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문학계에서 한국의 시는 죽었다라고 말을 많이 합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직 죽기까지는 않았지만
산소 호흡기에 겨우 연명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시는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철학을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혹시 우리나라에 철학자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시나요?
도울 김용옥 선생님을 이야기 하는 분이 있겠지만
그 분은 좋은 강연자지 철학자는 아닙니다.
저는 그래도 우리나라에 지금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한명을 뽑아야 한다면 강신주 철학자님의 이름을 적고 싶네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과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은 이런 강신주 철학자님의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가끔 시집을 사서 밤에 가끔 몇 개의 시을 가슴에 담고 잠을 청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예전에 유홍준 교수님이 한국의 시가 굉장히 발전됐다는 말을 듣고도
시집을 사야지 했는데 그동안 산 시진이 <김수영 전집> 시
밖에 없네요 그것고 아는 시 몇개 본 수준이니까요.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전에 시를 두편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 나온 시와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에 나온 시 중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시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랑관련 시를 선택했습니다.
철학중에 그래도 가장 사랑에 관심이 많으시니까요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p360~361 -
애인이 애인의 전화를 기다릴 때
채호기
처음에는 전화를 기다리다 지치면
이쪽에서 그냥 걸면 될 것을
이번에는 네가 할 차례라며
그쪽 입술이 건너오기를 기다린다.
전화는 마음의 기호가 되어
전화가 없으면 마음도 없는 것,
수시로 애태우며 전화기를 끄집어내
확인하고 확인한다.
온통 전화기로 꽉 채운 심신이
전화의 기호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녹초가 되어 벨이 울리지 않는데도
온몸을 진동으로 부르르 떨며 까닭 없이
벨 소리를 내지르며 짜증을 낸다.
이쯤 되면 전화기는 사랑의 기호가 되어
평소에 하던 메신저 역할로만 그치지 않고
자꾸 오바한다.
어떤 때는 전화기의 기계 고장이
사랑의 고장, 복통, 심장 파열로까지
오바하는 것이다.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지만
사랑이란 기호는 전화로 바뀌어
이제 연인들은 사랑해를 전화해로
표현해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화는 늘 휴대하는 걸 확인할 수 있지만
사랑은 확인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p128~129 -
두 시를 고른 것은 아마 즐거움과 괴로움을 가장 잘 비교할 수 있어서 일겁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황지우 시인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시를 읽으면서
영화 만추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이제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볼까요.
책을 읽고 아 이 책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 하지라는 큰 부담이 들었습니다.
여기 소개되지 않은 제가 좋아하는 시를 통해서 몇자 글을 적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책이 읽고 들었던 제 철학이야기를 좀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제 노트에 적은 거라서 반말이라 글 분위기가 그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적으니 이해부탁드립니다.)
끝없는 모순과의 전쟁
사람들은 철학을 고상한 학문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삶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독서는 고통이고 고행이고
따분한 일이기에 필요에 의해서 읽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책은 무한한 희열을 주는 도구일 수 있다.
난 아마 이들의 중간쯤에 서있을 것 같다.
내가 후자로 인식되길 바란다.
사람은 어떤것을 느낀다. 아니면 어떤 것이 사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의미조차 모르게 어떤 뇌의 신호가 느끼게 하고 반응하게 한다.
이걸 감성 또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과 머리 사이에 느낌인 감성과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행위인 본능은
어쩌면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인간은 의미없는 이 감성과 본능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 때 쓰이지 않는 뇌의 부분을 이용하여서..
이걸 우리는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안에서 다른 부분을 고민하고
자신이 아닌 타자를 고민하고
타자를 통해 비춰진 나를 고민하고
나와 타자와의 공간과 행위 등을 고민하는
이렇게 전혀다른 존재의 연결성을 주는 것이 철학일 수 있다.
근데 글을 적다보니 내 글도 모순이다.
난 지금 다른 부분을 정의하는 것이 진리인 것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철학을 그래서 모순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끝이 없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말처럼..
모순을 줄이기 위한 무한한 실패로 가득한 철학
우리는 이런 철학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