에 와닿는 소중한 가르침들을 정리해본다.
나중의 진정한, 깊은 이해와 삶으로 살아냄을 위하여...
사실 우리는 지고의 존재를 언제나 '당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성녀 테레사는 신에게 말하기를 '영원한 위엄'이라 했고, 프란치스꼬 회원들은 '당신'이라 부른다. 1823년 12월 31일 Eckermann에게 한 말 가운데서 괴테는 누멘적인 것의 두려운 신비성에 아주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 "사람들은 이 파악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지고의 존재가 마치 자기들과 마찬가지인 양 신의 이름을 취급한다. 그렇지않다면 '주 하느님', '사랑하는 하느님', '선한 하느님'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철저히 느낀다면 그들은 침묵을 지킬 것이며 경외 때문에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 76쪽 제5장 누멘적 찬송들 中
'죄'가 무엇인지는 '자연적' 인간은, 아니 도덕적 인간조차도 이해못한다. 그리고 도덕적 명령 자체가 인간을 '파산'과 '가장 깊은 궁지'로 몰아넣어서 구원을 찾도록 강요하고 만다는 교의적 입장은 분명히 옳은 것이 못된다....
도덕적 합리주의자들은 '옳지 않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엄하게 비판했으며, 그들의 설교와 가르침 속에서 그것을 인식하고 심각하게 대했으며 자신의 부족에 대하여 용감하게 싸울 것을 가르쳤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파산'이나 '구속의 필요성'에는 도달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 그들의 반대자들이 비판하듯이, 그들에게는 '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도덕적인 토양 위에서는 구원의 필요성이나 성화ㆍ가리움ㆍ속죄와 같은 이상한 것들에 대한 필요성은 자라나지 않는다. 실로 종교의 가장 깊은 신비들을 이루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합리주의자와 도덕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단지 신화적 화석일 뿐이며, 누멘적 영감을 느껴본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서적 관념들 속에서 그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 만약 교의학 자체가 구원과 속죄와 같은 개념들을 그 본래의 신비적이고 누멘적인 영역으로부터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영역으로 이전시킴으로써 그들을 도덕적인 개념들로 완화시켜 버리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기독교 신앙론에서 이들 개념들의 시비와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가리움'의 요소는 야웨 종교의 의식들에서 느끼는 감정에서 특히 분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다른 종교들에도 덜 분명하게나마 포함되어 있다. 가리움은 우선 두려움의 표현, 즉 속된 자가 무엇이든지 지니지 않고서는 누멘에 접근할 수 없다는 감정으로서, 누멘의 진노에 대하여 어떤 가리개와 방패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가리개는 하나의 '성화', 즉 접근자로 하여금 두려운 위압성과 더불어 교제를 가능케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화의 수단, 즉 본래적 의미에서의 은총의 수단은 누멘 자체로부터 부여되고 도출되며 정해지는 것이다. 113~115 가리움과 속죄 中
루터의 저서 <의지의 예속에 관하여>...
루터의 종교적 체험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누멘적 요소가 이 저서에서만큼 강하게 표출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절망(desperation)과 사탄에 대한 그의 투쟁, 자주 반복되고 있는 종교적 파탄과 우울증, 그를 가끔 병적인 마음의 상태로까지 몰고가는 은총을 위한 새로이 재개되는 싸움 가운데에는 거의 '신'이라는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비합리적인 초월적 대상에 대한 체험이 술렁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전 신앙적 삶을 돋보이게 하는 어두운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그의 설교와 서한들과 <탁상 담화> 가운데 이러한 배경이 있으며, 이러한 근거 위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그가 얼마나 '말씀'을 귀중히 여겼는가를 이해할 수 있으며, 말씀과 말씀에 '계시된' 하느님에의 거의 경련적인 그의 집착을, 그리고 그가 왜 이러한 어두둠과 무서움 속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들어가 보려는 사람들에 대해서 계속 경고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그의 <탁상 담화> 가운데 나오는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위압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 때문에 죽음의 위험에까지 유혹을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이 가련하고 비참한 인간들은 아직 한번도 신적인 약속의 빛을 신앙으로 이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하여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니 웬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약하고 무지한 존재들은 약아빠져서 하느님의 경이의 파악할 수 없는 빛이 지닌 파악할 수 없는 위압성을 알아내고 이해하고 자 하고 있으니! 하느님은 인간이 미칠 수 없는 빛 가운데서 거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려고 한다. 아니 감히 그리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의 위압성을 탐구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 찬란한 빛이 우리를 엄습하여 차고넘친다는 사실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실로 탐구할 수 없고 파악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대하여 가르쳐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을 감히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짓이며 그러다가 굴러떨어져 목이나 다칠 것이다.
그리고 루터는 실로 이 구절이 보여 주는 것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것도 알고 있다. 즉, 우리의 호기심이나 접근이 없이도 '찬란함이 순전히 저절로 우리를 엄습하여 차고넘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는 알고 있으며, 누멘적 두려움이 마치 악마와도 같이 인간을 엄습하는게 공포의 순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에 대하여 가르쳐야 된다'고 그는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이 없이는 하느님은 바로 하느님이 아닐 것이며, '숨겨진 신'(deus absconditus) 없이는 '계시된 신'(deus revelatus)은 단지 '하품장이의 입'과 같을 것이며, 두려운 위압성 없이는 은총이 그렇게 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터가 심판, 형벌, 혹은 하느님의 준엄성 등에 관해서 단지 합리적인 표현으로 말하고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 말들을 참으로 루터적으로 듣고자 할진대 우리는 그러한 '종교적 두려움'이 지닌 깊은 비합리적 요소를 함께 들어야 할 것이다. 180~182쪽 루터에 있어서의 누멘적인 것 中
...그러한 경험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점차로 순수하게 되어 그것과 절대적으로 대립하게 되는 것이다. 누멘적인 것의 감정에 있어서 우리가 순수 선험적인 인식 요소들과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기 비판적인 숙고를 통해서 증명될 것이다....
감각적인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 자체에 놓여 있는 하나의 숨겨져 있고 독립적인, 표상과 감정형성의 원천을 가리키고 있는 것...우리는 그것을 '영혼의 근저'라 부른다. 196~197쪽 선험적 범주로서의 성스러움 中
하느님을 아는 지식은 하느님에 의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 위에 찍혀 있다...쾌락주위자든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든, 모든 이방인들도 어떤 신이 계심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하느님을 부정함으로써 그의 존재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아무도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루터의 <탁상 담화>中 228쪽
그러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은 더높이 발전된 순수한 종교적 판단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다시 배격되며 불충분하거나 아니면 아예 무가치한 것으로서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제거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과 똑같은 것을 우리는 인간의 판단 행위의 또 하나의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미적 감각이다. 조잡한 미적 감각 속에서도 이미 미에 대한 감정이나 예비적 감정은 술렁이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선험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미에 대한 어두운 개념으로부터 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도대체 주어질 수 없는 것이다. 아직도 조잡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는 '혼동' 가운데서 미 개념을 올바로 상기 못하고 미에 대한 불분명한 개념으로 인하여 실제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사물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미의 개념을 아직도 그릇 적용하게 되는 근본 이유는, 이 경우에도 역시 아름답다고 그릇 판단된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어떤 요소들로서, 이들은 각기 미 자체와 멀든 가깝든 유추적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후에 미적 감각이 다듬어지면 그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미에 대하여 단지 유추뿐인 것을 세차게 거부하고 올바로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234쪽 성스러움의 현현과 직감의 능력 中
슐라이어마허가 본래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거대한 삶 전체와 자연과 역사 속의 실재 앞에서 깊이 침잠하는 명상(Kontemplation)의 능력이다. 우리의 마음이 깊이 몰두하여 '우주'의 인상에 스스로를 개방할 것 가으면, 슐라이어마허에 의하면 마음은 경험적 실재를 넘어서는 하나의 '자유로운' 잉여와 같은 어떤 것에 대한 직관과 감정들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36~237쪽 성스러움의 현현과 직감의 능력 中
그런 경우에는 복음서의 전승이 단편적이고 왕왕 불확실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전설적인 요소와 혼합되어 있고 '헬레니즘적인' 요소로 채색되어 있다는 사실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은 영에 속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해석을 도와주며 예감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 내적원리의 작용 - 우리가 종교적 관념에 따라 '함께 증언해주는 영'으로 평가해야만 했던 - 에 대해서 나는 머나먼 선교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민감한 선교사로부터 많은 시사를 받았다. 그는 말하기를 어떻게 하여 어려운 외국어로 전혀 생소한 개념들을 사용하여 항시 암시 정도로 밖에는 하지 못하는 불충분한 그의 말씀의 선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놀랍게도 내면 깊게 원주민들에 의하여 파악되는가에 대하여 그 자신 언제나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도 역시 듣는 이의 마음 자체로부터 마주 오고 있는 예감적 이해가 언제나 가장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리고 틀림없이 이러한 각도에서만 우리는 바울로의 문제를 이해하는 관건을 찾을 수 있다. 이 초대교회의 박해자에게는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시사들이 오직 단편적으로만, 그리고 희화적으롬나 주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안에 내재하던 영은 내면으로부터 그를 강요하여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도록 굴복시켰던 것이며, 이때문에 벨하오젠(Wellhausen)과 같은 이는 결국에 있어 바울로만큼 깊고 완전하게 그리스도 자신을 이해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에 있어서 성스러움의 체험이 가능해서 우리 신앙의 뒷받침이 되려고 할 것 같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첫번째 자명한 전제가 되는 것은 그리스도 자신의 최초의 직접적인 행적들이 우리들에게도 아직도 직접적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그 가치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로부터 그의 '성스러움' 자체에 대한 인상이 직접적으로 자라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난관에 부딪치게 되며, 만약 이 난관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전체 문제가 처음부터 절단나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오늘날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가 본래 뜻하고 수행하고자 했던 것이며, 그의 최초의 제자들이 그에게서 체험한 것과 동일한 것인가하는 물음이다. 255~256쪽 현대 그리스도교에 있어서의 직감 中
<현대 그리스도교에 있어서의 직감> 나머지 부분은 모두 다 옮겨도 모자랄 정도이다.
꼭 다시 읽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